김영연의 그림책(25) 옷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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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25) 옷에 담긴 이야기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2.10.12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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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이 추워졌습니다. 얇은 여름옷을 차곡차곡 개켜 서랍에 집어넣고, 긴팔 옷을 꺼냅니다. 옷장 정리를 하다 보면 지난 몇 년간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옷이 여기 있었네. 맞아, 이런 옷이 있었지. 조카 결혼식에 가려고 산 옷이었는데혹은 어디 여행 가서 사 온 옷인데하며 잔뜩 늘어놓고 거울에 비춰보고, 입어보고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제각기 다른 빛깔과 모양의 옷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열두 달 옷 이야기

 

계절이 바뀌어

옷장 문을 열면

옷마다 배어 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권윤덕 작가의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아이들의 옷차림과 달에 따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옷과 소품들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치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도화지에 그려진 종이 인형과 종이 옷장 같습니다. 문방구에서 사다가 하루종일 오려서 가지고 놀곤 하였지요.

저는 딸만 넷인 집의 맏이였는데, 제 옷이 작아지면 동생들에게 물려주기도 하고, 요즘은 거꾸로 제가 동생들 옷을 얻어 입기도 합니다. 딸만 셋인 저희 아이들도 자연스레 물려 입고 사촌들 옷도 돌려가며 입었지요.

옛날에는 설날이나 추석이 되어야 새 옷을 한 벌씩 장만하곤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머니께서 손수 옷을 만들어 네 자매가 똑같이 입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예전처럼 색동저고리에 다홍치마는 아니었지만, 명절 때면 청바지 하나라도 사주곤 했습니다.

명절 때마다 시댁에서 지내야 했던 네 자매는 크리스마스에는 모두 친정에 모여 즐거운 파티를 하곤 했습니다.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조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되기도 하고, 드레스코드를 정해서 기념촬영을 하곤 했습니다.

큰딸은 중학교 때 입었던 빨간 발레의상을 아직도 옷장 위에 모셔두고 있고, 둘째는 합창단 활동을 하며 입었던 한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옷장을 열면 어떤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까요?

 

한 벌의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런데 이런 옷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쇼핑센터에도 널린 것이 옷이기 때문에 그 옷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수고로움을 잘 알지 못합니다.

여기 폐허 같은 풍경 앞에 빨간 외투를 입은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안나는 키가 커서 새로운 외투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안나 엄마는 돈이 없었어요. 대신 할아버지의 금시계, 램프, 석류석 목걸이, 멋진 찻주전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엄마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것으로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었지요. 하지만 엄마는 안나를 위해 귀한 것을 내어놓기로 하였습니다.

외투를 만들려면 먼저 양털로 실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안나는 금시계를 주고 농부 아저씨에게서 양털을 얻고, 실을 자아준 할머니에겐 램프를 줍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에 엄마와 함께 산딸기로 빨갛게 물을 들였어요. 옷감 짜는 아주머니에게 예쁜 석류석 목걸이를 주고 옷감을 짜고, 옷을 만들어준 재단사 아저씨에게는 도자기 찻주전자를 드립니다.

마침내 안나의 새 외투가 완성되자, 자신의 옷을 만들어준 모든 사람을 초대해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엽니다. 이렇게 오랜 기다림과 여러 사람의 수고 끝에 안나의 옷이 완성되었습니다. 안나는 옷장을 열고 빨간 외투를 볼 때마다 옷을 만든 사람들의 수고와 딸을 위해 값진 물건을 내어준 엄마의 사랑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살았던 잉게보르크라는 어린 딸과 어머니 한나 슈라프트 사이에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합니다.

 

안나가 엄마의 귀중한 물건으로 외투를 얻었다면 이보다 90년쯤 전에 만들어진 엘사 베스코프 여사의 스웨덴 그림책 펠레의 새 옷에서 펠레는 옷을 얻기 위해 스스로 일을 해야만 합니다. 새끼 양을 보살피고, 양털을 깎아 할머니에게 물레로 실을 자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대신 당근 밭의 잡초를 뽑고, 소에게 풀을 먹입니다.

페인트 가게 아저씨 심부름을 하면서 털실을 물들이고, 어머니의 도움으로 옷감을 짜고 대신 여동생을 돌보고, 재봉사 아저씨 집안일을 도우면서 파란색 옷 한 벌을 얻어냅니다. 안나와 펠레 이야기는 약간 다른 듯하면서도 쌍둥이 같이 닮았네요.

 

오버코트의 변신 이야기

 

여러분은 아끼는 옷 한 벌이 있는데 더 이상 작아서 입을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하나요? 눈 딱 감고 버려요, 수선집에 맡겨요, 당근에 팔아요…….

여기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오래 입어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이젠 꼭 끼기까지 합니다. 이 코트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요셉은 오버코트를 여러 가지로 변신시킵니다.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재킷으로, 조끼로, 목도리로, 넥타이로, 손수건으로 변신하다가 결국 멋진 단추가 되기까지의 알뜰하고 창의적인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단순하게 반복되면서 리듬감을 줍니다. 책에 뚫린 구멍을 통해서 독자에게 다음 장면을 상상하고 추론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요셉은 아주 알뜰하고 바느질도 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친구도 많고, 합창단에서 노래도 부르고 항상 즐거워 삽니다.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요셉의 단추가 떨어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맙니다. 요셉은 더 이상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요셉의 집 벽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있었습니다.

사람은 아주 힘든 때에도 꿈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요셉의 커다란 오버코트는 점점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그 과정을 담은 그림책으로, 노래로 완성되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요셉의 작고 낡은 코트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의 옷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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