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육아] 생사를 넘나들던 며느리가 ‘다미’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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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육아] 생사를 넘나들던 며느리가 ‘다미’를 만났습니다
  • 조은영
  • 승인 2022.10.19 08: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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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동계 내룡)

 

10월에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 옷을 챙겨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아직 수확하지 못한 텃밭의 고추가 가지에 달린 채로 익어가고 여름날 달게 먹었던 오이고추는 단단하게 독해져 매운맛이 납니다.

손녀 다미의 퇴원을 기다리며 어떤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지내는 상황이라, 아들집에 갈 때 가져가려고 김치며 밑반찬 몇 가지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로 배추김치와 깍두기 정도는 담글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읍내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채소뿐만 아니라 모든 물가가 많이 비싸네요. 돈이 쓸 게 없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100일만에 둘째 만난 며느리

출산 후 둘째 다미를 처음 만난 며느리
출산 후 둘째 다미를 처음 만난 며느리

 

둘째 손녀 다미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가 퇴원했을 때 돌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금방이라도 다미가 올 것만 같았지요.

병원에 강의를 들으러 간 그날 며느리는 병원에서 100일을 보낸,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위생 가운을 입고 비닐장갑을 끼고 중환자실에 들어서는데, 아이가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생사를 넘나들면서 다미를 기억할 수도 없었는데, 이 아이는 혼자서 견뎌내고 살아내었다고 생각하니 울컥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데 다미가 웃더랍니다. ‘미안하다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올까 봐 꾹꾹 참으며 돌아섰다고 합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큰 아픔을 겪는 아들과 며느리가 한없이 짠합니다.

다미를 만나고 집에 돌아온 며느리는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첫째 다율이가 입었던 배냇저고리를 장롱 깊숙이서 꺼내고, 거즈 손수건, 이불, 베개, 턱받이 등 둘째를 위하여 모아 두었던 첫째의 물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신생아용 침대는 새것으로 샀다고 하네요. 첫째가 애기 때 사용하던 침대보다 더 안전하고 튼튼한 것 같습니다. 다율이가 한번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었기에 아마도 더 신경을 쓴 거 같습니다.

저 또한 첫째 다율이가 태어났을 때는 맘이 들떠서 신생아 용품을 직접 만들겠다고 오가닉옷감을 구입하고 아이 속옷이며 베개 이불까지 만들었지요. 2~3개월을 정성 들여 준비했지만, 요즘 제품들이 아주 잘 나와서 괜한 고생을 사서 한 것 같던 기억에 혼자서 웃습니다.

곧 다미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늦어지고 있습니다. 114(1013)째 병원 인큐베이터 안에서 집에 돌아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릴 것만 같은, 작은 아이 다미를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정상 출산을 하였다면 벌써 퇴원해서 집에 왔을 텐데……. 얼마나 집에 오고 싶을까, 얼마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을까. 생각하면 미안하고 맘이 미어집니다.

병원에서는 매일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호흡을 하며 몸무게도 늘고, 검진에서도 양호하다고 결과는 나오지만 퇴원을 하기에는 2% 부족이라 합니다, 아이 몸에 장치를 붙여놓고 심박수,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는데, 한 번씩 수치가 떨어진다고 하네요. 일정 기준 유지하던 수치가 떨어지면, 벨이 울려서 의료진들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3일을 기준으로 무탈해야 퇴원 날짜를 잡을 수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앉으니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을 붙들고 살아내는 일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었습니다. 스스로 숨을 쉬고 움직이고 음식을 먹는 평범한 일상이 모든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생명과 자연환경은 하나

한 생명이 한 호흡을 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다미를 보면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숨을 쉬고 바른 음식을 먹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은 삶이며 생명입니다.

순창 곳곳에서 금산골프장 18홀 확장 반대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골프장 유치를 찬성한다는 현숙막도 보았습니다. 골프장이 환경에 걱정 없고, 오히려 지역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고도 합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친환경이라는 말을 믿었습니다. 어떤 분은 농약한 과일이며 채소들을 매일 먹고 사는데, 골프장 농약도 별거 아니라고 말합니다.

나와 가족 이웃이 살고 있는 순창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쉽게 지나칠 수 없어서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골프장 잔디에 사용하는 농약은 과일이나 농사에 사용되는 것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초제와 수십 가지 살충제, 살균제, 비료, 성장억제제 등을 써야 골프장 잔디를 유지 관리할 수 있다고 하네요. 또한 폭우 등으로 재해 발생 위험을 걱정해야 한다고 하니 그냥 흘러보낼 수만은 없는 일인 거 같았습니다.

금산 아래에는 미래의 생명을 잉태할 순창여중 학생들과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 주택들이 있습니다.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계 노동리 퇴비공장에서 나오던 역겨운 냄새를 바람결에 따라 많은 군민들이 맡아야 했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순창에서 창문을 닫아야 했고,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아야 했습니다. 또다시 대다수 주민들이 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되기에 공정한 진실을 주민이 알 수 있도록 해당 관계자께서 사실 그대로 상황을 알려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주민이 산에 집 하나를 짓더라도 많은 규제와 절차가 따릅니다. 우리의 금산이 없어지는 일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할미육아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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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성 2022-10-19 12:26:17
생명과 자연환경은 하나에 적극 공감하며, 먼저 다율이 동생 다미의 건강함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친환경 청정지역에 골프장이라!
맞아요, 잔디관리를 위한 고독성농약과 제초제의 과대살포는 순창장류 사업과는 전혀 연계 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업추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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