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 현대판 인클로저와 기후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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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 현대판 인클로저와 기후악당
  • 구준회 풍산 두지 주민
  • 승인 2022.10.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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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로저중세 유럽, 공동이용이 인정되었던 토지에 울타리나 담을 둘러쳐 사유지임을 명시하던 일을 말하는데 역사적으로 1차와 2차로 구분된다. 1차 인클로저는 16세기 당시 급성장하고 있던 모직물 공업에 필요한 양모를 생산하기 위해 농경지를 대규모 목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농부들이 도시로 몰려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2차 인클로저는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식량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대지주들이 땅에 울타리를 둘러쳐서 대규모 농장을 만든 현상을 말한다.

21세기에도 농촌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인클로저가 벌어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직접적인 추방은 아니겠지만, ‘개발행위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에서는 30년 동안 이어져온 에스(S)산업개발의 토석 채취사업으로 석분과 발파에 따른 소음과 충격 등으로 주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 삼기리의 주민들은 30년 동안 소음과 분진 등으로 고통을 받아왔다며 더 이상의 석산개발은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곳에 인구가 유입될 리 없으며 오히려 농촌주민들을 살 수 없게 만드는 일이니 현대판 인클로저라 할 수 있다. 또한 석산은 채석 완료 후 복구가 불가능한 수직 절개로 개발을 하고 있어 산림훼손이 심각하며 이는 기후위기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S산업개발은 기후악당이 맞다.

기후악당과 현대판 인클로저의 예는 또 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한 야산에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폐석면 등의 지정폐기물 매립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매립장의 규모는 6만제곱미터에 이르며, 폐기물의 매립량은 2백만 톤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성군에서 발생하는 지정폐기물은 전국의 0.02%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매립장 건립부지 인근에는 주민들이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저수지가 있는데, 매립장에서 침출수가 저수지로 흘러들어갈 경우 인근 농경지는 물론 갯벌과 하천까지 오염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갯벌은 바다의 콩팥’, ‘지구의 허파라고 불릴 만큼 바다에 흘러들어오는 오염 물질을 정화해주고,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70% 이상이 바다에서 생산되는데, 갯벌이 오염될 경우 인류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골프장의 경우도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기후악당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골프장 농약 사용량을 조사하는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541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며 면적은 5500헥타르에 달해 익산시 면적의 규모이고, 서울시의 80% 수준이라고 한다.

티 그라운드, 그린, 페어웨이 등 골프장 내 농약을 뿌리는 면적만도 29520헥타르로 경기도 김포시보다 넓다고 하니, 이 정도면 골프장은 농약범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약을 많이 사용하니 골프장 곳곳에 농약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고, 골프장에서 사용된 물이 외부로 나가는 유출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골프장은 전체 중 90%487곳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골프장에 사용되는 농약 자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자료 출처 : 연합뉴스 22.09.10자 기사 골프붐에 대형 골프장 짓겠다늘어... 환경오염행위 적발도 증가)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는 사당마을이라는 작은 농촌마을이 있다. 진천군은 산업단지가 18개나 있을 정도로 개발이 많이 된 지역이지만, 사당마을은 농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20191월 충청북도 산업단지 지정계획에 반영되고 주민들은 집과 땅을 빼앗길 상황이다.

이러한 사태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별법이 있는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산업단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추진하는 경우에도 주민들의 땅과 집을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이렇듯 전국 각지에서 자본들이 그들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환경훼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발행위를 하고 있고, 거기에 지자체와 정부가 숟가락을 얹고 있는 형국이다. 농어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렀고, 기후는 점점 더 지구가 인내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순창군에는 이런 기후악당들이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모는 인클로저가 없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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