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조] ‘고추장 민속마을’은 점점 잊혀진다
상태바
[정명조] ‘고추장 민속마을’은 점점 잊혀진다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2.10.19 0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1014, 고추장민속마을과 발효테마파크 일원에서 제17회 순창장류축제가 열렸다. 처음 겪는 장류축제라 내심 기대하며 축제장으로 향했다. 이미 축제장 주변에는 교통체증이 일어나고 있었고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다.

수많은 국화와 아기자기한 포토존으로 꾸며진 발효테마파크 천년광장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구경을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고 풍부한 먹거리가 차려진 부스들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나도 지인들과 음식을 나누며 첫째 날 마지막 공연까지 보고 귀가했다.

둘째 날, 오후에 나는 어제 축제를 즐겼던 장소가 아닌 가보지 않았던 곳, 바로 고추장민속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장류축제 개막 2주전 민속마을에 취재를 갔었다. 그때 한 주민은 원래 축제 주무대가 민속마을 앞 광장이었는데, 이번엔 발효테마파크내 천년광장이 주무대가 됐다치뤄봐야 알겠지만 자칫 민속마을이 소외될까 걱정되며, 특히 주차장에서 거리가 먼 민속마을 위쪽에 있는 업체는 접근성이 떨어져 축제 특수를 못 받을까 봐 걱정이다며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 그 주민의 우려대로 민속마을 초입에 위치한 가게에 관광객이 드문드문 있을 뿐 마을 위쪽은 인적이 거의 없었다.

 

장류가 사라져 가는 장류축제

나는 한 가게에 들어가 심정을 물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은 설마했는데 여기에 너무 사람이 없어요. 마을 앞 광장이 주무대였을 때는 진짜 사람이 많았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 축제장에 있는 판매장 부스 신청을 안했거든요. ‘거기라도 갈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라며 호소했다. 가게를 지키며 말린 고추를 다듬던 위쪽에 위치한 가게 주민은 이제 장류축제를 해도 기대치가 없어요. 오히려 차량통제를 하니 불편하기만 해요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행사장내 차려진 부스에서 장류를 판매하던 민속마을 주민은 불만을 표했다.

익산에서 노모를 모시고 온 관광객이 고추장 만드는 데가 어디 있냐고 묻는데, ‘물어보면 여기가라 저기가라해서 여섯 번이나 헛걸음하고 약이 올라서 우리 부스까지 왔어요. 제가 대신 사과했는데, 오늘 이런 관광객을 여섯 명이나 겪었어요. 장류 축제인데 고추장 만드는 프로그램 달랑 1시간이 뭐예요. 마을에 명인, 기능인들을 불러 돌아가면서 하루종일 시연해야지.”

마을 관계자는 이번 축제에서 전통장류제조업체가 운영한 부스는 외곽에 위치한 6개이며 마을과 연계한 프로그램이나 체험행사 같은 것은 의논조차 없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확실히 소외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고추장민속마을, 축제의 상징인데

순창장류축제는 순창고추장축제가 전신이며 고추장민속마을의 전통장류제조업체가 중심이었던 축제였다. 고추장민속마을에 대해서는 소문도 많고 말도 많다. 홍보와 넓은 축제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주무대를 발효테마파크의 상설문화마당으로 정했다면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광객을 고추장민속마을로 인도하는 유인책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성공적인 축제 개최를 위해 순창장류축제추진위원회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공무원,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 등 많은 분들이 수고한 모습을 23일간 취재하며 지켜보았다. 군민과 관광객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축제를 즐기는 모습도 보았다. 그러나 지역 축제의 본 목적은 지역의 차별성과 독창성을 담은 특색을 널리 홍보하고 그 효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유명한 축제이건, 유명하지 않은 축제이건, 어느 축제를 가보아도 노래와 풍물, 농악공연 등 특정한 주제나 목적 없이 여러 행사의 혼합으로 백화점 축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 흔하다. 바람직한 축제는 내용의 독창성과 질적 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양적인 참여로만 축제의 성공을 얘기할 수 없다.

3년만에 개최된 장류축제는 군민들이 그 동안의 답답함을 치유하고 서로 즐기는 축제이기도 하지만 순창을 널리 알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효과를 목표로 하는 축제다. 순창하면 고추장, 고추장하면 고추장민속마을이 떠오른다. 고추장민속마을이 재탄생하여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고 전통장류의 명맥을 이어가는 순창이 되어 장류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