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19) 다시 생각해 보는 교육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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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19) 다시 생각해 보는 교육자의 역할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2.10.2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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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필자는 전공과목이 도덕·윤리이다. 도덕·윤리는 착하게 살고, 이웃을 돕고, 관습과 규범을 잘 따르도록 가르치는 교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도덕·윤리는 인간인간의 참된 삶을 고민한다.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이고 인간다운 삶인가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과목이다.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다. ·공간을 초월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도덕·윤리도 없다. 하지만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다시 말해 육체적·정신적 신진대사(新陳代謝)가 필수다. 원활한 신진대사는 생명체 존속의 근본으로 인간다운 삶의 출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먹고, 자고, 싸는 일상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음을 본다. 전쟁은 신진대사 활동을 극도로 어렵게 하는 가장 비도덕적인 행위이다. 다가올 미래는 모르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평화의 시기다. 교육자로서 245명의 순창여중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가에 마음이 쓰인다. ‘생명체(生命體)’로서 아이들의 원활한 신진대사만큼 중요한 교육 문제는 없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가

28개월째 교장 역할을 하면서 양질의 학교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영양교사와 조리 종사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식생활관 운영에 힘썼다. 간식을 나누고 식생활관으로 찾아가 어려움도 듣는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분들과 신뢰가 없으면, 양질의 학교급식은 어렵다. 성능이 떨어지거나 오래된 급식 조리기구를 상급 기관에 요청하여 매년 교체하고 있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책정된 급식비로 좋은 식단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2학기에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추경으로 1인당 225원을 올려서 4386원으로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영양교사에 따르면 400원을 올려서 4800원은 되어야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식습관을 고려하면서 영양이 소홀이 되지 않는 식단 구성은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2학기에 급식을 먹지 않는 학생이 줄고 있어 영양교사가 좋아한다.

순창여중은 30년이 넘은 낙후된 건물이다. 특히 화장실은 5년 전에 시설환경개선을 했지만 오래된 건물이어서 청소를 잘해도 관리가 쉽지 않았다. 학생자치회, 학부모회에서도 화장실 청결에 대하여 건의가 가끔 있었다. 청소 전문업체를 통하여 대청소 횟수를 늘려서 해도, 화장실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1학기까지 1주일에 3일씩 미화원 어른이 학교의 모든 화장실과 건물 안을 청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곤혹스럽고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7월에 미화원 어른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행정실과 상의하여 1년에 2000만원 이상의 학교 예산을 더 들여서, 5일 근무하는 분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한 달 정도 공고를 했고, 인연이 되어 학생들에게 애정이 있고 부지런한 분이 오셨다. 정말 열심히 해주신다. 학생들과 교직원들도 깨끗해진 화장실에 만족도가 높아졌다. 볼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와 차 대접을 가끔 한다.

 

아이들의 수면 문제 해결 노력

수면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균형감 있게 하는데 가장 기본이다. 부족한 잠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10월 중순 순창여중 학생들의 수면 실태 기본 조사를 했다. 보건·상담 선생님과 설문지를 구성하여 온라인으로 의견을 들었다. 결과는 상당 수 학생들이 충분한 잠을 못 자고 있고,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도 많았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손톱을 물어뜯거나 심지어 손목이나 보이지 않는 신체를 칼로 긋기도 한다. 마음이 아프다. 여러 가지가 얽혀서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러나 순창여중은 아이들의 수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과 해결에 노력해 갈 것이다.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데 앞장서는 게 교육자의 첫 번째 역할이다. 학부모도 무엇이 중()한지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육정책과 행정도 아이들의 활발한 신진대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10월 가을 체육대회에서 아이들이 펄쩍펄쩍 뛰고,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이보다 더 좋은 참교육이 있는가? 참교육은 아이들의 생명력을 온전히 발현하도록 돕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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