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에시한줄(84) 소-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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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에시한줄(84) 소-김기택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2.11.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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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김 기 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2005>

김기택(1957~ ) 경기도 안양 출생.

저서: <방귀>, <빗방울 거미줄> 외 다수

 

소가 하는 말 좀 들어보자

소의 커다란 눈속에 갇혀 있는 말은 어떤 말일까요?

그렁 그렁 눈속에 갇혀 있는 말이 나올곳은 입밖에 없는데 그 입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음메하는 단 두 마디뿐입니다. 그 두 마디 말로 어찌 소가 하는 말을 다 듣겠습니까마는, 그 소와 같이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사신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는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농사짓고 사는 어느 농가집에 송아지 한 마리가 들어 왔습니다. 귀여운 그 송아지에게 겨울에는 춥다고 송아지 허리에 멍석을 얹어 주었습니다. 좀 자라니 일을 시키고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하여 코를 뚫고 코두레를 꿰었습니다. 소는 뚫린 코가 아파서 연신 혀로 핥았습니다.

그때부터 그 소에게는 멍에가 얹어지고 논에 가서 논을 갈고 밭을 갈아야 했습니다. 또 짐수레도 끌어야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새끼를 낳으니 그 집 아들 대학등록금을 내기 위하여 어미소는 울면서 새끼 송아지와 이별을 했습니다.

들에서 힘들게 일하고 수레를 끌어도 그 대가는 여물 한 바가지와 풀 한줌입니다. 코두레가 꿰어 어디든지 가자는 대로 끌려가다가도 집이 가까이 보이면 고삐를 뿌리치고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족을 살리고 농사를 짓던 소가 힘이 소진해 일을 못하게 되면 제 명이 다했음을 알고 울면서 우시장으로 끌려가 한 덩이 쇠고기가 됩니다.

그것도 부족했던 지 그의 가죽을 벗겨서 북을 만들어 두들깁니다. 그 소는 죽어서도 매를 맞고 드디어 소리를 냅니다. , , . 세상에 소처럼 살다간 생명이 어디 있던가요? 힘센 무릎, 느릿느릿 끝까지 해 내는 일, 한 번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한 뿔 그리고 어떤 일에도 순종하며 사는 하늘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는 소들이 일을 하지 않는 육우가 되었습니다마는, 그의 살덩이 600g을 얻기 위하여 곡물 14kg를 먹어야 하니 소고기를 적게 먹어 소의 고통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글ㆍ그림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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