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공공병원 민영화? 안 될 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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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공공병원 민영화? 안 될 말(2)
  • 문정주 의사
  • 승인 2022.11.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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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주 의사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 저자

공공병원 위탁은 이미 경험된 바 있다. 민영화를 강력히 추구하던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다. 민간에 매각해 완전 민영화하거나 또는 위탁하게 했다. 대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이었다. 지방의료원은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를 비롯해 공주, 남원 등 중소도시와 영월, 울진 등 농어촌에도 분포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산하기관이며 전국에 35개소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자혜의원으로 시작해 도립병원, 지방공사의료원 등으로 불리다가 2005년에 '지방의료원법'이 제정되면서 지금의 명칭과 직제를 갖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 민영화 시작

민영화의 시작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뿌리를 내리던 시기, 사립병원이 크게 늘면서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새로운 의술을 홍보하며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했다. 달라진 환경에 대응하려면 공공병원에도 투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를 사립병원과 시장에 맡겨 국가 책임을 줄이는 정책 기조에 집착해 공공병원에 예산 쓰기를 꺼렸다. 점차 건물이 낡아가고 장비가 낙후해지며 병원이 경쟁력을 잃고 적자 경영의 악순환에 빠지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매각과 위탁을 거론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외환위기였다. 재정부담 절감을 목표로 정부가 공기업과 지방공사 등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의료원에 대해서도 매각하거나 대학병원에 위탁하라고 지자체에 요구했고 적자 규모를 기준으로 몇 군데 지목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춘천의료원이 강원대학교에 매각되고(1999), 마산(1996), 이천(1998), 군산(1998), 울진군의료원(2002)이 대학병원에 위탁되었다.

 

노무현, 공공의료 확충 약속

시민사회는 민영화를 반대하며 위탁 이후 상황을 주시했다.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였다. 정부와 지자체가 애초 내걸었던 경영수지의 호전은 없었던 반면 공공성 악화는 뚜렷했다. 무엇보다 대학병원식 진료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었고, 소아과나 외과 등 비수익 필수 진료가 소홀해졌으며,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 직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지역 여론도 나빠졌다. 결국 위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지자체에 비난이 쏟아지면서 위탁도 매각도 확대되지 못했고 기존 위탁된 의료원은 몇 년 뒤 대부분 직영으로 되돌아갔다.

정부 정책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바뀌었다. 후보 시절에 공공의료 확충을 약속했던 그는 이를 지키고자 노력했고 특히 의료원을 위한 정책 변화의 초석을 마련했다. 당시 지방공사’, 즉 공기업으로 취급돼 행정자치부의 관리 아래 있던 의료원을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지방의료원으로 전환하고 기능 강화를 위한 예산을 지원받게 한 것이다. 더는 민영화가 추진되지 않았다.

 

공공병원 민영화? 헛된 꿈

민영화가 만약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그래서 지방의료원이 몇 개 남지 않았거나 거의 사라졌다면? 그랬다면 코로나19 대유행에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국가가 더 큰 비용을 쓰고, 재정이 휘청거리게 돼 국민의 삶이 쪼그라들며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공공병원 민영화의 헛된 꿈을 접기 바란다.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더욱이 우리는 지난 2년간 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며 공적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공의료가 얼마나 절실한지, 우리 사회에 공공의료 확충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생생히 목격했다. 국민 대다수가 이미 공공병원 설립과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낡고 실패한 노선 벗어나기를

기득권 세력은 한결같이 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회피했다. 가까운 과거만 보아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쓰면서도 공공의료에 드는 돈은 아까워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홍준표 씨는 적자와 노조를 핑계로 진주의료원을 폐쇄해 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낡고 실패한 노선을 벗어나기를 바란다. 달나라가 아닌 현실과 직면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야, 이미 예고된 닥쳐올 감염병의 재난에 우리가 안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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