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 ‘순창 발전 위해 통 크게 양보’한 듯
순정축산업협동조합(조합장 고창인)이 지난달 31일 향교 옆 한우명품관 건축 부지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순정축협은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정부가 오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를 선포했고 전국 곳곳에서 계획된 행사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상황에서 ‘성대’한 행사를 감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축협 관계자와 최영일 군수, 신정이 의장과 군 의원, 오은미 도의원 등을 포함 2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해 사업추진을 축하하고, 순정축협이 부지에 마련한 만찬장에서 식사 등 ‘만찬’을 즐겼다.
순정축협은 순창향교에 접한 토지를 사들여 지난 2020년 한우 식당인 ‘한우명품관’를 짓겠다고 추진하자 순창향교와 단군성조숭모회, 옥천사마영사회 등이 ‘역사교육의 문화단지에 식당이 웬말인가’, ‘전통문화산실에 식육식당 결사반대’ 등을 주장하며 반대했고, 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두 차례 부결됐다가 올해 5월 6일 열린 심의에서 “설계도면, 조경, 담장 등 전문가와 협의 후 시행”이라는 의견을 달아 조건부 가결해 이날 기공식을 가졌다.
순정축협은 이 부지에 2층 한옥 연면적 약 1500제곱미터 규모 ‘순창한우명품관’을 11월에 착공해 내년 5월 준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교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열린순창>과 통화에서 “순창군 발전을 위해서 굳이 옛것만 주장할 것 있냐. 도 문화재 심의에서 가결되면 향교에서는 이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공식에 대해 주민들은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된 상황에서 많은 젊은이가 참사 당했는데, 이런 행사를 굳이 꼭 크게 치러야 하고 정치인들도 부화뇌동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기 민망하고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금산 골프장이나 순정축협 한우식당이나 맥은 같아 보인다”면서 “지역의 장래보다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에 지역 유지나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다며 동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