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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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용]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가 있을까?
  • 이송용
  • 승인 2022.11.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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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용(순리공동체·구림 금상)
이송용 (순리공동체·구림 금상)

홈스쿨의 일과

홈스쿨을 하는 우리 가정에서 6남매 자녀들의 일과는 대체로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 오전은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 오후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

해야 할 일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하나님을 찾는 시간. 둘째, 학습. 셋째, 집안일. 첫째와 둘째 일은 합쳐서 두어 시간이면 족하다. 의외로 많은 시간이 드는 부분이 바로 집안일인데 자녀의 연령별로 다르지만, 어린 자녀들은 하루 한두 시간 정도, 청소년 자녀들은 두세 시간 정도를 집안일에 사용한다.

그렇게 오전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마치면, 오후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장난감을 만진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밖에 나가서 논다거나 하는 일들이다. 그 시간에도 혼자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일은 없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고,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소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의 효율이 높은 이유

오전에 두세 시간 정도만 학습을 함에도 불구하고 학습의 효율은 매우 높다. 거기에는 위에서 말한 시간 분배(세팅)에 기인하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자녀가 학습의 분량을 스스로 정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한다는 점이다. 아침에 책상에 앉으면 골카드(Goal Card·목적 카드)라는 종이에 자신이 학습할 분량을 적는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성경읽기 마태복음 22, 수학 24~26, 사회 105~106, 과학 56~58. 꾀를 내어서 지나치게 적은 분량을 적을 여지는 차단한다. 자기가 정한 학습 분량에 대해 부모에게 검사를 맡고 학습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두세 시간을 성실하게 보낼 수 있는 분량으로 정한다. 어찌 되었건 자기가 정한 분량이기에 스스로의 동기로 학습을 이어간다.

둘째, 자기 할 일을 끝내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두세 시간 집중하면 끝낼 수 있는 분량이다. 본인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나태하게 보내서 자기가 정해 놓은 분량을 다 끝내지 못하면, 오후에도 그걸 붙잡고 있어야 한다.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만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어른으로 치자면 이런 것이다. 직장에 갔더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네 시간 성실하게 집중하면 딱 끝낼 일이 주어진다. 그 일을 모두 마치면 바로 퇴근할 수 있다. 이후론 자기 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일을 오후나 저녁까지 끌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셋째, 영상이나 전자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기기로 영상이나 게임을 접할 때 우리 뇌에서는 쉽게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리고 전두엽 부분만이 활성화된다. 그런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사람은 쉽게 무기력해지고 다른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현대의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영상 매체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건 학습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뇌가 상하고 있으며 그들이 삶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영화 관람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같이 영화를 보는 것으로 미디어에 대한 욕구를 갈음하는데, 그렇게 영화를 한 편 보면, 자녀들이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는 것을 본다. 이렇듯 영상은 오랫동안 우리 뇌에 잔상을 남기는 것이다. 미디어에 대한 적절한 통제 또는 절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습 효율이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동영상 본다고 게임 한다고 우리의 아이들을 다그치기만 할 게 아니라, 부모와 사회가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그들의 말랑말랑한 뇌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한다.

미디어처럼 지나치게 자극적인 요소가 최소화되어 있기에, 나의 자녀들의 오후 시간은 대체로 단조롭다. 시간이 많다고 매일같이 어디 좋은 데로 데리고 다니며 이것 저것 체험 교육을 시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저 집에서 또는 집 주위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피아노도 치고, 자연도 보고, 책도 읽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남들이 보면 너무 심심한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어떤 시간도 결코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마법을 갖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주위에서 재밌는 일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그들의 창의성이 폭발하는 시간이며, 그들의 정서가 평화로운 만족을 얻는 시간이다.

 

우리 사회 자녀는 공부 노예

요새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방과 후에 여러 학원을 전전하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통탄할 일이다. 어른들은 주 52시간 이하의 노동을 추구하지만, 막상 자기 자녀들에게는 주 52시간 이상의 지식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학대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그것은 네 미래를 위한 일이라며 그 일을 포장하기까지 한다. 그것이 위선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과거에 자기 시간을 자기 맘대로 쓸 수 없는 계층의 사람들이 있었다. 자기가 할 일을 주인이 모두 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침이건 저녁이건 그들은 시키는 대로만 했다. 오직 먹고 자는 시간만이 자신의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노예라 불렀다. 그런데 현대의 자녀들은 거기서 얼마나 다를까? 우리 사회의 자녀들을 공부 노예라 부른다 해도 그에 반발할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아보니 필자 자신도 공부의 노예로 자랐다. 청소년 시기의 기억을 아무리 훑어보아도 거기서 행복의 색깔을 찾기가 어렵다. 그 시기의 기억은 주로 회색 톤으로만 남아 있다. 하지만 내 자식에게까지 그런 삶을 물려줄 수는 없다. 그들만큼은 자기 시간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인으로 살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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