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삼] 김장하는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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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김장하는 날이 온다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2.11.23 09: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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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아내가 11월 마지막 주말에 김장한다3주 전에 예고(豫告)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3%가 넘고, 식생활이 간편식이나 외식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김장하는 가정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러나 우리집에서 김장김치는 여전히 겨울의 반양식(半糧食)’을 넘어서 1년의 반양식이다. 30년 넘게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많게는 100포기를 넘게 했다.

김장 날을 정()하는 것은 아내의 권한이다. 김장하는 날까지 아내의 발언은 갈수록 커진다. 김장이 끝날 때까지 필자와 두 딸, 그리고 나가서 사는 아들도 아내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식구들은 김장하기 전날과 당일에 모든 일정을 김장에 맞추어야 한다. 김장철에 아내의 권한과 역할이 커짐은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아내, 퇴직 후 주말농장 30평 경작

우선 김장에 필요한 채소를 직접 생산한다. 아내는 퇴직 후 3년 전부터 주말농장 30평을 경작하고 있다. 배추, 무우, , 대파, , 당근, 부추 등 김장에 필요한 채소를 모종과 종자로 심어서 가꾼다. 모종과 종자에 관한 파종 방법과 시기를 경험자들에게 묻고 관련 유튜브도 듣는다. 고구마, 오이, 토마토 등 기존의 작물을 수확한 후 땅을 파고, 거름을 주고, 파종을 가능케 하는 땅 정리는 필자가 한다. 낫질과 괭이질, 삽질은 초등학교 때부터 해서 익숙하다.

아내는 1주일에 한두 번은 밭에 가서 물을 주고 솎아 주고 병충해 관리를 꾸준히 한다. 10월에는 솎아낸 무우와 얼갈이배추로 물김치와 숙주나물도 해 먹는다. 김장에 필요한 채소를 파종하여 기르고, 수확하면서 아내는 즐거움과 자존감이 한 층 커진다. 올해는 작년보다 배추를 20포기 이상 더 심었다. 갓은 돌산갓까지 심었다. 대파는 씨로 뿌려서 몇 번을 솎아 주고, 옮겨심어서 김장뿐만이 아니라 연중 먹어도 넉넉할 것 같다.

 

꼭 이렇게 김장해야 하는가? 욱~하다가도 

다음은 양념과 젓갈 준비다. 마늘은 여름에 상품(上品)으로 육종 마늘 세 접을 산다. 2~3일 걸려 세 접을 손으로 까서, 한 접은 김장 양념으로 두 접은 1년간 양념으로 다져서 보관한다. 마른 고추를 15근 정도 추석 전에 사서 아파트 공터에서 살짝 말린 후 방앗간에서 고춧가루로 찧는다. 해마다 10월 말에는 강경으로 젓갈을 사러 간다. 새우젓을 기본으로 황세기(조기 새끼), 멸치액젓 등을 사서 끓인다. 올해는 그동안 사서 쌓아둔 젓갈이 많아서 강경 가는 길은 생략했다. 젓갈 끓일 때 큰 솥이 뜨겁고 무거워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옆에서 도우면서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라는 욱하는 마음도 든다. 젓갈로 감칠맛이 나는 김치를 떠올리면서 참는다. 아니 허리가 아프고 신경이 곤두선 아내의 수고에 말문을 닫는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다르게 양념 한 가지가 추가된다. 팔덕면 고향 동네 어른이 좋은 밤을 많이 주었다. 마늘과 밤 등을 까고, 젓국을 준비하는 데 돕기는 한다. 그러나 태반을 아내가 김장하는 날에 맞추어 틈틈이 챙겨간다.

 

배추 직접 수확해 간절임

김장은 무김치, 갓김치, 파김치, 동치미도 담지만 주()는 배추김치다. 배추김치의 맛은 간절임에서 상당히 좌우된다. 그래서 일손도 덜고, 간절임에 어려움을 덜기 위해 절임 배추를 사서 담는 가정이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배추를 밭에서 수확하여 손질하고, 쪼개서 간절임을 직접 했다. 간절임은 성공적이었다. 방법은 쪼갠 배추 포기를 크고 튼튼한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천일염과 물을 적절하게 넣는다. 저녁 내내 시간을 맞추어 앞뒤로 봉지를 통째로 몇 번씩 뒤집어 눌러 놓으니, 간절임이 골고루 잘 되었다.

 

가사노동의 위대함

어느 조직에서나 맡은 일을 확실히 하는 사람이 발언권이 세고 독립적이다. 김장하는 날 제대로 배워야 퇴직 후 독립을 꿈꿀 수 있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사노동의 위대함을 알고 실천해야 철이 든다.

11월 초 순창군청 건강·장수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쿡-골드 요리 과정 연수에 참여했다. 고등어 조림, 멸치볶음, 계란말이는 실습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김장철이다. 철이 더 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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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2022-11-24 16:24:36
인간에게 손의 위대함을
확인시켜 줄 때가
노동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중해 2022-11-23 13:43:36
가사노동의 가치와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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