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 지방소멸위기, 소속감과 행복감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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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 지방소멸위기, 소속감과 행복감이 대안이다
  • 구준회
  • 승인 2022.11.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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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풍산 두지)

지난 주말, 지인들이 순창으로 놀러와 12일을 함께 했다. 채계산 출렁다리를 건너며 본 적성 뜰의 모습에 그들은 연신 탁 트인 시야와 경관에 감탄하며 늘 이런 풍경을 보고 사는 필자의 삶이 부럽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시골에 사니 어떤지 물었다. 그에, 도시나 농촌이나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인데 뭐 다를 것이 있겠느냐는 답으로 말문을 열었다. 다만, 이렇게 한 번씩 농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농촌이 휴식의 공간이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라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인구감소,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고, 농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와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촌 인구가 도시보다 적다고 하여 농촌이 홀대받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농촌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

농촌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 중 관광지 기능은 일부분일 뿐인데, 농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관광지 기능이 전부인 양 치부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자신도 고향이 농촌이라는 지인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서 살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 같아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힘들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다 하였다.

그러면서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냐 물었다. 이에, 현재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성장 일변도의 국가정책이 변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성장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것이 희생되고 하찮게 여겨졌던 산업화 시대의 구조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분배의 구조로 전환해야한다 말했다.

필자가 사는 두지마을 인구는 50여명으로 크지도 작지도 않다. 오래전 1980년대에 20대의 나이로 농민운동을 위해 농촌으로 온 선배부터 최근에는 4년 전에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교육을 통해 정착한 세대까지 청년세대가 아홉 가구로 비교적 많은 마을임과 동시에 정월대보름행사, 작은 음악회, 요가교실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된 마을이다. 코로나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행사를 치르지는 못했으나, 마을 주민들은 어르신, 청년 할 것 없이 한 가족처럼 서로 챙기며 지낸다.

목공에 취미와 재능이 있는 주민은 간단한 가구를 만들어 필요한 이웃에게 나눠주고 마을주민 누군가가 일손이 필요하여 도움을 청하면 열 일 제쳐두고 함께 일을 돕는다. 어느 집에선가 특별한 음식을 하면 삼삼오오 모여서 작은 잔치가 벌어진다. 얼핏 이런 일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러한 소소한 일상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인구감소 현상이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순창이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공동체성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고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온다고 해도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인류학자들은 말한다. 그러한 사람의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돌봄이다. 우리 주위에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부터 어린아이들까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 코로나 이전에는 노인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정책으로 홀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농촌사회학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농촌사회가 갖고 있는 장점인 돌봄의 기능을 마비시킨다고 말한다. 마을공동급식의 중단으로 어르신들이 느끼는 고독감과 고립감은 더욱 커지고 영양의 불균형으로 건강상의 악화까지 증대되었다는 분석이다. 공동체성의 붕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최소한 농촌사회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촌이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고,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이웃과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농촌사회의 특성이고 지켜야 할 가치이다. 농촌을 농촌답게 지켜나가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소속감과 행복감을 느낄 때 지방소멸위기는 극복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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