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고찰] 군청 앞 응향각과 순창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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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고찰] 군청 앞 응향각과 순창 판소리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2.11.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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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청 주변은 고려시대부터 구한말까지 1000년 넘게 관아와 객사, 향리(아전)의 집무실이 있던 관청거리였다. 그래서 고려 말부터 여러 누정(누각과 정자)이 세워지곤 했다.

그 중에서도 군청 앞 백련을 심은 연못 응향지 변()에 자리했던 응향각(凝香閣)은 건물이 연못물에 반쯤 잠겨 있고, 연못에 배를 띄워 뱃놀이를 즐기는 풍류처였다. 1651(효종 2)에 군수 임성익(林聖翊)이 만들어 1938년까지 존재했다 하니 300년 넘게 순창 대표 건물로 자리한 셈이다. 의병장이자 순창군수를 역임한 고경명, 실학자 정약용, 시조작가 이세보 등 순창을 방문한 수많은 명사가 이곳 응향각에서 한시와 시조를 남겼다.

며칠 전 순창군정사지(1998, 순창군)을 열람하다 응향각 건물은 순창읍 남산마을 마을회관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당시 현판이 보존되고 있다라는 구절을 보았다. 현판이 보존되어 있다는 반가움에 지인과 함께 급히 가남리 남산마을을 찾았다.

남산마을에 도착해 주민 몇 분에게 응향각 현판에 대해 물었다. 그 중 한 주민이 구 마을회관 왼쪽 방에 보관돼 있던 현판이 썩어서 십 수 년 전에 폐기처분되었다라고 한다. ‘잘 보관했으면 훌륭한 향토문화재였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지난 21) 밤에는 2022카타르월드컵 개막식 무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 메인 보컬 정국이 공식 주제곡 <드리머스>(Dreamers)를 부르는 모습을 시청했다. 새삼 한류로 통칭되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이 그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각각 아카데미상과 에미상 시상식에서 여러 부문을 수상하고, 2020년 기준 세계 각국 한류동호회 가입 회원 수는 총 1억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격세지감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는 패배감과 자기 비하에 젖어 있었다. 해방 이후에도 남북분단으로 인한 불안감과 가난의 질곡 속에서 우리는 서구화·공업화·도시화가 곧 근대화이며,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것들은 모두 비능률적이며 버려야 할 것이라 교육받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초··고 음악시간에 판소리는 아예 가르치지도 않았고, 음악교과서에 실린 몇 개 민요마저 가곡식으로 불러야 했다. 그렇게 우리 전통과 무형·유형 유산들은 소외되었다.

그러다가 점차 산업화에 성공하고 민주화투쟁이 정점을 치닫던 1993,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된 영화 <서편제>는 우리를 되돌아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임권택 감독 작품 <서편제>196일 동안 1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사에서 단일관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최초의 영화이다. 같은 해 세계 흥행 1<쥬라기공원>의 서울 관객이 106만이었으니, 전국 474개 극장(2020년 기준 스크린 수는 3015)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요즘 같으면 1000만 관객을 가볍게 넘겼을 것이다.

이 영화 성공으로 서편제 신드롬이 생겼고, 다음 해인 1994년이 국악의 해로 정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판소리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외면 받아왔던 전통적인 우리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후 30년 동안 우리 순창군과 군민은 무엇을 했던가? 서편제를 창시한 박유전은 복흥면 서마리 마재(현재의 하마마을) 출신이다. 순창은 조선 후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남원·고창·보성 등과 함께 판소리 산실 중 하나였다. 조선 후기 8명창 중 서편제 창시자 박유전, 김세종, 장재백 세 명창이 순창 출신이었다. 초창기 여류명창도 순창과 인연이 깊다. 최초의 여성소리꾼 진채선, 금과에서 거주한 장판개 명창의 제자이자 반려자 배설향, 적성 매미터에서 소리 공부에 매진했던 일제강점기 최고 인기스타 이화중선 등이 그렇다.

이런 엄청난 자원을 우리는 전혀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순창판소리 부활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보자.

순창판소리 기념관을 건립하고,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순창 출신 국악인들에게 순창국악원을 맡겨 체계적 소리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 아래서는 남원 판소리를 위해 전념할 남원 출신 국회의원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군의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 군민과 향우들의 지지, 순창 출신 국회의원의 지원을 기대해야 한다.

 
림재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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