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공공의대를 전국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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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공공의대를 전국 곳곳에
  • 문정주 의사
  • 승인 2022.12.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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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주 의사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 저자

정확히 2년 전, 전공의들이 파업을 끝내고 병원으로 돌아갔다. 인턴과 레지던트가 모두 파업하는 바람에 전국 큰 병원마다 보름 동안 응급, 수술, 입원, 외래진료 전반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방안(2020.7.23)에 반발해 벌인 파업이었다. 인구당 의사가 OECD에서 꼴찌 수준인 현실에 의사 증원이 절실한데도 의협은 정원 확대가 무분별하다고 했다. 전공의들도 방안을 철회하기를 요구했다.

파업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를 쏟아 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 의사가 병원을 박차고 나간 데다, ‘전교 1이라야 의사가 된다는 오만한 홍보물까지 뿌리니 비난이 들끓었다. 차가운 국민 여론이 뒷심이 되어 주었지만, 결국 정부는 의료 대란을 끝내기 위해 앞서 발표한 정책 방안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때는 코로나19 감염이 번져 나가던 첫해 여름이었다. 초봄에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시작한 대유행이 가라앉고도 집단 감염이 계속되었다. 환자는 발생하는데 사립병원이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아 전체 중 겨우 5퍼센트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입원환자 80퍼센트를 치료했다. 집단 감염이 일어난 지역에서는 병상이 부족해 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치료하는 예가 빈번했고 제때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환자도 있었다. 과중한 근무 부담에 공공병원 의료진은 지쳐 갔다.

공공의료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지역별 공공병원을 확보하고 공공의료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커졌다. 정부가 떠밀리듯 정책 방안을 마련한 배경이고, 이를 발표하는 회의장 정면에 공공의료 인력 확충이라 써 붙인 배경이다.

그런데 정부 발표는 오히려 공공의료 확충에 찬물을 끼얹었다. 의대 정원 400명 확대, 지역의사(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 양성, 공공의대 2024년 개교 등을 발표했으나 기대했던 공공병원 신·증축, 의사·간호사 공직 확대 등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공의료 강화 문구는 귀퉁이에 양념처럼 끼어 있을 뿐이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해 얻는 효과는 사립 의대에 학생을 늘리고 사립병원에 의사 고용이 수월하게 되는 데 그칠 것이라 예상되었다.

당장 반발이 터져 나왔다. 매스컴에는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주장과 파업 움직임만 크게 보도되었지만, 실은 정부 방안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며 철폐를 요구한 쪽은 그간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해 온 단체들이었다.

발표 바로 다음 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노동건강연대 등은 합동 성명을 내 방안 폐기를 요구했다. 정부 방안이 공공의료 인력 양성이 아닌 사립 의대와 사립병원에 혜택 몰아주기와 다름없음을 지적하며 공공의료를 위한 의사 증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방안에서 가장 비판받는 대목이 확대 정원을 배정받을 의과대학 선정이다. 400명 중 대다수인 300명을 지역의사로 양성하며, ‘의사 수 부족 지역 및 소규모 대학(정원 40인 또는 49)’을 우선 고려해 선정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의대는 전국에 17개로 울산대(현대아산그룹), 성균관대(삼성그룹), 인하대(한진그룹), 가천대(길병원), 차의과대(차병원), 건국대충주(건국대병원) 등 대부분 사립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 산업 재벌과 병원 재벌이 앞다투어 설립했다. 설립 인가 과정에 정치권 압력고위층 입김이 뜨겁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정부가 무더기로 인가를 내주는 대신 정원을 제한해 규모가 작다.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 매머드 병원을 거느린 재벌이 겨우 학생 40여 명인 소규모 의대를 인가받아 설립한 것은, 크든 작든 의대가 있으면 이를 지렛대 삼아 병원이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만큼 높은 사회적 위상과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누리는데 그중 병원 경영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교수 직위다. 핵심 인력인 의사에게 교수 직위를 부여해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그를 정점으로 한 직업 피라미드를 통해 젊은 전공의의 노동을 낮은 임금으로 이용하니 경영에 이보다 더한 이점이 없다.

이들 의대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공통점이 지역 학교라는 외피다. 이는 설립 당시 정부가 인가를 내주는 정치적 명분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웠던 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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