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웅] ‘과장님 모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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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웅] ‘과장님 모시는 날’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2.12.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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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여 전, 인터넷 기사들을 읽다 우연히 과장님 모시는 날관련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보며 일반 직장이나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할 일이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순창군에도 이런 날이 있나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 의문을 잊어갈 때쯤 우연히 한 군청 공무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순창군에도 과장님 모시는 날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그는 이런 날이 있다는 것을 최영일 군수도 알고 간부회의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고 얘기했다. 최 군수에게 이를 확인하니 모두 사실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푸념하듯 나온 과장님 모시는 날은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과장님 모시는 날기사를 떠올리게 했다. 그 공무원에게 취재해서 보도해야겠다고 말하자 보도하면 간부 공무원들은 기자님을 많이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군청 여러 부서를 취재했다. 취재한 부서에는 모두 과장님 모시는 날이 있었다. <열린순창>풀뿌리 언론연대소속 도내 지역신문 기자들과 해당 내용을 공유했고, 일부 지역 시청과 군청에도 과장님 모시는 날이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지난해 대전시의 한 9급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9급 공무원의 지인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극단적 선택한 공무원의 어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 징계와 공무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보호해달라며 법 개정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이후 대전시청 젊은 공무원들이 주도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자 대전시 주니어보드(DMZ)’라는 단체를 만들어 불합리한 관행 없애기 분야에서 호칭제 개선하기,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기, ·과장 모시는 날 없애기 워라밸 실천 분야에서 눈치 보지 않고 유연근무 사용하기, 회식 강요 없는 건강한 회식문화 만들기, 휴가 사용 적극 권장하기 수평적 소통 활성화 분야에서 익명 소통게시판 설치하기, 신규 공무원의 공직생활 적응 지원하기 등, 3대 분야, 8대 역점 과제의 조직문화 개선안을 제시했고, 대전시는 이를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순창군청은 어떨까? 우연히 과장 모사는 날존재를 전한 공무원이 없었다면, 이 불합리해 보이는 일이 개선될 수 있을까? 이런 매우 불합리하고 부적절해 보이는 사실이 보도되어도 형태만 달라진 채, 비슷한 일은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블라인드앱에는 과장님 모시는 날에 대해 이런 내용이 공론화 되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댓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악습을 완전히 끊어내려면 공론화와 함께 공무원들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심해 보이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일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져도, 피해자가 2차 피해나 인간관계 등을 걱정하며 눈치 보는 내부 분위기에서 공직사회 스스로 개선할 수 있을지 미덥지 않다.

최근 계속 말하고 있지만, 문제는 덮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피해나 피해자를 만들어 내고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각자가 용기 내어 밝혀야 하는 이유다.

과장님 모시는 날은 그 자체로도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도 취재해서 보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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