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순창 초등학생·중학생기자단과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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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순창 초등학생·중학생기자단과의 1년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2.12.2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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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현장을 발로 뛰면서 눈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심장으로 듣는 사람입니다. 기자는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가슴이 있어야 하고 뜨거운 열정과 냉철한 이성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누구를 살리지는 못해도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기사를 쓴다는 건 그래서 쉽지 않고, 때로는 위험한 일입니다.”

지난해 5월 순창여중 기자동아리 학생들에게 신문처럼 문자화된 기록물로 지식·정보를 얻고 이해하는 능력 교육을 시작하면서 처음 들려줬던 말입니다. 순창에 정착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요, 시골 농촌에서 나고 자란 중학생들과 어떻게 잘 어울리며 좋은 기사를 쓸까를 고만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중학생들과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기자교육은 즐거웠습니다. 저는 기사를 쓰는 법, 사람을 인터뷰 하는 요령,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FACT·팩트)에 접근하는 방법, 사진 찍는 요령 등 기사쓰기 이론부터 실습까지 하나씩 하나씩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자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매주 제가 쓰는 <열린순창> 신문 기사를 사례로 어떻게 기사를 작성했는가를 들려주면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간간이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기사 중에서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다음 뉴스에 노출되며 달리는 댓글의 반응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학생들은 <열린순창> 종이신문과 <오마이뉴스> 인터넷신문에 실린 제 기사들을 보면서 기사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어떻게 인식되는지 실전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28일 순창여중 학생들은 저와 함께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신문 창간호 <자갈자갈>(16)을 발행했습니다. 모든 지면은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하고 취재한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모든 기사에는 ○○○기자라고 실명이 달렸습니다. 비록 수천 부밖에 인쇄하지 않은 순창여중 학교신문이지만, 신문에 자신의 이름으로 쓴 기사는 어엿한 기사입니다. 역사적으로 가치있고 의미 있는 기사입니다.

창간호를 받아 든 순창여중 학생 기자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학업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 과정에서 학생들이 땀 흘려 발품 팔고 손품 팔며 직접 작성한 기사였기에 기쁨이 커 보였습니다.

올해, 순창여중 기자동아리 수업은 시즌2를 맞이하며 학생들만 바뀐 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는 순창초등학교 어린이기자단 교육이 추가됐습니다. 지난 5월부터 수·금 오후에는 50분씩 순창여중 교육을, 목 오후엔 1시간 20분씩 순창초등학교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12월의 끝머리가 보입니다. 주간 신문을 발행하며 학생들과 기자 교육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바쁜 건 그렇다 쳐도, 매 시간 뭔가를 준비해 가야 하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기사는 매번 새로운 최신 기사로 보여주고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직접 취재한 기사에 대해 뒷이야기를 들려줘야 했습니다.

순창초등학교 어린이기자단 21명은 힘을 합쳐서 지난 112일 학교신문 창간호 <모여봐요 순창초>(16)을 발행했습니다. 기사가 뭔지도 전혀 몰랐던 초등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최영일 군수 인터뷰, 생태체험관 탐방기, 순창 농특산물 한가위 직거래장터, 순창 지역 골프장 확장 문제, 재활용쓰레기 문제, 인구감소 문제 등 다양한 분야를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13살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른인 제가 이해하는 세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기자의 시선은 각자 다를 수 있다고, 아니 달라야 한다고 강조해 교육을 했지만 막상 기사로 접한 어린이기자단의 시선에는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순창여중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지난해 창간호에 이은 학교신문 제2<자갈자갈> 발행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주말 쉬는 시간을 반납하며 최선을 다해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새벽에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사진과 기사를 전송할 때면 깜빡 놀라기도 하지만, 기자로서 세상에 아름다운 물음표를 던지는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초등학생·중학생 기자들과 함께 한 1년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기자는 기사로서 말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만든 학교신문을 볼 때마다 “2022년이 참 행복했다고 기억될 겁니다. 덕분에 기자쌤도 많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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