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담농사일기(31)날씨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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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담농사일기(31)날씨 걱정
  • 차은숙 작가
  • 승인 2023.01.1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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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숙(글 짓는 농부)

 

폭설이었다. 세밑에 사흘이나 내린 폭설이 순창을 덮었다. 평균 적설량이 40센티가 넘고, 쌍치는 67센티였다고 한다. 학교가 휴교를 하고 길이 통제되었다. 눈이 내리는 동안 우리도 하우스가 무너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눈이 쌓일 때마다 걱정은 쌓였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무섭기까지 했다. 눈 때문에 이렇게 큰 걱정을 해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걱정을 하다 보니, 농사짓는 일이 걱정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시대로 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어서 기록적인이라는 수식을 붙여야만 했던 폭우와 폭염에 이어 폭설까지 말 그대로 사계절의 날씨가 계절마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사납다.

 

날씨와 가장 밀접한 농업

 

 

지구촌 곳곳에서 지금까지의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폭염과 가뭄, 폭우, 폭설과 한파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균형을 이뤄왔던 자연은 치유 불가능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고,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의 위기라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기후위기의 맨 앞자리에 날씨와 가장 밀접한 농업이 있다. 농사를 짓는 5년 동안 폭우로 하우스가 잠기기도 했고, 바로 뒤에 거짓말 같은 폭염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어느 해는 태풍으로 벼가 몽땅 논바닥으로 쓰러지기도 했었다. 올 겨울에는 눈이다. 농사짓는 일은 언제나 날씨 걱정이 앞서는 일이겠지만 이제 재난처럼 되어버린 기후가 버겁기만 하다.

 

풍년이 든다는 말

예전에는 12월에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 반겼다고 한다. 눈이 많아야 겨울을 나는 보리가 눈에 덮여 있어 보온이 되고, 초봄에 눈 녹은 물이 땅으로 스며서 보리가 잘 자라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또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면 모내기 때도 비가 잘 온다고 믿었다. 그러니 눈은 반가운 것이었다.

또 처마 끝에 고드름이 굵고 길게 열리는 것도 풍년의 전조로 여겼다. 눈이 내리고 날이 추워야 고드름이 열리고 이는 논밭의 해충이 모두 사라져서 풍년이 든다는 것이다.

날씨에 대한 속담은 옛사람들의 경험과 소망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예측을 한 것이었다. 그 시절에는 눈이 많이 와서 오도 가도 못해도 길이 미끄럽고 불편해도 이듬해의 풍년을 기대하며 흡족했으리라. 그런데 그 시절에 비해 엄청난 과학기술을 축적한 우리는 오히려 그런 예측이 어려워졌다.

눈이 내리고 굵은 고드름이 길어지는 모습을 보며 풍년 들겠네!’ 하며 순수하게 기뻐하던 시절에서 너무 멀어지고 만 것이다.

 

입춘, 봄을 기다리며

폭설이 내린 지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 내린 눈이 산자락 응달이며 들판에도 남아 있다. 폭설 때문에 봄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일도 멈춰있었다. 아침마다 하우스에 가보기는 하지만 모든 게 얼어 있었다.

우선 할 일은 토마토 줄기를 치우는 일이다. 트럭을 대고 밖으로 치워야 하는데 진입로가 눈에 덮여 얼어붙는 바람에 아무 것도 못하게 되었다. 새해가 되고 며칠을 기다려도 눈은 녹지 않았다. 날은 추워지고 추녀 끝 고드름만 길어졌다.

이러다가는 봄 농사 일정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눈을 치우고 비질을 했지만 눈을 치운 자리는 또 얼음이 얼었다. 망치로 얼음을 깨고 나서 또 비질을 하고 나서야 진입로가 확보되었다.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 일을 눈 때문에 열흘 가까이 하지 못한 셈이었다.

이제 끈끈이 트랩을 떼어내고, 멀칭 비닐을 걷어서 치워야 한다. 그 다음에 유인줄까지 정리해야지. 더디 자라는 청보리에 물을 한 번 더 줘야 하는데 추위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도 날씨 걱정 속에서 움직여야만 한다.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제 거름을 내고 밭을 갈고 두둑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또 올해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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