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주민 자치 시대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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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주민 자치 시대와 마을
  • 김효진 이장
  • 승인 2023.01.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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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이장(풍산 두지)

몇 해 전에 필자가 사는 곳 주변 옥출산 자락에 대규모 퇴비공장이 들어선다고 하여 급히 <면 대책위>를 꾸려 막아낸 적이 있다. 그 이후 대책위는 활동을 접고 해체되었지만 우리 면 지역사회에 환경관련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에 쓸 요량으로 대책위 통장은 총무였던 필자가 관리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 개인이 장기간 관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느껴져 지역사회에 이월하겠다고 이장단 회의에 제안했다. 의견이 분분했다. 면 이장단협의회에서, 면민회에서 혹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관리하자는 의견들이었다. 만약 주민자치회가 설치, 운영되고 있었더라면 갑론을박할 이유가 있을까, 아쉬웠다.

202112월 말 기준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주민자치회가 설치된 읍··동의 숫자는 136개 시··구에서 1043개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이름은 주민자치라지만, 실제로는 여가 문화 프로그램을 위주로 한 동아리 활동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천여 개가 넘는 읍··동 지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자치를 실험하고 있다 하니, 이제 주민자치를 명실상부하게 복원하고 실현해 내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동에서 주민자치로 활력을 되찾자면 시··구로 집중된 예산과 행정 인력을 되가져오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마을자치를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마을의 현안과 과제를 푸는 방식을 잠시 살펴보자.

먹고사는 문제야 애초부터 답이 없다. 예컨대, 쌀값을 비롯한 농축산물 가격 보장이라든지, 지속가능한 영농을 위한 주민들의 요구 등을 수렴할 마땅한 통로가 없다. 고작 서울에 데모 가서 아우성치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지방의회와 자치단체가 농업문제와 관련해 주민들의 요구를 입법하여 집행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마을개발과 관련하여선 지역마다 성격은 다르나 마을숙원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이것도 성에 차지 않으면 시군청 농촌개발과(농촌활력과)에 문을 두드려 각종 정책 공모사업에 응모하기도 한다.

생활면에서 보자면, 마을 내 불문율로 지켜오던 여러 관례와 질서는 오간데 없고, 주민 사이에 불거지는 갈등이나 반목마저도 마을 내에서 풀지 못한 채 고소, 고발 등 에 내맡기는 수준으로 전락하였다. 마을공동체에 갈등을 조정하고 풀어내는 장치뿐 아니라, ‘어르신도 사라지고 안 계신다. 당산제 등 다양한 마을공동체 문화도 두레, 품앗이 등 노동 부조가 사라지면서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노인복지 분야는 행정의 지원 없이는 마을에서 풀어갈 엄두를 못내는 현실이다. 이처럼 마을은 마치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중환자처럼 행정의 관여가 없으면 언제,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오랜 역사 속에서 자치의 경험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아 왔다. 가까이는 해방 후 인민위원회가 있고,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갑오농민군이 직접 집강소를 설치, 자치를 실현하기도 했다.

조선 초기 중앙집권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지배 수단으로 향약이 존재했으나, 임진왜란 이후에는 성격이 변하여 대다수 하층민의 자치를 위한 촌계(동계) 형태로 진화하였다. 동제(당산제, 우물제, 탑제 등)를 모시고, 두레패를 조직하여 공동노동을 통해 상부상조하였다. 이 밖에도 촌계에서는 제방·교량·동사(마을회관) 등 마을 공공시설을 보수·유지하는 일도 하고, 촌회를 열어 임원을 선출하는 등 마을민주주의와 주민자치를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현재 농촌은, 여전히 사람은 없고 활력은 미약하다. 그래도 시선을 마을에 두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마을의 현안과 과제를 정리하는 작업부터, 주민자치의 당사자인 주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당장 시작하자. 이장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일도 시급하다. 면사무소 말단 공무원이 아닌, 주민들의 대표자로서의 위상과 역할 말이다.

그리고 마을개발 중심의 개발위원회 조직체계를 극복하여 마을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마을 현안을 전체 주민들이 함께 논의하고, 문제 해결에 적합한 마을 조직도를 다시 그리면 어떨까.

마을자치회 구성으로 귀결되는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복원은 잠시 잊고 살았던 우리의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내는 일이자, 지역소멸로 표현되는 출구 없는 농촌마을을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단초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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