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번 명절에는 코로나 때문에 내가 아이들한테 (순창에) 오지 말라고 했지. 이번에는 온다니까 고기도 사고, 생선도 좀 샀제.”
“오랜만에 아이들이 온다니까 기다려지지. 손자랑 손녀도 볼 수 있응게. (짐꾸러미를 가리키자) 이거? 아이들 먹이려고 갈비 사고, 낙지 사고, 과일 좀 샀제. 하하하.”
설을 일주일 앞둔 읍내 대목장날인 지난 16일 오전 9시 30분 무렵, 서둘러 장을 보고 장터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댁으로 돌아가려는 버스를 기다리던 팔덕면 주민 두 분은 “무엇을 사셨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두 분은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같은 팔덕이라, 월곡하고 강천, 마을끼리 가까운 게 장날이면 친구처럼 함께 다녀”라고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온도계는 영하 5℃를 가리키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체감 기온은 그 이하였다. 하지만 장터 곳곳은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처음 맞는 설 차림을 준비하는 주민과 상인들로 북적였다.
특히 정육점과 수산물상점은 가격 흥정으로 유쾌한 소동을 벌이며 현금을 주고받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연신 대가리를 쳐내며 생선을 손질하기 바쁜 한 상점 주인은 “날씨는 추워도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니까 모처럼 장사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한 복흥면민은 “군에서 지원해 준 (쌍치·복흥) 장보기 공용차량을 타고 읍내까지 오니까 명절 장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면서 “오늘 날씨가 춥긴 하지만 주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한편, 오전 10시 10분 무렵 공용버스터미널에는 최영일 군수와 공무원, 신정이 군의회 의장과 군의원 등을 포함해 군내 각 기관·단체 회원 수백명이 ‘설맞이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진행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시열 청년회의소 회장은 “매년 회원들과 함께 명절 장보기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며 “오늘도 설 차림용 물건을 구입하는 작은 동참이 상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 기관·단체 회원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각자 장바구니를 하나씩 손에 들고 장터로 흩어졌다. 군민들은 서로 부대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정겨움을 장바구니에 가득 채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