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조합장 선거를 두고 ‘깜깜이 선거’라고 한다.
조합장 선거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과 달리 예비후보자 기간이 따로 없고, 선거사무소나 선거운동원 없이 오직 후보 본인만 운동이 가능하며, 연설회나 토론회가 금지되는 등 현직 조합장 외에 후보나 신인 후보들이 얼굴을 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8조(호별방문 등의 제한)에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선거인(선거인명부작성 전에는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를 포함한다)을 호별로 방문하거나 특정 장소에 모이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의 집이나 밭, 축사 등에 방문할 수 없어 조합의 일정에 따라 조합원과 만날 기회가 자연스레 주어지는 현직 조합장보다 조합원을 만날 기회 등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제한 때문에 현직 조합장을 제외한 많은 후보들로부터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여러 제한들이 많아 현직 조합장에 비해 조합원들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가 많이 부족하다.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다”는 취지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조합장 선거가 선관위 위탁선거로 바뀌며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매번 나오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에 지지부진하다.
이처럼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정의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 제2회 조합장 선거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연고에 의존한 금품선거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4억 원을 쓰면 떨어지고 5억 원을 쓰면 붙는다는 ‘4당5락’이 횡행한 터”라며 조합장들은 고액 연봉, 직원 임면권, 예산 및 사업 재량권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선거자금 회수에 사용한다는 게 이들 노조의 시각이다. 조합원과 지역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직 조합장들은 깜깜이 선거가 다음 선거에서도 자신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장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지역 국회의원과 농협중앙회 등을 압박, 개선할 수 없도록 한다”며 “지역에 미치는 조합장의 권력이 막강하다 보니 표심을 얻어야 하는 국회의원이나 경영협조를 구해야 하는 농협중앙회 모두 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선거법을 개정해야 깜깜이 선거가 개선되고 금품선거도 줄일 수 있는데, 현직이 선거에서 크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다수 조합장 등이 법을 개정할 수 없도록 국회의원을 압박하고, 법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의 조합장들이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 이런 압박에 법 개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사실이라면 조합원과 나아가 국민이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바로잡아야 하는 ‘악순환’이며 ‘카르텔’이다.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하루 빨리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반성하게 된다.
이번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기자는 독자와 조합원 알 권리 충족과 후보자의 공평한 정보전달을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 조합별 현안 등을 질의하려 했으나 각 조합의 사전지식 등이 부족했다. 기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에 독자와 조합원들에게 사과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