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민영화에 큰 관심, 불평등에는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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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민영화에 큰 관심, 불평등에는 무관심
  • 문정주 의사
  • 승인 2023.03.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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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주 의사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 저자

우리나라에 병원(큰 병원을 말한다. 흔히 의사가 진료하는 곳이면 개인의원과 종합병원을 가리지 않고 병원이라 부르지만, 의료법에서 의원(clinic 또는 office)은 주로 외래진료를 하는 작은 기관이며 병원(hospital)은 입원환자 진료를 위해 30개 이상의 병상과 다수 의료진을 확보한 큰 기관이다.)이 많으나 주로 도시에, 그중에서도 대도시에 치우쳐 있다. 농어촌에는 응급과 분만에 이용할 병원이 없고 간단한 입원이나 수술도 할 데가 없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의료를 시장과 사립병원에 맡겨 둔 결과다.

지난 2021년 가을, 대통령 후보를 정하려고 정당마다 경선이 한창일 때, 초선으로 정치 경험이 짧은 국회의원이 보수 정당의 경선에 출마해 눈길을 끌었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대통령이 되겠다며 포부를 밝히는 그를 보고 있으려니 내 마음이 착잡했다. 그는 공공의료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특히 공공병원 신·증설에 목청 높여 반대하던 연구자 출신이다.

몇 해 전 그가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려고 발표한 연구 보고서가 희한했다. 일정한 지역에서 인접한 시군으로 향하는 통행량을 측정해 도착지로서 비중이 3퍼센트 이상인 범위를 생활권이라 정하고, 이 범위 안 왕래는 출퇴근이나 장보기 등 생활 측면으로 볼 수 있어타지 이동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설사 병원이 없는 지역이라 해도 주민이 생활권안에서 병원을 이용할 수 있으면 그곳을 의료취약지역이라 여길 이유가 없다면서, 이렇게 분석할 때 우리나라 땅에는 의료취약지가 불과 몇 군데 되지 않아 공공병원 신·증설이 타당하지 않다는 게 결론이다.

그 연구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던 것은 분석 결과로 내놓은 생활권의 범위였다. 전라북도를 예로 들었는데 도내 14개 시군 중 6개를 합친, 다시 말해 서울시를 여섯 개 합친 넓이에 해당하는 면적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 놓았다. 그 경계 안 왕래가 총 통행량 중 3퍼센트를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그처럼 넓은 면적을 생활권이라, 그곳에서 왕래는 내부 이동일 뿐 타지 이동이 아니라는 데에는 어이가 없었다.

만약 그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에서 은평구 주민이 송파구 아산병원에 진료받으러 간다고 하면, 또는 강서구 주민이 노원구 상계백병원에 간다고 하면, 먼 길을 가니 고생이 많다고 안쓰럽게 여길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곱절로 멀리 가야 병원에 닿는 농어촌 주민에게는 통계적으로 보아 생활권 내부 왕래라며 대수로운 거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평등에 대한 합리화이고 연구를 빙자한 오만에 가깝다.

오히려 그의 연구 결과는 공공병원 신·증설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드러내 주었다. 시군을 넘나드는 긴 통행이 일상적이라는 사실은 지역별 자원이 얼마나 부족한지, 농어촌 주민이 일상의 필요를 해소하는 데 얼마나 큰 부담을 지고 있는지, 국가가 그동안 국민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보여 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발언권을 크게 갖는 전문가 중에 지역 간 불평등에 무관심한 이가 적지 않다. 특히 시장만능주의가 정책 기조이던 이명박 대통령 시절, 의료 민영화가 선진화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에 마치 불평등이 없는 듯이, 또는 무시해도 될 가벼운 문제인 양 말하곤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2년째에 의료제도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내게 맡겨진 공공의료에 관한 발제는 그저 양념이었고 그날 순서의 핵심은 의료 민영화의 대표 논객인 대학교수의 발제였다. 그는 영리병원 허용 등 선진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정부 의지가 부족하고 국민 의식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라고 했다.

어떤 단체의 대표라 소개된 중년 남성 의사는 언제까지 공공의료 확충에 돈을 쓸 거냐. 비효율적인 공공병원을 놔둘 이유가 뭐냐라며 불만스러워했다. 마이크를 쥔 거의 모두가 공공의료에 적대적이었고, 세계화와 함께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시대가 왔다며 분권과 자율로 경쟁해야 하고 소비자를 위해 영리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서운 기세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닥치자 민영화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감염병 대응을 민영화하라같은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그들도 실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공공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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