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사람처럼' 무늬3 김남주 묘소에서
상태바
'꽃도 사람처럼' 무늬3 김남주 묘소에서
  • 채광석 시인
  • 승인 2023.03.08 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광석 시인

 

무늬3 김남주 묘소 앞에서 

 

젊은 날, 민족문학의 대들보가 되라

과분한 말씀을 주셨지만

가솔 딸린 가장으로 살았다

맹렬하게 살았으나

약속을 지킨 것은 아니었다

정신을 벼르기는 하였으나

세상을 굴린 건 아니었다

십수 년도 지난 어느 날

잔설 내리는 겨울 속으로

생국화 끌어안고 지은 죄 많은 학동처럼

선생님 묘소 앞에 섰다

먹을 것 하나 없는 빈 하늘이라도

까치 먹을 홍시 하나는 달아놓으라던

선생님 바람과 달리

나는 통속적이었다

내 벗들도 세속과 탐욕에 필사적이었다

선생들의 노역이 담긴 홍시까지

우린 참 우악스럽게 먹어치웠지만

통속과 탐욕 사이에서

자신과 세대를 넘어서는 삶과 철학

문장의 씨앗 하나 만들지 못했다

실패를 고해성사하듯

무릎 꿇고 소주 뿌려

담배 하나 불 붙여 올리지만

, 잔설에 젖은 마음 한 장

엎드려 절한 채

왜 이리 꿈쩍하지 않는가

 

채광석 시인. 1968년 순창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인 23세 때 등단했다. 하지만 등단은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등과는 화려함의 결이 전혀 다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에 절필을 한 후, 나이 쉰이 넘은 지난 20192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펴냈다. <오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