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육아]둘째 손녀 다미의 기약 없는 할미육아 맘 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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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육아]둘째 손녀 다미의 기약 없는 할미육아 맘 졸임
  • 조은영
  • 승인 2023.03.22 11: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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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동계 회룡)

 

다미와 봄마실을 나왔습니다

첫째 다율이를 데려다주고, 둘째 다미를 데려올 때는 2주일만 있기로 하였었지요. 그러던 것이 한 달이 지나가고 두 달이 되어갑니다. 할머니 육아가 부담이 되는 것은 혹시라도 아프면 어쩌지하는 것과 버릇이 잘 못 들지 않을까 하는 맘 졸임입니다. 첫째 다율이 육아만으로도 벅찬 며느리를 위해 둘째 다미의 기약 없는 할미육아를 하여야 할 거 같습니다.

바람까지도 부드러운 포근한 봄날, 아기띠에 다미를 안고 마실을 나왔습니다. 올해 2월은 윤달이라 봄이 늦겠다 싶었는데, 산과 들에 봄의 전령으로 봄향기가 가득합니다. 얼마 전에 싹을 틔운 홍매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피고 지기를 반복하던 붉은 꽃 매화는 이별을 준비하는 듯 합니다. 짧은 만남 뒤에 긴긴 기다림은 언제나 나의 몫이 되었지만, 올봄 다미와 함께 바라보는 홍매화는 설렘과 기쁨입니다.

 

5개월 된 다미의 호기심

아직 5개월인 다미는 벌써부터 호기심이 많습니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도 쳐다보고 날아가는 새도 신기한 듯 바라봅니다. 겨울 나뭇가지에서 돋아나는 여린 새싹도 세상 구경을 하겠다고 안간힘을 다합니다. 그러니 다미가 봄을 보겠다고 생글생글 웃는 모습도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땅이 갈리고 무너지면서 웅크렸던 밭냉이와 어린 쑥이 싱그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며칠 지나면, 봄나물을 밥상 위에 올려도 될 거 같습니다.

작년 가을에 수확한 잘 삭힌 콩껍질 콩대를 경운기에 싣고, 퇴비로 사용한다며 밭으로 향하시는 마을 이장님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다미가 칭얼대기 시작합니다. 배도 고프고 졸리운가 봅니다. 다음에 마실 나갈 때는 장바구니라도 가져가야겠습니다.

쑥을 우려낸 물로 이유식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맑은 미음으로 시작한 이유식이 2주일이 지나갑니다. 처음보다 농도가 걸쭉해졌지만, 제법 잘 받아먹는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네요. “자식이 먹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다미를 데려올 생각을 못했기에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이유식은 어떻게 하는지, 시기에 맞는 육아는 무엇인지? 멀리 있는 며느리에게 물어보는 것도 아니다 싶어, 예전에 아들 키운 기억을 소환하고 인터넷 검색도 해봅니다. 쌀을 불려서 믹서기에 갈고, 은근한 불에 눌어붙지 않게 죽 만드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커가는 아이에게 미음만 먹일 수는 없기에, 2단계 과정을 생각해 봅니다. 첫아이 다율이 때는 며느리가 초기에만 직접 재료를 구입해서 만들더니, 이유식 전문점에서 사 먹이는 것이 영양도 충분하고 편하다며 주문하는 것을 보았던 터라 생각이 많아집니다. 고심 끝에 이유식 제조기를 주문했습니다. 일단 시작해 보자.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전 아들이 다미만 했을 때, 나는 지금의 며느리보다 훨씬 어린 나이였습니다. 아들에게 이유식도 제대로 못해 주었고, 순간순간 잘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다미를 안으면서 못다한 한을 매듭짓고 싶은가 봅니다. 아이를 안을수록 오래된 아쉬움과 응어리가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다율이와 다미그리운 만남

다미가 보고 싶다며, 사돈 내외분과 며느리 그리고 첫째 다율이가 순창에 내려왔습니다. 다미에게 꼭 읽어주라는 책과 장난감, 옷을 가져왔는데, 모두 다율이가 쓰던 것이네요. 공다율이라고 자수실로 수놓은 턱받이, 며느리와 다율이가 수십 번도 더 보았을 책들비록 다미를 위해서 구입한 것들은 아니지만, 따뜻하게 정겹습니다.

다율이가 다미를 안아주며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어찌나 살갑게 동생을 대하든지 기특하다고, 생각하던 순간 다미가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는 다미가 왜 울었는지 아무도 몰랐었지요. 다음날 다미의 귓불에서 피가 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어제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가와 아닌 척 하면서 다율이가 다미의 귓불을 꼬집었던 것입니다.

동생 다미가 나타나기 전에는 혼자서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차지했었는데,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까지도 다미를 안아주고 예뻐해 주니, 동생이 귀여우면서도 미웠던 것 같습니다. 말 못 하는 다미는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도 서러운데, 언니에게 벌써부터 구박 아닌 구박을 받고 있으니 안쓰럽기도 합니다.

시어머니인 내게 자식을 맡긴 며느리는 다미가 어떻게 지내는지 하나하나를 살핍니다. 그러던 중 며느리의 불만이 터졌습니다. 수면 교육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처음 다미를 데려올 때, 1일 수유 4번 하기 그중 첫 수유는 영양제 먹이기, 잠잘 때 5분 토닥토닥 해주기, 낮잠은 자장가 음악 틀어주기, 오후 6시에 목욕시키고 마지막 수유한 뒤 재우기 등을 며느리가 메모지에 적어 주면서 냉장고에 붙여 놓으라고 했었습니다.

 

다시 용기를 내어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된 것이 밤잠 재우기입니다. 보통 때는 저녁 7시에 재우면서 음악을 틀어주고 잠깐 토닥이다 방을 나오면 2분 정도 칭얼대다가 잠이 들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날은 울음을 그치지 않고 계속 우는 것입니다. 다시 들어가서 안아주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은 아이를 보고 며느리는 제가 일러준 대로 수면교육을 하지 않으셨죠?”라고 말합니다.

제가 다미를 재울 때는 이런 일이 없었어요. 저녁 7시에 침대에 누이고 5분 토닥이다 문을 닫고 나오면 방안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스스로 잠을 잤거든요”.

며느리의 단호한 말에 순간 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답니다. 그냥 데려가라고 목구멍에서 나오는 걸 겨우 참으며 요사이 다미가 한 단계 성장한 건지 자아가 강해진 것 같구나하며 며느리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혼자 독립된 공간에서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하는 수면교육이 소아과 의사가 말한 것이고,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12일 엄마와 언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반가운 만남을 떠나보내고, 피곤했는지 일찍 잠이든 다미가 한밤중에 일어나 칭얼대며 울기를 새벽까지 그치질 않습니다. 자식을 키울 때보다 손주 육아가 어렵고 힘이 듭니다. 아이 키운 공은 없다고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5년 동안 외손주를 기른 선배님 생각을 해보며 다시 용기를 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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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미 2023-04-23 18:16:14
눈물나게 감동적이고 모든 감정들이
아주진솔하게 녹아들어
읽는이들이 모두 찡한맘일것같아요.뭉클하네요.최곱니다.응원합니다

하세연 2023-04-12 01:31:58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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