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담 농사일기 (33) 봄까치꽃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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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담 농사일기 (33) 봄까치꽃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 차은숙 글짓는농부
  • 승인 2023.03.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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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숙(글 짓는 농부)
토마토
토마토

 

도마도? 토마토!

지금 도마도 나와요?” 요즘 이런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봄이라서 토마토 생각이 나는 어르신이 전화하는 거다. “지금 토마토는 잘 자라고 있고요. 5월 초에 나와요하고 대답을 한다.

도마도는 발음 때문인지 뭉근하고 정다운 느낌이다. 도마도는 납작납작 썰어서 찬합에 가지런히 넣고 설탕을 듬뿍 뿌려 재웠다가 냉장고에 두었다가 먹으면 제맛이었다. 설탕 도마도를 다 먹고 나면 찬합에 자작하게 남는 국물은 세상 달고 새콤했었다.

지금이야 마트나 시장에서 사시사철 토마토를 살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예전에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것이었다. 외래어인 토마토라는 이름도 친근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마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토마토는 외래어라 현대에 들어 먹기 시작한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 전래된 지 오래다. 1613년에 간행된 <지붕유설>에 남만시로 소개되어 있다니 400년이 넘는다. 남만시는 남쪽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생김새가 감과 비슷해서 일년감으로 불렀다. 지금도 토마토를 땅감으로 부르는 지역도 있다.

 

노랑-초록-빨강 변신

2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토마토는 노랑, 초록, 빨강으로 변신한다. 토마토는 싹이 나고 잎이 8~9매 나오면 생장점에서 화아(花芽)가 생긴다. 화아라는 단어가 좀 생소하지만 자라서 꽃이 될 눈이라는 뜻이다. 꽃대로 부르면 될 듯하다. 꽃대는 몽글몽글한 꽃망울이 조금씩 자라며 벙글다가 벼꽃 모양의 노란꽃이 피어난다. 토마토 꽃은 수술과 암술의 기관이 함께 있는 양성화이다.

첫 꽃대에서 대여섯 개 꽃이 피고 그 위에 잎 세 개가 자란다. 거기서 또 꽃대가 나오고 꽃이 피고, 세 잎이 자라고 또 꽃대가 생기고 꽃이 피기를 계속한다. 해마다 보는데도 노란 별 모양의 첫 꽃이 피는 것도, 콩알보다 작은 초록색 첫 열매도 마주하면 신기하고도 설렌다.

 

바빠진 수정벌.
바빠진 수정벌.

 

첫 번째 꽃대에 꽃이 피고 두 번째 꽃대에서도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수정벌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침에 농장에 가서 하우스 문을 열자마자 벌써 윙윙 날아다니며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도 서둘러 커피를 마시고 함께 일한다. 농장은 이때가 참 좋다. 밖의 날씨는 쌀쌀하지만 하우스 안은 따끈따끈하고 환하다. 무럭무럭이라는 단어가 의태어라는 것을 실감한다.

농장의 2월은 어린 모종이 뿌리를 내리고 노란색 꽃 하나를 조심스럽게 피우는 시간이고 3월은 노란색 꽃이 늘어나는 시간이다. 여기저기 노란 꽃 또 여기저기 초록 열매들이 생겨난다. 그러다가 4월이 되면 빨강이 되어간다. 빨간 토마토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온갖 붉은 빛이 감돌다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듯 빨간색이 된다.

 

봄까치꽃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봄까치꽃
봄까치꽃

 

농장을 오가는 길 한옆에 보라색 꽃이 올망졸망 무더기로 피어 있다. 봄까치꽃이다. 봄이 왔구나, 네가 왔구나 하며 반긴다. 봄까치꽃을 보면 이름 때문인지 무더기로 피어나 있어선지 소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소란함이 시끄럽지는 않다.

봄이야! 봄이라고!”, “나를 보고도 모르겠어하고 봄까치꽃이 소리치는 것 같다. 봄까치꽃은 기쁜 봄소식을 알려주는 꽃이니 이름 한번 잘 지었다 싶다. 우리나라 남쪽 지방 어디서나 해가 잘 드는 곳이면 자란다. 논둑이나 밭둑, 집안 화단이며 길가, 봄 햇살이 쏟아지는 어디서나 지천으로 피어난다. 두해살이 귀화식물이다. 귀화했으니 원산지는 먼 이국이라는 것인데 유럽이 고향이란다.

큰지금, 큰개불알꽃, 봄까치꽃, 왕지금꼬리풀이라고도 한단다. 한자로 지금(地錦), 땅 위의 비단이라는 뜻이다. 은은한 보랏빛 비단이 땅 위에 펼쳐졌다는 뜻이니 그럴듯하다.

 

봄까치꽃-꽃다지-꽃마리

비료포대 옆 꽃다지.
비료포대 옆 꽃다지.

 

무더기로 피기로는 꽃다지도 마찬가지인데 오늘 본 꽃다지는 논둑 비료 포대 옆에서 혼자 피었다. 꽃다지도 봄까치꽃 못지않은 이름이다. 꽃마리도 있다. 이렇게 어여쁜 꽃이 피는 것도 그 이름도 몰랐었다.

지난 주말에 우리 집에 온 도시에 사는 친지에게도 꽃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기른 꽃도 아닌데 괜히 자랑스러웠다. 근사한 찻집에서 대접한 차 한 잔보다 봄까치꽃을 이름을 알려주고 보여준 게 더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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