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통신]무심히 씨앗 한 톨,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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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통신]무심히 씨앗 한 톨, 툭!
  • 이남숙
  • 승인 2023.04.19 08: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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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숙(구림 장암)

 

구림 아이들과 플로깅, 두 번째 이야기

구림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엔 플로깅을 한다. 구림면에서 플로깅을 하기 위해 지난 331일 오후 430분 구림초·중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신이 난 아이들은 이번에도 보물찾기하듯 쓰레기를 주웠다.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수로 아래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려고 무거운 철망까지 들어 올렸다. 멋졌다!

아이들은 어떻게 저리도 신나고 재미있게 할까 궁금했다. 한 아이에게 물었다.

뭐가 그리 신이나?”

그냥 밖에서 하는 게 재밌잖아요.”

그냥이라는 말이 내게 와 꽂혔다. 해야 할 어떤 의무감 때문에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하거나, 대단한 의지, 거창한 목표 같은 의도된 것 없이 놀이하듯 그냥 하니까 재밌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혹 나는 대단한 의지, 거창한 목표로 의지처를 삼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다. 마음만큼 결과가 안 따라오면 지치기도 하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날 아이들 덕분에 가볍게 웃고 떠들며 그냥놀 듯이 플로깅을 했다.

 

공멸로 가느냐, 공존의 길로 가느냐

올해 처음으로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영어를 지도하게 되었다. 지난겨울, 영어 학습계획표를 짜면서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 보았다. 결국은 소통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앵무새처럼 말만 하는 게 아닌 소통을 하는 것. 그것으로 세상을 만나고, 나를 만나 내적 성장을 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공부는 동기부여만 된다면, 다음은 학생들 스스로 저절로 알아서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공멸로 가느냐, 공존의 길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지금 당장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공존할 유일한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혹독한 환경을 경험하며 살게 될 것이라 말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문제의 일부에 동승하지 않고, 해법의 일부가 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가장 약하고 여린 존재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내고, 자연과 자연 속에서 인간과 다른 종의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도록 행동하는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수업을 계획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세상이 다가 아님을 알아 그 너머의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함께 공부해 가면 좋겠다 생각했다.

 

여행학교, 훌륭한 인물, 기후학교

Travel School, The Great People, Climate School

1부는 영어 공부를 하고 2부는 세상보기로 진행된다. 훌륭한 인물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여행학교에서 그 사람의 출신 국가를 먼저 여행한다.

1주차 : Travel School(여행학교) - Kenya(켄야)

2주차 : The Great People(훌륭한 인물) - Wangari Mathai(왕가리 마타이)

3주차 : Climate School(기후학교) - Fast Fashion(패스트 패션)

3주에 걸쳐 여행학교, 훌륭한 인물, 기후학교를 차례로 만난다. 이렇게 1년 동안 12개의 나라, 12명의 인물, 12개의 기후위기 주제를 알아갈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다른 나라, 다른 사람, 다른 문화 등을 배울 것이다. 처음엔 우리와 다름을 보게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통된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가령,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사실. 지구상에서 가장 영리하다고 주장하는 종이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해 다른 생명들이 멸종되어가고 또 그 결과로 우리도 기후위기의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 내가 누린 편리함으로 가장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가 먼저 피해를 보게 되고, 이것은 기후난민, 기후정의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사실. 계속되는 기후위기는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주고,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배려, 공존, 평등, 평화, 나눔을 위한 영어공부

우리는 공멸이 아닌 공존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이들은 전 세계 많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지켜가게 될까? 그런 소통을 해나갈 도구로서 영어는 유용할 것이다.

2번의 여행, 인물, 기후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낯선 이야기인 만큼 아이들이 게임하듯 재미있게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장 선거에서 플로깅을 공약으로 내 걸었던 일을 보면 새로운 것에 조금은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최선을 다하되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한 톨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긴 어둠의 시간을 지나야만 밝은 햇살을 맞이할 수 있음도 마음에 새기며, 일 년을 가보려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 재미있고 궁금한 마음도 든다.

무심히 씨앗 한 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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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석 2023-04-25 09:58:52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 삶의 터전을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 나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최영미 2023-04-19 17:01:09
무심히 씨앗 한 톨, 툭! >> 이제부터는~>> 적절한 곳에 적당한 씨앗으로 토닥토닥.. 쑥 쑥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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