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육아]‘다미’의 생애 첫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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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육아]‘다미’의 생애 첫 감기
  • 조은영
  • 승인 2023.04.26 08: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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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 (동계 회룡)
둘째 손녀 다미와 할아버지.할머니
둘째 손녀 다미와 할아버지.할머니

 

연두빛이 짙어가고 산과 들은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합니다. 초록이 빛과 만나니, 눈이 부시네요. 눈앞에서 어지러이 흩날리는 봄꽃 씨앗들은 하얀 바람개비가 되어 허공을 헤매다 자리를 잡으려나 봅니다. 마치 눈싸라기 같습니다. 봄이지만 여름을 향한 환절기입니다. 벌써부터 오월의 실록이 궁금해집니다.

제한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느 순간부터 감기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감기에 걸린 지인이 이렇게 지독한 감기는 처음일세마치 코로나 감기 같아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가족도 감기에서 자유롭지 못하였습니다.

 

온 식구가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순창에 있는 다미가 보고 싶다며 내려온 다율이에게 감기를 옮은 시작은 남편이었습니다. 다율이가 다녀간 뒤로 다미까지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감기에 걸린 다율이가 다미를 보겠다고 왔으니 어른들이 경계하고 조심했어야 했는데. 끝물이라는 며느리 말만 믿고 방심하였으니, 온 식구들이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 만 것입니다. 그동안 감기를 모르고 살았는데, 코로나가 뜸해지면서 감기가 생활 속으로 찾아왔습니다.

콧물과 기침으로 분유까지 토하는 다미를 데리고 광주에 있는 소아과를 찾아갔습니다. 한가할 거라 생각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왔는데, 병원 안은 감기환자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아예 빈 의자는 찾아볼 수가 없었죠. 이곳에 오래 있다가는 오히려 더한 감기를 묻힐 것 같아서 급히 접수만 하고,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며 병원 안을 들여다보았답니다.

대기자가 33명이라고 합니다. 순번이 언제 될 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진료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콧물이 가득한 아이의 작은 콧구멍에, 흡입기를 대고 빨아대니 아이가 소스라치게 울어댑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난이도가 상인 아이를 할머니가 양육하시네요. 힘드시겠어요라고 말합니다.

나와 남편도 감기에 걸린 탓에 우리는 식사 시간과 잠자는 동안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였습니다. 답답하고 견디기 힘든 시간은 이어졌습니다. 다미는 코막힘이 심하면 분유를 먹다가도 기침을 하고 토합니다. 거기다가 침을 삼키면서도 잘못 삼켜 사레가 들고 기침을 해대니, 그럴 때마다 겁이 나고 가슴이 철렁하였답니다.

아이는 할미의 가슴 깊숙이 얼굴을 파묻고, 한 손으로는 나의 검지손가락을 꼭 쥐고 분유를 빨아댑니다. 작은 몸에서 열기가 후끈거릴 만큼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할 때 젖먹던 힘까지 써라라고 하지요. 다미는 스스로 그렇게 살아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초기에는 콧물만 맺히던 것이 날이 갈수록 가래가 차오르고, 기관지에서 거릉거릉 거리는 소리가 끓어 올랐지요. 몸안에 가득찬 콧물과 가래를 뽑아내기 위해서일까요. 심한 기침과 울음으로 가래를 토해내고, 한편으로는 비어버린 뱃속의 허기를 채우려고 먹을 것을 찾아 울어댑니다. 다미가 감기를 앓은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못 먹었던 분유를 채우려는 듯 먹고 자고를 반복하면서 건강이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방긋 웃기까지 합니다.

생애 첫 감기를 앓은 다미는 심장과 폐가 또래의 평범한 아이보다 약해서 혹독한 의식을 치러야 했습니다. 감기를 이겨내면서 호흡도 좋아지고, 분유량도 늘어나더니, 아프기 전에 하지 못 했던 뒤집기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고통과 기쁨을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단단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미의 첫 감기는 지나갔고, 부모와 언니가 있는 청주로 보냈습니다.

 

감기에서 회복된 지 일주일째 또 다시

다미가 떠나간 뒤, 어른거리는 아이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리움에 매달리는 시간이 이어지고 일주일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뒤늦은 아들의 코로나 양성반응과, 며느리와 다율이의 감기 재감염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다미가 감기로 고생하다가 회복된 지 일주일째인데, 또 감기에 걸린다면 어쩌나 싶어 아이를 데려오려고 청주로 향했습니다.

사돈 내외분과 며느리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다미를 안고, 짐보따리를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남편과 저는 아들집에 들어가 물 한잔도 마시지 못하였지요. 안방에서 코로나 격리 중인 아들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다미를 안고, 왔던 길을 되돌아 순창으로 내려왔습니다.

아이에게서는 이미 감기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지난번에 복용했던 감기약이 남아 있었기에 약을 먹이고 잠을 재웠는데, 새벽 1시에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에서는 열이 끓어 올랐지요. 집에는 해열제가 없었습니다. 거즈수건에 물을 적셔 아이 몸에 대어주고, 기저귀와 옷을 벗겨 열이 내려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집안에 있는 것이 불안하여 대충 아이에게 옷을 입혀, 야간에 진료를 하는 병원 응급실을 향했습니다.

광주에 있는 □□병원에 연락을 해보니, “받을 수 없으니 오지 말라는 말이 무정하게 들려 왔습니다. 무작정 대학병원 응급실을 향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새벽 230분입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맞아주었지만, 해열제 처방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거쳐야 하는 피검사, 엑스레이 등등을 검사한 뒤에 처방이 가능하다며 그 시간을 거치면서 아이가 힘들어지니 편의점에서 해열제를 구입하라는 겁니다.

허망하고 어이없기도 하여 맥이 풀렸습니다. 병원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에서 해열제를 구입하여 집에 도착하니 4시가 넘었습니다.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재우고 나니 날이 밝아옵니다. 이번에는 열을 동반한 감기가 시작되었던 겁니다. 다시 시작된 감기는 보름을 넘기고서야 회복되었습니다. 언제 아팠냐는 듯 미소를 지으며 할미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망울이 천사입니다. 건강해진 다미를 부모(아들내외)에게 보내면서 다시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온 마음으로 기도 다시는 오지 마라

아이를 보내고, 아쉽던 늦잠을 자다가도 보낸 사실을 잊은 채 깜짝 놀라 일어나지만, 세월이 약인가 봅니다. 어느새 묵은 피로가 풀립니다. 어느 부모나 자식을 품어내면서 끝없는 맘 졸임을 하겠지만, 그만큼 젖어 드는 행복감으로 충분한 을 받습니다. 다미를 보내면서 다시는 오지 마라고 했습니다. 부모 품에서 언니 다율이와 함께 하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가정의 달인 5월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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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연 2023-04-30 14:01:23
다미는 앞으로 건강하게 잘 자랄겁니다~
토닥토닥~

카서스 2023-04-29 20:40:36
너무 훈훈한 이야기네요. ^^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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