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소천하신 정봉애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전에 보내온 유작시를 싣습니다. <편집자>
허무함
성원 정봉애
꽃비가 하얗게 쏟아지는 사월 어느 날
수령 삼백여년 넘었다는 벚꽃나무 아래서
지인과 함께 마시는 정겨운 약주 한 잔
꽃내음에 취해 술에 취해
미풍에 휘날리는 꽃비 속에
흠뻑 젖고만 싶어라
연분홍 꽃구름 송골송골
먼 데서부터 가까운 꽃까지
시야가 온통 황홀한데
그리움 아득히 멀어져가고
귀갓길 고즈넉한 보금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하건대
오늘에 있었던 모두는 허무함이라
남은 게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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