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석]작은학교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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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석]작은학교 살리기?!
  • 허인석 교장
  • 승인 2023.05.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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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석 동산초등학교 교장

금과 서, 구미, 학선, 풍남, 금천, 성동, 용마, 덕진, 소동, 내월, 영동, 율북, 방산, 금국, 오산, 답동, 월정.... 그리고 순창여고와 금과중학교...

순창에서 사라진 학교들이다. 저 사라진 학교중에는 나의 모교도 있다. 교사로 첫발을 내딛었던 학교도 문을 닫았다. 익산으로 가서 처음 근무했던 학교도 문을 닫았으니 나에게 처음 학교는 운명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많은 학교는 사라졌고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상황에서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이제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작은학교이다. 전교생 33명이니 분명 작은학교이다. 그런데 교사 1인당 학생수나 예산, 공간 등을 살펴보면 결코 작은학교는 아니다. 학생들의 만족도, 행복감으로는 그 어떤 학교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은 학교를 유지하고 지속시켜가는 것이 큰 과제가 되어버렸다.

사실 작은학교 살리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며 농촌교육살리기가 있었고,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운동도 있었다. 교육활동가들 중심으로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90년대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새로운 학교의 문화와 특색있는 교육활동 등이 관심을 받으며 많은 학생들이 찾아가 작은학교 살리기를 넘어 전북의 학교혁신에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그런데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아직도 작은학교 살리기를 외치고 있다. 작은학교를 살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작은학교를 살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작은학교가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 기준은 학생수가 되고 있다. 학생수가 늘어나면 학교는 살아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살아있는 학교일텐데 내 눈에는 꼭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큰 학교는 오히려 또 다른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사들이 큰 학교 근무를 기피하여 이제는 큰 학교 근무에 가산점을 부여하자고 하겠는가? 큰 학교라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학교는 아니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학교가 살아나면 학생수가 늘어나는 것일까? 여기서 살아있는 학교를 뚜렷하게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우니 교육과정, 문화, 환경 등이 잘 만들어져 학생,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라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운영되는 학교는 학생수가 늘어날까? 이러한 사례의 학교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학교만의 특성화된 교육과정과 따뜻하고 민주적인 학교문화, 소통과 협력으로 운영하는 등 학교가 살아나니까 자연스럽게 학생수가 늘어난 학교들이 있다. 그래서 학교를 살린다는 것은 단순히 학생수를 늘리는 것으로만 바라보면 안되는 이유이다.

작은학교 살리기는 전라북도교육청 10대 주요 정책중 하나이다. 정책 내용으로 어울림학교, 농촌유학, 작은학교 통폐합과 폐교활용, 교장공모제 확대 등이 있다.

순창군에는 현재 6개 초등학교가 공동통학구형 어울림학교로 지정되어 읍내의 많은 아이들이 작은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5개 초등학교가 농촌유학협력학교를 운영하여 17명의 학생이 들어왔으니 분명 작은학교에 활력을 넣어주는 정책이다.

어울림학교 공동통학구형은 작은학교와 인근의 큰 학교를 공동학구로 지정하여 큰 학교의 학생이 작은학교로 갈 수 있는 제도이다. 여기에서 전제는 작은학교가 살아있는 학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큰 학교보다 더 많은 교육적 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꾸로 큰 학교로 빠져나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학부모나 학생은 교육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농촌유학은 타시도 학생들이 작은학교에 머무르다 가는 정책이다. 물론 작은학교의 교육환경이나 내용이 좋아 더 연장할 수도 있고 귀농귀촌 등으로 아예 들어올 수도 있으나 지금은 도시 학생들의 요구와 작은학교의 요구가 서로 맞아 한시적으로 머무르다가는 정책으로 작은학교를 유지하는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농촌유학으로 학교와 마을이 더 긴밀하게 만나고 협력해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농촌유학생 몇 명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길게 학교와 마을이 함께 살아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나가면 좋겠다.

어울림학교나 농촌유학 등의 정책으로 외부에서 학생들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살아있어야 한다. 학교가 살아있어야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살아나기 위해서는 살아있어야 한다.

허인석 동산초등학교 교장
허인석 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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