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고전읽기(6)장화홍련의 아버지는 죄가 없을까?
상태바
김영연의 고전읽기(6)장화홍련의 아버지는 죄가 없을까?
  • 김영연 주인장
  • 승인 2023.06.07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날은 점점 더워지고 무서운 귀신이야기가 생각나는 여름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귀신이야기가 떠오르나요? 저는 귀신이야기라 하면 고을 원님이 부임한 첫날밤에 소복에 머리 풀고 나타나는 처녀귀신이 먼저 떠오릅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옛이야기나 문학,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도대체 왜 생겨난 걸까요? 처녀귀신이건, 몽당귀신이건 귀신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은 자신의 원한을 풀어줄 사람을 찾기 위함입니다. 아시다시피 조선은 가부장적인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보니 귀신들은 대부분 억압받았던 여성들이었고, 그중에서도 처녀귀신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귀신이야기인 <장화홍련>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장화홍련전은 놀랍게도 조선 시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 실재 이야기는 1659년대 (조선 효종) 평안도 철산현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조선 역대 명신들의 언행을 기록한 <조선명신록>에 전동흘이라는 철산 부사의 활약이 나옵니다. 전동흘이란 사람이 평안도 철산 부사로 부임해서 배 좌수의 딸 장화와 홍련이 계모의 흉계로 원통하게 죽은 일을 처리하는 활약상을 그린 것입니다.

 

억울하게 죽어 꽃으로 피어나리

세종조 평안도 철산에 배무룡이라는 좌수가 있었는데, 선녀로부터 꽃송이를 받는 태몽을 꾸고 장화와 홍련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첫째 부인이 죽자, 좌수는 아들을 얻기 위해 허씨와 재혼을 합니다(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것이 무엇이 그리도 중한지).

허씨는 용모가 추하고 사나웠으나 아들 셋을 낳았고, 장화와 홍련을 학대합니다. 장화가 결혼할 때가 되어 혼수를 장만하라는 좌수의 말에 장화에게 갈 재산이 아까워 끔찍한 흉계를 꾸밉니다(본디 배좌수 집안의 재물은 첫 번째 부인의 것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풍습으로는 처가의 재산은 남편도 맘대로 못했다고 하지요. 그러니 장화와 홍련에게 재산이 옮겨갈 것이 뻔하니 허씨 입장에서는 아까울 수 밖에요).

허씨는 큰 쥐를 잡아 장화의 이불 속에 넣어두고 장화가 낙태하였다고 배좌수를 속이고, 자기 아들 장쇠를 시켜 못에 빠뜨려 죽게 합니다. 그 순간 호랑이가 나와 장쇠의 두 귀와 한 팔, 한 다리를 잘라가고 맙니다. 허씨 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배좌수도 장화의 죽음에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딸인데, 딸의 말을 믿지 않고, 낙태의 증거라고 쥐새끼를 들이미는 허씨 부인의 말을 믿다니요. 어떤 이야기에서는 부녀간 근친상간의 의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배좌수는 천하의 몹쓸 애비인 것이죠.

홀로 남은 홍련은 장화의 죽음을 알고 그 못에 찾아가 물에 뛰어듭니다. 홍련은 왜 언니를 따라 죽음을 택했을까요? 허씨 부인이 무서워서? 아버지가 못 미더워서? 어쨌든 그 이후, 연못에서는 밤낮으로 곡소리가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철산에 부임하는 부사마다 하루를 못 넘기고 죽자, 신임 부사 정동우가 철산으로 부임합니다. 귀신이 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화 홍련의 사연을 알게 된 정동우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섭니다.

배좌수와 허씨 부인을 불러 사건을 추궁하고, 처음에는 쥐새끼로 만든 증거물에 전전긍긍하다가, 배를 갈라 거짓증거임을 밝혀냅니다.

못에서 시신을 건져 안장하고 비()를 세워 혼령을 위로하고, 악독한 허씨 부인과 아들 장쇠는 벌을 받게 됩니다. 그날 밤 두 자매가 부사의 꿈에 다시 나타나 사례하며,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이라 축원합니다.

한편, 배좌수는 목숨을 구하고 시름에 잠겼다가 윤씨를 세 번째 부인으로 맞이 합니다(그것도 딸 뻘인 열여덟 살 여인이랑). 이후 누명을 벗은 장화홍련은 쌍둥이 자매로 환생하여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악덕한 계모, 어리석은 아버지

계모와 전실부인 자녀의 갈등 이야기는 예전부터 <콩쥐팥쥐>, <신데렐라>, <헨델과 그레텔> 등 동서양의 많은 이야기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못된 계모 이야기가 많았을까요?

조선시대 후처로 시집오는 여성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았겠지요.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좀 더 악착같이 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혼이나 재혼이 많아지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는 요즘에는 친어머니 못지않게 큰 사랑을 베풀며 좋은 역할을 하는 새어머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모는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루어지고 있지요. 그래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권하는 것을 망설이게 됩니다. 계모는 악의 화신, 전실의 딸은 선이라는 대립구도 아래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의식을 나타내기 위한 캐릭터로 설정되곤 합니다.

계모이야기에서 대부분의 아버지는 존재감이 없고 무능력합니다. 어리석기까지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좌수의 경우 결혼을 세 번이나 하고, 환생한 장화홍련과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조선시대 가부장적인 사회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몰랐고, 따라서 죄가 없고, 장화홍련은 여전히 아버지를 사랑하고 효심이 극진하고, 과연 그러면 되었을까요?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박희승 대표변호사 소속 법무법인 고창인 조합장 2심 변호인단 맡아
  • 동계 황재열·김지환 부부 차남 황인재 선수 축구 국가대표 선발 ‘영예’
  • [칭찬 주인공] 김영현 순창읍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 주무관
  • 축협 이사회 ‘조합장 직무 정지 6개월’ 논란
  • 순창친환경연합(영)‘친환경 체험학습’
  • [새내기 철학자 이야기]시간표 새로 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