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룡유회/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상태바
항룡유회/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1.05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亢 오를 항 龍 용 룡 有 있을 유 悔 뉘우칠 회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4

조선의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을 주인공으로 한 연속극 <용의 눈물>의 작가는 이 성어의 의미를 알았던 것일까? 조카를 내좇고 왕이 된 수양대군은 과연 행복했을까? 오늘 날 보이는 현대사의 항룡들, 대부분 눈물을 흘리고 결말이 좋지 않았는데, 앞으로 나타날 항룡들은 후회하지 않고 좋은 결말을 보이는 본보기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시켜줄 줄 자신이 있는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오로지 나쁜 전철을 밟지 않고 그리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진정 용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易經·乾掛(역경·건괘)»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 중국인들은 기린(麒麟)·봉황(鳳凰)·거북(龜)·용(龍)을 신성한 동물로 여겨 사령(四靈)이라 부르면서 신령과 통하는 신성함과 길함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거북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은 전설속의 동물로서 실존 형상이 없는 상상의 동물들이다. 용은 황제, 봉황은 길상(吉祥), 기린은 자손과 행복, 거북은 건강과 장수를 상징한다. * 기린 : 동물원의 기린이 아님.

그 중에 으뜸은 바로 용이다. 가공의 동물임에도 중국 사람들은 용이 호랑이의 머리에 뱀의 몸뚱이, 독수리의 발톱, 돼지 코, 사슴뿔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상상하였다. 하늘을 뒤덮을 만큼 커지고 번데기만큼 작아지는 것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고, 깊은 연못에 잠기고 구만리 하늘로 솟구칠 수 있고 비구름을 마음대로 부린다. 여기에 여의주(如意珠)라도 입에 무는 날이면 온갖 조화를 부리는 무소불능의 존재라고 하며 숭상하여 마지않았다. 다만, 천상의 용에게도 급소가 있었으니 듣자하니 ‘코’ 라 한다. 세상에서 쓰는 말인 즉  ‘용코로 걸렸다.’ 는 것이다. 즉 ‘피해갈 수 없겠다.’

더 나아가 용의 종류를 보자. 용의 빛깔에 따라 황룡(黃龍)·청룡(靑龍)·적룡(赤龍)·백룡(白龍)·흑룡(黑龍) 등 오색용으로 나뉜다. 또«회남자(淮南子)»에 보면, 날개 달린 비룡(飛龍)이 뭇 날짐승을 낳았고, 네발이 달린 응룡(應龍)이 뭇 짐승을 낳았으며, 교룡(蛟龍)이 뭇 고기를 낳았다고 했다. 또 활동영역에 따라 해룡은 비·바람·천둥·번개를, 지룡은 땅에서 인간에게 혜택을 주는 용이라고 했다. 그 외에 불교가 말하는 용, 중국의 주변 국가들이 상상하는 용 등 그 종류를 말하자면 한이 없다.

상상력이 풍부한 중국 사람들은 천지와 모든 생물의 계보를 더듬어 올라가 결국은 용으로 귀결되도록 하였다. 그래서 인간사회에서는 임금을 용이라 하여 임금이 앉는 좌상을 용상(龍床)이라 하고, 가마를 용가(龍架), 말을 용기(龍騎), 깃발을 용기(龍旗), 얼굴을 용안(龍顔), 임금의 자손을 용종(龍種)이라 하여 용을 최고 통치권자로 여겨 우러러 봤다.

용을 말하다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주역(周易)에서 말한 ‘건괘(乾掛)’는 용이 승천하는 기세, 왕성한 기운이 넘치는 남성적 기운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운세를 단계별로 용에 비유하여 이렇게 말했다. 곧 연못 깊이 잠복해 있는 잠룡(潛龍)은 덕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린다. 그런 다음 땅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 현룡(見龍)이 되면 비로소 덕을 만천하에 펴 훌륭한 군주의 신임을 받게 된다. 그 다음 단계는 하늘을 힘차게 나는 비룡(飛龍)이다. 이것은 본 괘(掛)의 극치로서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훌륭한 덕을 갖추었으므로 훌륭한 신하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보필한다. 이렇게 하여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이 바로 항룡(亢龍)이다.

그러나 승천한 용이지만 물극즉반(物極則反)이라고 만물이 극에 차면 기울고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을 안 항룡은 기뻐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후회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자(孔子)는 이렇게 해석하여 말했다.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교만하여 민심을 잃게 되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항룡에 이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니 이것을 ‘항룡유회(亢龍有悔)’ 라고 하는 것이다.”

이 성어는 이처럼 ‘하늘에 오른 용은 뉘우침이 있다.’ 는 뜻이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더 올라갈 데가 없어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듯이 부귀가 극에 이르면 몰락할 위험이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 된 것이다. 훗날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에 오르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는 항룡이 좋긴 하나, 결국 후회의 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경고하여 자제를 당부하였다. 그리고 정상에 오른 자는 이미 최정상에 올라 왔으니 이제 내려 갈 일만 남았으며, 이제 내려 갈 때를 알고 덕을 쌓고 처신을 바르게 함으로써 잃었던 민심을 회복하고, 변화에 순응하고 겸손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항룡유회(亢龍有悔)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