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업(3)/ 흙을 살리는 무경운농법과 잡초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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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업(3)/ 흙을 살리는 무경운농법과 잡초의 활용
  • 이선형 회장
  • 승인 2010.07.30 13: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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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선형 순창자연농업연구회장

논밭 토양을 깊은 산속의 흙처럼 바꾸기 위한 대책으로, 산 속 부엽토에서 얻어온 토착미생물을 배양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지난번 연재를 할애하였다. 이번호에서는 흙 살리기의 대책으로써 무경운농법과 잡초 활용방법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토착미생물의 활용, 무경운, 고랑 잡초 허용, 이 세 가지는 돈이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지만 죽은 토양을 살려내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필자의 안식구가 전담하고 있는 고추하우스 (두동 200평)는 4년째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으로 계속 고추를 심어왔다. 초봄에 고추끈을 제거하고 고춧대를 뽑아 고랑에 넣고 비닐을 벗긴 후, 잘 부숙된 퇴비를 넣은 다음 기존 이랑에 다시 비닐을 씌워 고추를 심는다. 고랑의 풀 중에 바랭이같이 덩쿨성 풀은 가능한 제거하지만 나머지 풀은 함께 키운다. 비닐은 원통 두루마리 상태에서 드릴을 이용해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어 통기성을 확보해주고, 풀은 생육기간 중 두 차례 정도 베어준다. 작년까지는 고랑의 풀이 무성하였지만 금년에는 고랑의 잡초발생도 눈에 띄게 줄었고, 고추의 생육상태도 양호하여 건고추로 400근 (작년에 300근)이상의 수확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의 고추 수확량이 아직 충분한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연작장애로 볼 수 있는 역병이나 선충피해 등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최근 노린재와 담배나방 피해가 번지고 있는 정도이다. 필자의 고추밭에 투입한 천연약재들은 모두 자가생산한 것들인데, 최근에 담배나방이 내성이 생긴 것 같아, 2만원을 주고 농약상에서 친환경농약을 구입하여 한차례 사용하였다.
이상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농업으로 토양을 가꾸어 나가면 관행농업 방식보다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수확량은 꾸준히 늘어남을 알 수 있다. 200평 하우스에 관행방식으로 고추를 관리하면 비료, 농약값으로 1년에 최소한 1백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필자의 경우, 자가생산한 천연농약 비용을 감안할 때 20만원 미만으로 충분하다, 또한 수확한 고추를 대략 50%정도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으니 경제적 효용성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독한 농약으로부터 해방되어 농민건강권도 지킬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 하겠다.
서두에 장황하게 필자의 고추농사를 설명한 것은 무경운과 고랑관리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서다.
무경운 즉 쟁기나 로터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전에 설명하였듯이 대형농기계로 인한 토양경반화를 막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또한 토양개량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미생물 세계와 소곤충의 서식처를 교란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잡초제거를 위해 경운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데, 무경운 약 4~5년 후에는 잡초발생이 현저히 줄어든다. 잡초의 씨앗이 지표면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강한 자외선(햇빛)의 공격에 노출되어 발아율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운을 통해 땅속에 묻힌 잡초 씨앗은 수 십 년 후에도 조건이 맞으면 발아된다고 한다.
비닐하우스와 달리 노지는 무경운이 쉽지 않다. 토양습도가 있어서 초봄부터 잡초의 공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호밀이나 들묵새 등 월동하는 풀을 이용하여 잡초에 대응한다.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방식이다. 고랑에 호밀을 파종기를 이용하여 두 줄로 점파를 하면 호밀의 왕성한 성장력에 눌려 잡초발생이 억제된다. 호밀은 5월 중하순에 예초기로 베어서 자연스럽게 고랑을 덮게 하면 잡초발생도 억제하면서 퇴비의 역할도 하게 된다. 또한 호밀은 뿌리가 1미터 가까이 내려가므로 배수 개선 효과까지 함께 노릴 수 있다. 호밀의 낱알을 수확하려면 11월초까지는 파종해야 하지만 잡초 억제용으로만 활용하려면 3월말까지 파종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들묵새를 이용한 방식은 농촌진흥청에서 재작년에 시험 재배하였고 순창농업기술센터도 작년에 구림 시범포에 재배한 바 있다. 호밀에 비해 들묵새는 키가 작기는 하지만, 호밀처럼 매년 파종하지 않고 한번의 파종으로도 계속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예초기로 베지 않아도 5월경에 스스로 누워버리기 때문에 편리하다. 주로 콩을 단작하는 포장에서 들묵새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기계를 이용하여 경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두럭이 해마다 낮아지는 것에 대비하여 2~3년에 한 번씩 관리기를 이용하여 고랑을 파주는 정도는 필요한 작업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고랑의 잡초를 적대시하면 토양개량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겠다. 농부들 특히 여성농민들은 고랑에 잡초 보기를 원수 보듯이 한다. 고랑에 풀이 있으면 작물이 빨아먹을 영양분을 가로챈다고 생각하고 또한 주인이 게으르다는 표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독한 제초제라도 써서 말끔하게 해놓아야 직성이 풀리시는 모양이다. 필자가 과거에 읽었던 친환경 관련 책자에서는 잡초를 ‘인류가 활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풀’ 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농사꾼의 원수가 아니라 미래의 활용가치를 위해 잘 보존해야 한다고까지 역설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인가?
최근 들어 과수농가들 중에 제초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작물성장에 필요한 영양분 중 10%만을 토양에서 얻고 90%를 햇빛 에너지를 통한 광합성으로 만들어낸다고 말씀드렸듯이, 과수원의 잡초는 과수의 영양분을 뺏는 도둑이 아니라 엄청난 유기물을 생산하는 퇴비공장임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해충관리 차원에서도 바닥에 풀이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각종 곤충들이 풀 한포기 제대로 없는 바닥에서는 먹을 것이 없으므로 죽기 살기로 과수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잡초의 뿌리 근처에는 근권(根圈)미생물이 서식하고 토양개량에 관여한다. 잡초가 없다면 토양 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잡초의 그늘은 또한 강한 자외선에 의한 영양물질의 파괴를 막아주며 비닐멀칭 속의 작물의 잔뿌리가 고사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앞으로는 고량에 나있는 잡초의 존재를 게으른 농부의 상징이 아니라, 자연과 공생하는 현명한 농사꾼의 배려라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지난번 연재에서 ‘초기항생제인 아스피린’ 이란 표현은 ‘페니실린’의 오기였음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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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2013-07-04 16:37:09
와~ 잡초의 이런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었다니....
올봄 처음 작물을 키워봤는데 잡초로 인해 너무 힘들었거든요
식구들 먹을거리라 약이라곤 하나도 않았던 터라
암튼 너무 감사해요

김해영 2013-07-04 16:37:05
와~ 잡초의 이런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었다니....
올봄 처음 작물을 키워봤는데 잡초로 인해 너무 힘들었거든요
식구들 먹을거리라 약이라곤 하나도 않았던 터라
암튼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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