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숨겨진 이야기(15)순창에 이야기 남긴 유명인사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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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숨겨진 이야기(15)순창에 이야기 남긴 유명인사들②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4.05.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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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숨겨진 이야기(15) 순창군민이 알아두면 의미 있는 이야기와 그동안 잘못 알려진 순창 관련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검증된 객관적 사실 위주로 살펴봅니다.

 

백광홍(白光弘),

최초 기행가사 <관서별곡> 지은 문신

기봉(歧峯) 백광홍(白光弘·1522 ~1556)은 우리나라 기행가사의 효시 관서별곡(關西別曲)을 지었던 조선 명종 때 문신이자 시인이다. 1555(명종 10) 봄에 평안도평사가 되어 관서지방 절경과 생활상, 자연풍물 등을 돌아다녀 보고, 그 아름다움을 읊은 <관서별곡>을 지었다.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 25년 뒤 정철(鄭澈)은 체제와 수사(修辭)를 모방해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지었다.

백광홍은 순창에 들러 적성 반선정(伴仙亭)서 노닐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시에는 현포(玄圃), 적성 등 동계·적성 관련 지명이 보인다.

누각에 있으니 사람이 은하수에 떠있는 것 같고 / 신선을 초빙하여 익숙해지도록 함께 머무네 / 모든 숲 따뜻하면 복사꽃 비 오듯 뿌리고 / 수많은 골짜기 서늘하면 가을 쇠피리 소리 나네 / 현포(玄圃)에 구름 깊어 석실을 찾지 못하고 / 적성에 노을이 일어 창주(凔洲)에 비치네 / 탁영가(濯纓歌)가 끝나서 보이는 사람 없고 / 배에 달빛 가득 싣고 노 저어 돌아오네.

彷佛樓居人漢浮/招邀羽客慣相留/千林煖邐桃花雨/萬壑凉生鐵笛秋/玄圃雲深迷石室/赤城霞起暎凔洲/濯纓歌罷無人見/放棹歸來月滿舟

 

1938년 연대암-종걸 스님 제공

 

송익필(宋翼弼·15341599),

당쟁(黨爭) 설계한 책략가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15341599)은 조선 중기의 서얼 출신 유학자이자 정치인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선조 때부터 본격화된 당쟁(黨爭) 설계자’, ‘서인·노론 집권을 설계한 책략가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이·성혼·정철과 절친한 벗이었다. 그 문하에서 김장생·김집·정엽·정홍명 등 많은 학자가 배출되었으며, 인조반정의 1등 공신 9명을 직·간접 제자로 둔 서인 세력의 정신적 구심점이었다.

송익필은 어느 때인가 순창읍을 거쳐 강천산을 방문해 강천사에서 유숙하면 여러 시를 남겼다. 그중 월연대 관련 시를 소개한다.

 

새벽 강천사와 연대를 지나 월연대에 오르다(曉自剛泉過蓮臺上月淵臺)

 

비 흩뿌린 연대(蓮臺)에 새벽이 오자

남은 한기 돌문에 걸리어 있네.

숲 흔들려 가을 색이 떨어지고

새가 잠 깨 풍경 소리 갈라지네.

술 가지고 이끼 낀 절벽 따라

시낭 들고 하얀 구름 높이 올랐네.

점차 높이 올라가자 하늘이 크니

벗들과 떨어져 외로이 사는 걸 탄식할 필요 없네.

시낭(詩囊) : 시를 담는 주머니라는 뜻. 당나라 때 이하(李賀)가 매일 아침이면 다 떨어진 비단 주머니 하나를 어린 종의 등에 지우고 나귀 타고 나가 벗들과 놀다가 좋은 시구가 생각나면 그 즉시 적어서 주머니 속에 던져 넣었다가 해가 지면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데서 유래한 말.

雨散蓮臺曉/餘寒掛石門/林搖秋色落/鳥起磬聲分/壺酒緣蒼壁/囊詩上白雲/漸高天宇大/不必歎離群

- 구봉집(龜峯集) 2

전국 대부분 사찰에서 외지 방문객을 위해 누정을 지었다. 팔덕 강천사를 지나 연대암(蓮臺庵) 주변에 있던 월연대(月淵臺)도 그런 목적으로 지었다. 송익필의 시로 보아 월연대는 빼어난 경치로 유명했던 연대암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철(鄭澈) - 훈몽재에서 공부한 가사(歌辭)문학 대가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4)은 조선 중기 시인이자 문신이다. 가사(歌辭)문학의 대가로서 <성산별곡>(星山別曲)·<관동별곡>(關東別曲)·<사미인곡>(思美人曲)·<속미인곡>(續美人曲) 등의 가사와 시조 <훈민가>(訓民歌)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을 남겼다.

정철은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가 세워 강학(講學)한 쌍치 훈몽재(訓蒙齋)에서 13세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훈몽재 앞을 흐르는 하천에는 3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하고 넓은 바위가 있다. 바위에는 정철이 썼다(후에 성인이 된 후)대학암’(大學巖) 세 자가 새겨져 있다.

 

이달(李達), 허균·허난설헌 남매 스승

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12?)은 서자 출신 시인으로. 허균·허난설헌 남매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그의 시는 신분 제한에서 생기는 울적한 심정과 가슴속에 간직한 상처를 기본 정조로 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시어를 맛깔나게 사용했다. 제자 허균은 <손곡산인전>에서, “이달의 시는 맑고도 새로웠고, 아담하고도 고왔다. 신라·고려 때부터 당나라 시를 배운 이들이 모두 그를 따르지 못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허균은 서자 출신이었던 스승의 생을 동기로 삼아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었다.

1572년 경에는 호남 땅을 유람하면서 비슷한 품격의 시를 쓰던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과 어울려 시사(詩社)를 맺어, 문단에서는 이들을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조선 중엽 이후의 시풍을 탈바꿈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1578년 봄 남원부사(南原府使)로 승진한 손여성(孫汝誠)이 주최한 광한루시회(廣寒樓詩會)’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은 이달을 포함해 백광훈·양대박·임제·고경명이었으며, 이후 이들과 자주 어울려 시를 지었다.

이달이 순창 동헌에 머물며 시 한 편을 남겼는데, 아마도 고경명이 순창군수로 있던 1586년에서 1588년 사이에 쓴 시로 추정된다.

 

차쌍부상공순창동헌운(次雙阜相公淳昌東軒韻)

 

목련꽃 다 진 뒤에 엄나무꽃 피었는데

깊은 집에 사람 없고 제비들만 날아오네.

발 밖에 푸른 그늘 봄 낮은 긴데

수놓은 난간 동쪽 가에서 꿈을 막 깼네.

 

辛夷落盡刺桐開/深院無人燕子來/簾外綠陰春晝永/繡闌東畔夢初回

- 손곡집

 

임제(林悌), 호방했던 풍류 문장가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는 조선 전기 문신이으로, 남인(南人)의 영수 허목(許穆·1595~1682)의 장인이기도 하다.

호방하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벼슬에 환멸을 느껴 유람을 시작했으며 가는 곳마다 많은 일화를 남겼다. 서북도병마평사로 임명되어 임지로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黃眞伊)의 무덤을 찾아가 시조 한 수를 짓고 제사 지냈던 일과 평양기생 일지매(一枝梅한우(寒雨)와의 연정, 평양감사에 얽힌 일화 등은 유명하다. 이달(李達허균(許筠성혼(成渾이이(李珥정철(鄭澈신흠(申欽)등과 교류했다. <수성지>(愁城誌)·<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 등의 한문소설을 남겼으며 문집으로는 임백호집(林白湖集) 4권이 있다.

그는 조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지 않고 중국의 변방 정도로 여겼던 당시 조선을 지배하던 사대(事大)사상과 사대부들의 유약함을 꾸짖었다. 고향 나주에서 39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죽기 전 여러 아들에게 천하의 여러 나라가 제왕을 일컫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 오직 우리나라만 끝내 제왕을 일컫지 못하였다. 이같이 못난 나라에 태어나서 죽는 것이 무엇이 아깝겠느냐! 너희들은 조금도 슬퍼할 것이 없느니라.”라고 말한 뒤에 내가 죽거든 곡을 하지 마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금과면 매우마을 서쪽 입구 언덕 바위 위에 이 마을 출신 홍함(洪函·1543~1593)이 젊었을 때 지은 누정 삼외당(三畏堂)이 있다. 누정 현판에는 홍함과 교류한 백호(白湖) 임제(林悌), 장성에서 의병을 일으킨 충강공 김제민(金齊閔), 담양에서 의병에 참가해 공을 세운 충장공 양대복(梁大福) 세 사람의 시가 걸려 있다. 임제는 15783월 서울로 상경하던 도중 남원 광한루에서 백광훈, 이달, 양대박(梁大樸)등과 시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삼외당에 들러 홍함과 술잔을 기울이고 시를 남긴 시기도 아마 그 무렵이지 않았나 추정된다. 다음은 삼외당 현판에 걸린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시다.

 

옛 사람의 초당이 있는데

작은 산 남쪽에 별이 드문드문 보이네.

나무 늙으니 바람을 먼저 깨닫고

시내가 비었으니 달 머금기 쉽네.

아름다운 이름 삼외당 안에 높이 거니

먼 곳에서 온 나그네의 말을 머물게 하네.

오래된 섬돌 아래 매화가 처음 피었으니

천기와 더불어 참여하네.

 

故人有堂宇/寥落小山南/樹老風先覺/溪虛月已含/嘉名揭三畏/遠客住征驂/古砌梅初發/天機與共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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