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우수마발 농민조직은 우답불파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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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은 우수마발 농민조직은 우답불파 되어야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2.01.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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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세스런 일이다.
우리 고장의 별난 일이 다른 지역에 알려지고 그도 못자라 중앙 전파를 타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한번은 유명인사와 관련된 일이라서 답변하기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는 또 다른 궁색함에 설명이 편치 않다. 대체 어찌하면 사람의 몸체보다 훨씬 큰 영물(?)이라는 짐승이 열 마리 넘게 ‘굶어 죽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황당하다. 더구나 사람도 물만 먹으며 수십 날을 버티는데 그 큰 소가 몇 날을 굶었간디 죽어 나자빠지냐는 물음엔 설명이 만만치 않다. 그저 사료가 없어서 ‘아사’했다고 말할 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계면 노동마을의 한 축사에서 벌어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슬픈 일이 가슴에 맺힌다. 축사주인은 “나를 도우려거든 나머지 소도 안락사 시켜달라.”, “소도 불쌍하고 나도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소를 많이 키우는 것 자체가 죄인이 되었으니 현실이 비통하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당장 남은 소를 팔고 축산업을 정리하고 싶지만 이 현실을 알리려고 버틴다.” 이 피맺힌 절규가 한때는 170여 마리의 소를 사육했던 축산농가의 절망과 분노에 찬 막다른 몸부림이라 생각하니 농촌의 농민들의 아픔에 새삼 울적하고 세상이 원망스럽다.

이 절규가 이 절망이 지금 우리 고장 순창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매스컴의 카메라 세례와 기자들의 취재 경쟁으로 소보다 사람이 더 많을 정도라는 그 축사 인근에는 어찌되었던 눈에 보이는 상황만 정리하려는 상황논리가 가득하다고 한다. “차라리 나머지 소도 안락사 시켜달라” 축사주인의 절규가 무엇을 뜻하는 지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가진 이들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사람의 일로 나라 전체가 들썩거려도 왼눈 하나 깜짝거리지 않던 정권들 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고 대통령이 결재를 하고 농촌과 농민의 딛고 선 땅이 무너질 듯 탄식소리가 커도 ‘소 굿 소리 듣듯’ 좋아진다고 더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소 궁둥이에다 꼴을 던지 듯’ 부추기기 급급하다. 농민들의 주장과 원망을 ‘소 죽은 귀신같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가난하고 힘들어서 고집이 세고 힘줄이 질겨졌을 뿐 괜한 고집으로 질긴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수십년 아니 조상 대대로 농투성이로 살아오면서 체득한 생존의식이자 또 속을 수 없다는 자존의 몸부림이다.

동물사랑 실천협의회(이하 동사협)가 “한 축산농가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소들을 강제로 굶겨죽이고 있다”고 했다니 ‘동물보호’ 관점에서는 그렇듯 하나 평생을 기대하고 일생을 바친 축산농가의 입장은 같을 수 없다. “소 많이 키운 죄”를 탄식하는 농민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 더구나 어설프고 나약하기만 한 농가의 바람막이가 되고 비빌 언덕이 되어야 할 농민 조직인 농협과 축협 그보다 더 큰 지방자치단체가 미봉책만 강구하며 ‘질기고 독한’ 사태로 치부하는 현실에서 당사자가 기댈 곳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

농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농민의 이익을 위해 결성했다는 협동조합은 어떠한가. 삶의 도리에 유식한 농민을 무식하게 취급하며 이전투구에만 관심을 둔다. 상임조합장이니 상임이사를 따지고 인사권이니 경영책임이니 연봉이 적고 많음을 불평한다. 돈이 없어 소가 죽어 나가고 사료가 소를 먹고 급기야는 소가 소를 먹을 지경인데도 해외여행을 운운하고 특별상여금을 더 타내려고 갖은 잔머리를 동원한다. 농민 조합원의 출자금과 이용실적이 조합의 근간임을 망각하고 조합장과 상임이사가 잘나 조합이 성장한 것으로 도취한다.

어느 조합이 조합원의 묵묵한 참을성 없이 탄탄한 믿음없이 성장하였는가. 조합원을 먼저 배려하라. 박봉에 시달리는 직원도 챙겨라. 조합원이나 직원을 윗분의 계산으로 이용하지 마라. 이용당해서도 안 된다. 아직 군청사 앞 뜰에는 나락가마가 적재돼 있고 지난해 가져다 쓴 영농자금 이자를 개리지 못한 농민들이 부지기수다. 축산농가를 농민조합원을 계륵(鷄肋)으로 대하지 말고 우수마발(牛  馬勃, 흔하지만 유용한 약재)로 여겨야 한다. 그때서야 농협이 농민조직이 우답불파(牛踏不破 소가 밟아도 안 깨어진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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