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숨겨진 이야기(18)순창 방문한 유명인사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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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숨겨진 이야기(18)순창 방문한 유명인사⑤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4.06.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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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방문한 유명인사⑤ - 위당 정인보, 민세 안재홍 등

순창군민이 알아두면 의미 있는 이야기와 그동안 잘못 알려진 순창 관련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검증된 객관적 사실 위주로 살펴봅니다.

 

설씨부인.신경준 선생 유지(고령 신씨 세거지. 순창읍 남산길 32-3)

 

1930년대 대표 기행문 남유기신(南遊寄信)

1934714일부터 8월 중순까지 35일 동안 당대 대표 지식인들이 삼남지방을 여행하며 조선 역사와 문화를 탐구했다.

그들은 한학자이자 역사학자·작가(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 노랫말 작사)인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1893~1950)를 비롯해,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역사가였던 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 한학자 윤석오(尹錫五·1912~1980) 등이었다. 일행 중에는 복흥 구암사(龜岩寺)에서 수학한 석전(石顚) 박한영(朴漢永) 스님, 송계(松溪) 노병준(盧秉俊·노일환 제1대 국회의원 부친) 등 순창 관련 인사들도 있었다.

이 기행(紀行)은 충북 괴산군 화양동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유적을 시작으로, 속리산 법주사를 거쳐 논산 관촉사, 정읍 황윤석 고택, 내장사, 백양사, 순창 여암 신경준 고택, 남원, 구례 화엄사, 여수 충민사, 진도 명량과 목포 일대 임진왜란 유적, 나주 일대를 답사하는 여정이었다.

정인보는 이 기행 기록을 <남유기신>(南遊寄信)이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에 731일부터 929일까지 44회에 걸쳐 연재했고, 안재홍은 911일부터 28일까지 조선일보에 <충무유적>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정인보의 <남유기신>(南遊寄信) 기행문 중 순창 관련 기사는 제20(第二十二信)부터 제32(삼십이신(第三十二信)까지이다. 복흥 구암사와 낙덕정, 순창읍 남산대(남산마을) 여암 신경준 고택, 옛 순창동헌(현 군청) 주변을 다뤘다. 특히 신경준 고택과 설씨부인에 대해 제25신부터 31신까지 다루고 있다.

 

남유기신(南遊寄信) 순창 관련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20- 교종 본가 구암사

구암사(龜岩寺)가 얼마나 높은 곳인가 하면 정읍역에서 보면 내장(內藏·내장사)이 까맣고 내장에서 보면 순창 넘어가는 재가 또 까만데 이 잿마루가 순창 쪽으로는 거의 평지와 비등하니 순창은 실로 산꼭대기 고을이거늘 구암사는 순창에서도 또 까맣습니다.

어느 때인가 한곡도인’(寒谷道人)이라는 이가 여기다가 초암(草菴)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다던데, 이 절을 다시 이룩하여 선당과 강실(講室)이 구비하게 되기는 백파(白坡·1767~1852)부터라 합니다.

그 뒤 설두(雪竇), 설유(雪乳), 석전까지 상하 백여 년을 두고 법석(法席)이 이어 내려온지라, 사방학인(四方學人)이 경교(經敎)를 배우려면 구암(龜巖)으로써 의귀(依歸·귀의)를 삼았으니 구암사를 가리켜 조선 근세 교종(敎宗)의 본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략)

 

24- 낙덕정

“6일 오후에 (쌍치 운암리에서) 순창읍으로 나가는데 송계(松溪)는 다른 볼일이 생겨 긴 동행은 파의하고 우리 전송으로 낙덕정(樂德亭)까지만 같이 왔습니다. 낙덕정은 운암리에서 약 십 리쯤 되는 사창(社倉)이라는 동네 앞 정자인데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선생이 유상(遊賞)하던 곳이라 합니다. -(중략)-

하오(下午) 5시쯤 될 때 지나가는 자동차를 소리하여 세우고 송계와 작별하고 꾸부리고 올라가서 순창읍으로 달렸습니다. -(중략)- 아까 순창읍을 지날 때 지역유지 신문휴(申文休)씨를 민세(안재홍)의 소개로 알았는데 이 분이 일부러 우리를 찾아 올라와서 밤 들도록 이야기하고 내일 남산대 여암 신경준 고택을 같이 찾아가자고까지 하였습니다.”

 

25- 여암 신경준 고택 방문기(1)

정인보는 87일 순창읍 남산대 실학자 여암(旅庵) 신경준(申景濬) 고택을 찾아, 옛 문집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신경준의 학문 세계를 극찬하지만, 귀중한 유고 및 문집 보관상태 또는 필사본 등이 말이 아님에 적잖이 놀라며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

선생의 일생 대업을 보려면 오직 사본이 있을 뿐인데 자체(字體)의 이잡함이라든지, ·오의 부정(不訂)한 것으로 추측건대 선생 몰후에 여러 번 이사한 본중(本中)의 일본(一本)인 듯하니, 이를 무엇으로 대조해야 할지 우탄하여 왔다. 오호라, 용노(庸奴)라도 부손만 있으면 문집이 남출하고, 멸학(蔑學)이라도 세가(勢家)만 되면 대고(大稿)가 풍행(風行)하지 아니 하는가. 우리 선생이 누구시완대 조선으로서 그 거대한 가혜(嘉惠)를 가시호시하지는 못하나마 이다지 매몰하여 왔단 말인가.”

 

29- 귀래정과 설씨부인

(전략) - 남산대가 여암의 고택으로서 중한 것은 이미 기문(記文)에 서술한 바이거니와 여암 선세의 귀래정(歸來亭) 신말주(申末舟)는 보한재(保閑齋) 신숙주(申叔舟)의 계씨(季氏)로서 영도(榮道)에 마음이 없어서 전주부윤(全州府尹) 직을 바리고 이곳에 와서 종로(終老)하였나니 남산대 산두고향(山頭古享)이 곧 귀래정고구(歸來亭古構)입니다.

설사 우산(雨傘) 같은 야정(野亭)이라 할지라도 전수(前修)의 고풍양절(高風亮節)을 수연간(數椽間)에서 상망(想望)하야 마지 아니할 것인데 이 정자야말로 고적(古蹟)에 승경(勝景)을 겸한 곳이라. 고송(古松)의 구불텅거린 가지 너머로 읍옥(邑屋·읍내 가옥)이 모두 내려다보이고 원근 산록(山麓)의 취색(翠色)이 정히 농려(濃麗)한데 평광(平曠)한 논밭 중간으로 이리저리 굴곡한 유리일대(琉璃一帶)는 곧 장천(長川)이라. 조망의 넓음으로도 이번 결에 보던 정각(亭閣) 중 이 정자를 제일이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귀래옹(歸來翁)의 풍절(風節)은 누구나 다 아는 바 아닙니까마는 귀래옹 부인 옥천설씨(玉川薛氏) 문장의 왕양아려(汪洋芽麗)함은 아즉껏 세인의 한문(罕聞)한 바입니다.

설 부인은 문장뿐만 아니라 글씨로도 수경(秀勁), 청관(淸貫)한 명가(名家), 화법(畵法)까지 범유(凡流)에 초월하여 한원(閑遠), 소쇄(瀟洒)합니다. 조선 고대 규각(閨閣) 중 명류(名流)로서 신사임(申思任) 같은 이가 서화의 미를 아울렀으나 문장에 있어서는 설 부인이 일두(一頭)를 솟을 것 같고 또 사임에 비하면 선배라 규각(閨閣) 문학사에 특필할 만한 광채입니다. 옥천은 곧 순창의 고호(古號)이니 설 부인 고향이 곧 순창이라 귀래공이 여기 와서 정착함이 부인의 친가(親家)를 의지한 것인 듯합니다.

설 부인의 문((()가 아무리 명가라 할지라도 일생 규중에 은처(隱處)한 분이라 전류(傳流)함이 거의 없을 것인데, 다행히 강천사(剛泉寺) 부도암(浮屠菴)을 영축(營築)하는데 권선문(勸善文) 일편(一篇)을 지어서 자필한 것과 또 암자를 지을 곳의 산수 형지를 담묘(淡描)한 것이 있어 암물(菴物)로 다시 가진(家珍)이 된 지 오래라, 지금도 후손가(後孫家)에서 이를 세수(世守)합니다. -(하략)

 

32- 변형된 순창관아 주변

순창읍을 와서 보기는 처음이지만 어려서부터 듣던 곳이라 그런지 일종의 구정(舊情)이 끌립니다. 읍양(邑樣·읍의 모습)이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은 생각할 여지도 없거니와 그래도 옛 관아의 잔물(殘物)이 혹 남아 있지 않을까 하여 얼마 동안 방황하다 보니 아사(衙舍·순화아문) 정문이 지금은 큰길 복판에 덩그러니 섰고 우편국 옆 채에 옥천연방’(玉川椽房)이라는 소편(小扁)이 붙은 것을 보니 그때의 이청(吏廳·이방청)인줄 알겠습니다. 순창동헌의 고편(옛 현판)이 녹문관(弘文館)이라, 전배(前輩)의 제영(題詠) 중 흔히 보이었는데 지금은 유흔(遺痕)도 없고 다만 지관(地官)으로 유명하던 응향각(凝香閣)이 의연(依然)히 옛 단청(丹靑)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계(空階·빈 계단) 위로 홀로 배회할 때 속으로 별한(別恨)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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