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약시/ 자신을 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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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약시/ 자신을 안다는 것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1.19 09: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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門 문 문 庭 뜰 정 若 같을 약 市 저자 시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5

유향(劉向)이 정리한«戰國策·齊策(전국책·제책)»에 나온다. 제(齊)나라 위왕(威王)과 국상(國相) 추기(鄒忌)간에 나눈 대화내용에서 유래된 것이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제나라 국상 추기는 나름 키가 크고 잘 생긴 미남이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의관을 갖추고 거울을 통해 자기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기분이 좋아 곧 아내에게 물었다.

“나와 성 북쪽에 사는 서공(徐公)과 비교하면 누가 더 잘 생겼소?” “서공이 어찌 당신보다 나을 수가 있겠습니까”

추기는 아내에게 한 것처럼 첩에게도 똑같이 질문하였다.

“당신을 어찌 서공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아내와 거의 같은 대답이 나왔다. 이튿날 찾아 온 손님에게도 물었다. “서공이 어찌 당신만 하겠습니까?” 손님도 아내와 첩이 한 말과 비슷하게 대답하는 것을 듣고 흡족하였다.

이튿날, 서공이 마침 어떤 일을 상의하기 위해 추기를 찾아왔다. 서공의 얼굴과 몸매를 찬찬히 본 추기는 놀라 다음과 같은 느낌을 가졌다. 

‘어느 모로 보나 서공과 비교하여 내가 더 잘 생겼다고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내가 훨씬 못 생겼구나!’ 

그날 밤, 추기는 밤새도록 생각하다가 아침 일찍 위왕을 알현하고 말했다. “저는 본시 서공보다 멋있지 않습니다만, 아내나 첩, 그리고 손님이 모두 제가 더 멋있다고 하였습니다. 아내는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첩은 저를 두려워하여, 손님은 어떤 부탁을 하려고 참말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고 다시 이어서 말했다. “지금 왕께서 갖고 계신 영토가 넓고 물자가 매우 풍부합니다. 나라가 매우 강성하여 마치 저처럼 잘 생긴 미남과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 자신을 잘 몰랐던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위왕이 귀를 가까이 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하였다.

“왕께서 그리 말끔하시니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예로 든 것처럼 왕의 좌우에 있는 왕후와 상궁들은 어느 누구든지 모두 폐하를 편애하고, 조정의 대신들도 누구나 할 것 없이 폐하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또 백성들도 모두 폐하로부터 한줌의 은덕이라도 얻어 볼까하여 왕께 정확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큰 문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왕께서 이점을 잘 모르시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위왕이 처음에는 약간 기분이 상했으나 곰곰 생각하니 모두 옳은 말이므로 조정대신들을 모아 놓고 추기를 크게 칭찬하고 바로 명을 내렸다.

“오늘부터 직접 과인의 과오를 지적하는 자는 ‘상급의 상’을 받을 수 있고, 글을 올려서 직간(直諫)하는 자는 ‘중급의 상’을 받을 것이며, 길거리에서 과인의 과오를 비판을 가하는 자는 ‘하급의 상’을 주겠노라!”

이 조칙이 반포되자 많은 신하들이 간언하겠다고 모여들어 궁의 문과 뜰이 시장과 같았다. 몇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니 간언하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할 말을 다했기 때문인 것이다. 주변 나라들도 제나라 왕이 직간을 잘 수용하여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을 보고 감히 제나라를 넘보지 않게 되었다.

‘자기의 분수와 능력을 정확히 아는 현명함을 지니고 자신의 결점을 정확히 알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많은 신하들이 간언하겠다고 모여들어 궁의 문과 뜰이 시장과 같았다’는 것은 문정약시(門庭若市)가 되어 방문객이 많은 것을 말하거나 또는 환심을 사려는 자가 많이 몰려오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문전성시(門前成市)는 같은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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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ocpjcth@gmail.com 2013-08-10 01:21:03
pretty post nice say to unniversey mey th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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