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선택의 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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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선택의 해가 밝았다
  • 장호순 교수
  • 승인 2012.01.1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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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교수

인간에겐 선택이란 특권이 있다. 부모형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택할 수 있다. 점심시간 식당 메뉴를 고르는 일상생활에서부터, 평생 함께 살 배필을 고르는 운명적인 찰나에 이르기 까지 인간은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한다. 선택 자체가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울리는 친구, 즐겨먹는 음식, 일하는 직종, 살고 있는 지역 등 모두 자신이 선택한 것들이고 그러한 선택의 결과가 우리의 지금 인생이다.

인간은 또한 선택을 즐긴다. 값비싼 커피전문점이 젊은 사람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 중에는 20-30여개에 달하는 커피 메뉴 중에서 고를 수 있는 즐거움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비해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편리함도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다. 선택할 수 있는 상품도 많고 그러한 선택을 강요하거나 선택하며 눈치 보아야 하는 상인도 없다. 새로운 대형마트가 지역사회에 들어서면 전통시장 상인들은 생존권 침해라며 반대하지만 대형마트는 쇼핑을 즐기는 지역 주민들로 가득하다.

그만큼 인간의 선택은 이기적이다. 즉 모든 선택의 기준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당장은 손해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고 믿고 그러한 선택을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모에게서 배우는 선택방식 중 하나인 양보가 거기에 해당한다. 양보하는 것이 인간에게 심리적인 이익(도덕적 우월감)이 되거나 장기적인 이익(나중에 양보 받는 보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에게 이로운 줄 알고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가 되는 선택이 많다는 것이다. 불과 몇년전 빚을 지고서라도 대형아파트를 사는 것이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했는데 낭패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식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의 노후인생에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못해 힘든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도 결국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선택의 폭은 줄어든다. 지갑이 얄팍해진 주부들은 시장에서 고를 수 있는 채소나 생선의 종류가 제한된다. 용돈이 줄어든 직장인들은 퇴근 후 어디서 한잔할까 고르는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 청년실업자들은 수십개에 달하는 커피전문점의 커피 메뉴 중에서 하나를 고를 특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올해는 모든 국민들이 선택의 특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로 선거이다. 4월에 국회의원 선거,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각종 언론보도와 여론조사에 의하면 많은 유권자들은 4년 전 그리고 5년 전 자신들이 선택한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화 이후 선거를 거듭하면서 한국의 유권자들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특히 민주화 교육의 정도가 낮고,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에 익숙했던 노령층의 정치적 선택은 현명치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유권자들을 상대로 정치적 사기를 벌인 정치인들, 노인들을 상대로 가짜 약을 파는 악덕상인과 다름없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안목이 쌓이고 있다. 화장지 한 개를 사면서도 가격, 길이, 종이품질 등을 신중하게 살피는 주부들처럼 유권자들에게도 후보자들의 다양한 측면을 점검하는 안목이 생겼다. 과거와 같은 정치인들의 과장 광고나 허위 광고가 통하기 힘들어졌다. 정당들도 이제 그런 눈치를 채고 야권통합이니 비상대책이니 호들갑을 떨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정당은 달라져도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에 또다시 시행착오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과거보다는 더 신중하고 현명한 유권자들의 선택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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