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견계종/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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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견계종/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2.08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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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 견줄 비 肩 어깨 견 繼 이을 계 踵 발뒤꿈치 종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6

지난 무더운 여름, 필자는 5일간이나 열린 <홍콩국제식품판촉전>에 우리 수산제품 수출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홍콩에 다녀왔다.

오전 10시, 홍콩 섬 북쪽 완짜이의 컨벤션센터에 모여드는 구매자의 행렬은 정말 장관이었다. 이 빌딩과 저 빌딩을 잇는 복도와 큰 길을 여러 개 넘어 다니는 육교, 전장 1㎞가 넘는 이 길에 쇼핑백을 끌고 배낭을 메고 몰려오는 수많은 사람들, 수백 명이 넘는 안내요원들은 20개국 800여개의 부스가 있는 시장 앞에서 질서를 유지하느라 안간힘을 다 쏟고 있었다. 이 부스에서 저 부스로 가는데 5분이나 걸리고 매장을 다 돌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할 정도로 많이 몰렸다. 마지막 날 만찬에서 만난 센터 관계자는 5일간 연인원 40만명이 방문하였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이 인산인해를 이룬 판촉전이었다.

홍콩! 중국 꽝둥성(廣東省) 남쪽 해안지대에 있는 특별행정구로 중국식 지명은 향항(香港, xiang gang)이다. 제주도의 60%의 면적에 불과한 1,848㎢에 약 700만명이나 살고 있다. 1997년 7월 1일 정식으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은 행정·경제활동의 중심지 홍콩 섬, 지우룽반다오(九龍半島)의 남쪽 부분, 선전(深  )의 바로 남쪽인 신계(新界)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홍콩 전체의 면적 중 신계지역이 거의 90%를 차지하나 주민들 대부분은 128㎢에 불과한 홍콩 섬과 지우룽지역에 모여 살기 때문에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여기에 이처럼 큰 ‘구매축제’ 에 대거 모여 든 홍콩인! 이번 <판촉전>에서 옛적 안자(晏子)가 허풍으로 과장하여 말했던 比肩接踵(비견접종)의 진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 같았다.

《史記·管 列傳(사기·관영열전)》에 나온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제(齊)나라의 상국 안자(晏子)는 키가 작고 용모도 준수하지 않았으나 말재주가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 어느 해 안자가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는데 초나라 왕이 자기 나라의 세력이 큰 것을 과시하면서 사신에 대하여 무례하게 대하였다.

우선 안자의 키가 아주 작다는 것을 알고 그를 조롱하려고 맘을 먹었다.  사람을 시켜 성벽 대문 옆에 작은 문 하나를 더 내고 안자를 작은 문으로 성에 들어오게 하였다. 자기를 희롱하고 있음을 직감한 안자가 단호히 거절하여 이렇게 말했다.

“개들의 나라에서만 개들이 개문으로 드나든다. 하물며 나는 초나라에 온  사절인데 어찌 개문으로 들어간단 말인가?”

사신 안내를 책임진 한 관원이 그를 정문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 왕을 알현하게 되었을 때 왕이 아주 교만한 태도로 안자에게 물었다.

“너희들 제나라는 사람도 없느냐? 어찌 너 같이 키도 작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단 말이냐?”

안자가 일어나 앞으로 나가 반박하여 말했다.

“우리 제나라에는 사람이 지나갈 때 어깨를 비비고 앞뒤 사람 간 발꿈치가 닿을 정도로 많습니다. 소매를 펴면 해를 가려 흐린 날씨가 되고 동시에 땀을 뿌리면 비가 오는 것과 같이 되는 정도인데 어찌 사람이 없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우리 제나라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는데, 용모가 준수하고 유능한 사람은 반드시 재덕이 출중하신 군왕께만 사신으로 보내 인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다시피 저 같이 용모도 떨어지고 키 작은 사람은 별 수 없이 이곳에 올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초왕이 듣고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안자를 조롱하려고 작심했던 초나라 군신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 볼 뿐 반나절이나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어깨가 닿고 발꿈치가 잇닿을 정도로 사람으로 붐비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를 인용하여 사람이 아주 많아서 붐비는 모습을 비유하였다. 때로는 비견(比肩)과 접종(接踵)을 따로 떼어 해석하는데, 비견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능력이 비슷함을 비유하고, 접종은 발꿈치가 맞닿을 정도로 사람들이 잇달아 도착하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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