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취호탈/ 교묘한 수단으로 남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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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취호탈/ 교묘한 수단으로 남의 것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2.24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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巧 교활할 교 取 취할 취 豪 굳셀 호 奪 빼앗을 탈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7

중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하여 관심이 적으며, 위조와 복제가 왜 불법인지를 이해하는 정도가 좀 낮다. 물론 WTO가입 후 중국 정부가 짝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펴고 특히 짝퉁제품을 불태우고 깔아뭉개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여 주고 있지만….

하지만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흑묘백묘론 : 黑猫白猫論).’ 는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을 잘못 해석한 것일까? 돈 버는 일에 정도(正道)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은 싼 값에 유혹을 받고, 짝퉁을 만든 사람을 영웅으로 칭송하기까지 한다. 가짜를 단속하는 경고문이 곳곳에 나붙어 있지만 상인들은 그 유혹을 잘 끊지 못하고 지방은 적당히 눈을 감아주고 있어 근절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영향력이 있는 중국 관련부서의 한 고관이 견결히 의지를 밝혔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들이 옛날 유명한 서화의 모사가(模寫家) 미우인(米友仁)의 후예들이라고 놀린다. ‘짝퉁의 나라’ 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 뿐 아니라 국내산업보호를 위해서라도 가짜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외국의 유명기업과 합작을 통해 그들의 기술과 자금을 대거 받아들여 짝퉁보다 더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많이 생산하여 가격을 적절히 내린다면 가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주휘(周煇)가 편찬한《淸波雜志(청파잡지)》에 나온다. …米, …拓竟 倂以眞  本歸之,   其自擇, 莫能辨也,  … (…미… 탁경, 병이진안본귀지, 비기자택, 막능변야, …) : 미우인이 모사한 후 진본과 모사본을 같이 갖고 가 주인에게 보여주었으나 주인이 진본을 찾아내지 못했다.

송(宋, 960-1279년)나라 미불(米  )은 서예가이며 유명한 화가였다. 그의 아들 미우인(米友仁)은 이러한 부친의 덕으로 유명한 서화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옛사람들의 작품을 모으는 것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 어떻게  하여 고화(古畵)를 많이 모을 수 있을까 하고 궁리만 하였다. 마침 그에게 고화를 잘 모사하는 재주가 있었으므로 시험 삼아 남의 <송우도(松牛圖)>를 빌려 모사하고는 일부러 모사본을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그림의 주인이 며칠 지난 다음에야 원본이 아닌 것을 알고 미우인을 찾아가 크게 화를 내고 진본을 되돌려 받아 갔다. 미우인이 ‘어떻게 진품이 바뀐 줄 알게 되었느냐.’ 고 물었다. 주인은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

“진본에 있는 인물의 눈에 목동의 그림자가 있어야 하는데, 당신이 되돌려준 그림에는 그것이 없었단 말이요. 내가 눈여겨 봐 두었기 망정이지….”

그러나 그의 모사는 거의 완벽하여 모사한 그림이 가짜인 것을 아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모사한 후 늘 진본과 모사본을 함께 주인에게 보내어 주어도 주인은 모사본이 진품인줄 알고 가져가는 일이 많았다. 미우인은 이러한 방법으로 많은 귀중한 유명작품을 가로 챌 수 있었다. 

미우인이 비록 재능이 매우 뛰어난 예술가이기는 하였지만 사람들은 이처럼 가짜를 진본과 바꿔치기한 사취행위를 ‘巧取豪奪(교취호탈)’한 행위라며 비판하였다. 역사에 오명을 남긴 것이다.

‘재물과 권리 따위를 교묘한 수단이나 힘으로 빼앗다.’ 는 뜻으로, 훗날 부적절한 수단과 방법으로 남의 물건을 사취하거나 온갖 술책을 다하여 백성들을 약탈하거나 탐관오리의 포악한 행위를 비판하는 말이 되었다.

유사한 성어로《管子版法解篇(관자판법해편)》에 나오는 威脅利誘(위협이유)가 있다. ‘각종 수단을 이용하여 어쩔 수 없이 복종하게 하는 것’ 을 형용하는 말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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