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 갓끈이 떨어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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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 갓끈이 떨어졌군요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3.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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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 좋을 호 事 일 사 多 많을 다 魔 마귀 마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8

베이징 시절, 양국 고위관료의 면담을 주선하다가 자연스레 서로 친하게 된 분이 있었다. 사적으로도 친하게 되어 서로 자기 집에 초대하여 식사도 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특히 관료사회에 대한 얘기들을 하다 보면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은 것에 놀라곤 했다.

어느 한 해 춘지예(春節, 음력 정월 초하루)무렵에 그의 집 앞에 승용차들이 많이 서 있고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차나 한 잔 하자해서 갔더니 어디에서 온 전화인지 자주 받으며 껄껄대고 웃으며 즐거워하였다. 식사 후 돌아 올 때에 그의 부인이 아내에게 몇 가지 선물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2년여가 지나 그 분이 정년퇴직을 하셨지만 필자는 격의 없이 찾아가 차를 마시곤 하였는데, 예전에 비해 찾아오는 사람도 전화를 걸어오는 것도 적어 목소리에 힘이 많이 빠져 있으셨다.

“갓끈이 떨어지셨군요?”

“무슨 말인가?”

“관직을 그만 두셨다는 것이지요.”

“맞아! 이전에 車水馬龍(거수마룡)하다가 이제는 門可羅雀(문가라작)이 되었으니 맞는 말이군!”

“세상사 이치는 모두 비슷하네요.”

사마천(司馬遷)의《史記(사기)》에 나온다.

한(漢, BC206-AD220)나라 때 적공(翟公)은 품행이 고상하고 청렴한 사람이었다. 마침 나라에 공을 세워 작위를 받아 권세가 높아지니 고위관료들이 많이 찾아와 문지방이 닳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 아부하여 뭐라도 하나 건져 볼까 하고 찾아오는 문객이 줄을 이어 그야 말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사다마(好事多魔)였는지 적공이 그만 교만하여 황제의 눈에 벗어난 행동을 하여 급기야 모든 관직을 박탈당하고 서민으로 강등되어 버렸다.

그러자 그 동안 찾아오던 많은 사람들이 종적을 감추고 다른 주인을 찾아가 뿔뿔이 헤어졌다. 밤이 되면 등불이 환하고 가마와 사람들로 붐볐던 그의 대문에는 이제는 그물을 쳐 잡을 정도로 많은 참새가 날아와 지저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후에 적공이 다시 관직에 오르게 되자 빈객들이 또다시 밀려들었다. 이에 대해 적공이 이렇게 말했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사람도 많이 오더니, 관직을 떠나니 참새를 잡는 그물을 쳐 놓은 듯 한산하더라. 그런데 다시 복직을 하니 손님들이 예전처럼  다시 몰려오므로 대문 위에다 이렇게 썼다.

一死一生 乃知交情(일사일생 내지교정) : 생사로 사귐의 정을 알고,

一貧一富 乃知交態(일빈일부 내지교태) : 빈부로 사귐의 태도를 알며

一貴一賤 交情乃見(일귀일천 교정내견) : 귀천으로 사귐의 정을 본다.

사마천은 이러한 세태를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처럼 현량한 사람들도 권세가 있을 때는 손님이 끊이지 않다가 권력을 잃자 찾아오는 이가 드문 상황을 피하지 못했으니 보통 사람들은 오죽 하겠는가? 이처럼 세상사의 기복과 권력에 아부하는 모습이 정말 비애를 느끼게 하는구나!”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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