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착한 아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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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착한 아이’를 위하여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2.03.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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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한 해의 세 번째 달이며, 한파가 지나가고 춘삼월 봄이 시작되는 달이다. 고사리 손에 책가방을 들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 희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이 새삼 이채롭다.

기미년 삼일독립만세운동이 있었던 달, 양돈농가가 반기는 3월 3일 삼겹살 날(데이),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납세자의 날이 겹쳤다. 또 지난 5일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이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날이다. 원래는 열 계(啓)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 했으나 후에 한나라 무제 왕이 놀랠 경(驚)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라 하였다하니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의 힘은 대단하다.

또 상혼이 깃들어 있기 하지만 지난 달 14일 밸런타인 날 여자 친구로부터 받았던 초콜릿에 대한 고마움을 되돌려 줄 수 있는 화이트 날(이날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라고 한다)도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세상이 공평하고 기회가 균등하다는 인식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축구를 좋아하는 아니 요즘 말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뭇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승부의 결과에 희비가 교차되는 케이(K) 리그 개막전도 이 날 함께 열린다하니 기대할 일이다. 그 날을 기쁘게 보내면 20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다. 낮이 길어지니 논밭을 일구는 농부들과 책과 시름하는 어린 동량들의 수고가 점점 늘어 갈 것이다.

어린 시절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아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듯 들어왔다. 그러나 그 시절 존경해야 할 위인들의 (특히 반체제 인사나 독립운동가 등) 평전을 읽었을 때 그 주인공의 삶은 어린 생각에 착한 아이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대개 그 위인들은 아버지의 희망은 저버리기 일쑤였으나 백성들을 위해 헌신하고 정작 자신은 망명객이 되거나 영어의 몸이 되었으니 헷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집안에서는 탕아였으나 평생을 행복했었다는 전기에서 느끼는 것은 결코 작지 않았다. 세상은 꼭 ‘말 잘 듣는 아이’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한 삶인가라는 가치를 인식하는 데(나의 경우) 꽤 오래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경쟁주의와 출세주의는 부모의 마음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가정마다 성적 제일주의에 빠져 상위 성적을 강요한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꿈을 꾸어볼 여유는 없다. 부모의 꿈은 곧 아이의 꿈이 되고 만다. 입시 전쟁에서 패배하면 무능아가 되고 부모의 은혜에 보답 못하는 배신자가 된다. 그래서 ‘착한 학생’ ‘말 잘 듣는 자식’들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입시)전쟁 준비로 수년을 허비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통념과 오판에 사로잡힌 부모들은 신분 상승을 위하여 별 인연도 재능도 부족한 자녀에게 무리한 공부를 강요하고 조기유학을 위해 어린 아이를 억지로 이역으로 내몰며 되지도 않은 학력신장을 강압한다. 이 모두 잘못된 사회가 강권하는 폭력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한 채.

그러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으나 이런 사회적 폭력에 내 몰린 어린 자녀들의 심신은 피폐해지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거나 욕망을 찾아내 사고하고 표현할 줄 모르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 부모들의 잘못이며 잘못된 사회의 책임이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고 싶지 않은 자식이 아직도 효도가 최고 덕목으로 인정되는 나라에서 부모의 뜻에 반역하기란 쉽지 않다. 3월, 미래의 동량이 되어야 할 새내기 초등학생들의 등교 길을 돕는 부모들의 승용차 행렬이 끊이지 않지만 지금 부모들의 마음속에 가득 찬 ‘내 아이가 암기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는 하루빨리 ‘내 자식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도록 돕는 자세로 바꿔야 한다.

무릇 바탕이 다른 것도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비로소 서로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가치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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