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정치판이 진정 달라지려면 정당후보도 주민이 선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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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정치판이 진정 달라지려면 정당후보도 주민이 선출해야
  • 장호순 교수
  • 승인 2012.03.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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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겉보기에는 바뀐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대로인 것들이 많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여기저기 뜯어고친다고 사람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정치판도 마찬가지이다. 몇 달전만 해도 개혁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요란하게 수술을 하는 모습이었다. 정당대표가 교체되고, 정당명칭이 달라졌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자조감이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불법선거운동과 공천후유증 등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선거를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선거를 통해 무언가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올해 선거에서 국민들이 바꾸길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먹고 살기조차 힘든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어느 나라든 빈곤이 확산되면 정치적 관심이 높아진다. 지난해 발생한 북아프리카의 자스민 혁명도 빈곤층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90년대 이후 한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한국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빈곤층으로 전락한 자신들의 처지를 자각한 결과이다. 최저임금으로 밤새워 일하며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반값등록금을 공약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후보자에 대한 희망과 기대보다는 지난 선거에서 잘못 선택한 정치인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은 야당의 반성이나 변화보다는 여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노무현에 대한 실망이 이명박으로, 이명박에 대한 실망이 다음 대선 당선자의 선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것일까? 현명한 유권자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가 총선 전에 실시하는 예선, 즉 정당의 공천시스템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큰 차이가 없는 한국 정당의 그릇된 공천제도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바로 지역을 무시한 중앙집중적 공천방식이 문제의 근원이다.

선거를 앞두면 지역구마다 수십 명이 출마를 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2-3명 선에서 선택하기를 선호한다. 후보자가 너무 많으면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세계 대부분의 민주국가들은 2-3개의 주요정당이 번갈아가면서 집권한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정당에서 선택한 후보자 중에서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당에서 후보자를 뽑는 절차가, 국민들이 후보자를 뽑는 절차만큼이나 중요하고, 정당 내에서 후보자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의회민주주의가 먼저 정착된 외국에서는 정당후보 선출에 예비선거라는 제도를 두어 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민주화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의 경우,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정당후보의 선출절차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 결과 예선과정에서 중앙당이 거의 전권을 행사한다. 보수적인 정당이든 진보적인 정당이든 관계없이, 중앙당에서 사실상 지역후보자를 결정한다. 정당 내 후보자간 경선을 하기도 하지만, 경선여부를 중앙당이 결정한다.

후보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출마한 지역의 유권자보다는 정당의 보스들에게 먼저 선택되어야 하는 예선구조인 것이다. 공천이라는 미명하에 정당보스들의 당내 주도권 구축 수단으로 악용된다. 민주화 이후 소위 3김이라는 정치거물들이 퇴역하고, 낙천낙선운동, 공천개혁운동, 매니페스토 운동 등 선거개혁을 표방한 운동들이 많았음에도 정치판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과 같이 중앙당이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후보공천 구조로는 정치판이 달라지지 않는다. 정당후보자도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정당민주주의가 도입되어야한다. 그래야만 진정 정치판이 달라지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가능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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