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 입술이 없으니 이가 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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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망치한/ 입술이 없으니 이가 시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4.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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脣 입술 순 亡 잃을 망 齒 이 치 寒 시릴 한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30

《春秋左傳(춘추좌전)》에 나온다. 宮之奇諫曰, 諺所謂輔車相依, 脣亡齒寒者, 其虞之謂也(궁지기간왈, 언소위보차상의, 순망치한자, 기우괵지위야) : 궁지기가 간언하기를 ‘옛 속담에도 광대뼈와 턱은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 말이 있사온데, 이는 곧 괵과 우를 두고 한 말입니다.’

2600여 년 전 옛 중국의 제후들 간 싸움 이야기에서 비롯된 이 성어는 훗날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역사가운데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이 되어 우리 귀에 익숙해졌다. 고려 사신이 남송(南宋)에게 ‘고려가 없어지면 남송은 당시 최강국인 금(金)과 바로 대치하게 된다’며 이 말을 썼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명(明)나라가 조선에 출병하면서 이 성어로 ‘조선이 망하면 명나라가 위험하다’는 논리와 명분을 내세웠다. 

현대에 이르러 6·25동란 시 북한군이 괴멸직전에 이르렀을 때, 마오쩌둥(毛澤東)은 이 성어로 중공군 참전의 명분을 삼았다. 이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논리는 북한의 생존을 보장해온 중국의 기본 논리가 되었고, 이러한 중국의 지원은 한반도 분단을 70년 가까이 장기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제는 북한이 중국에 원조를 요구할 때마다 혈맹관계를 들먹이며 자주 이 성어를 들이대고 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작은 나라로 우와 괵이 병풍을 둘러 친 것처럼 인접하여 관계가 아주 밀접하였다.

어느 해, 진(晉)나라 왕이 괵을 치려고 준비하면서 괵이 우를 끌어들여 연합하여 막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럴 경우 진나라는 얻은 것도 없이 손해만 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진왕이 여러 가지로 고심을 한 끝에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냈다. 사신에게 천리마와 진귀한 벽옥을 갖고 우나라에 가서 진나라 군사가 괵나라를 칠 수 있도록 길을 빌려 주도록 설득하게 하였다. 우왕이 눈앞의 이익에 그만 눈이 어두워 우와 괵 간의 우호관계를 고려하지도 않고 진나라의 요구를 들어주고 말았다. 진왕은 이런 수법으로 바로 괵을 공격하여 봉읍 하나를 차지하였다.

3년이 지나고 진왕은 괵을 공격하기 위해 또 우왕에게 길을 빌려 달라고 요구하였다. 우왕이 또 진왕의 요구를 들어주려 하자 신하 궁지기(宮之奇)가 일어나 간언하여 말했다.

“지난 번 우리가 진에게 길을 빌려 주어 괵을 공격하게 한 것은 이미 잘 못된 것으로 알고 계시면서도 또 다시 길을 빌려주다니요. 괵은 우리의 이웃으로 병풍처럼 우리를 가려 줘 우리 두 나라는 입술과 이빨같이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빨이 보호해주는 것이 없어 시리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괵이 망하면 우리를 보호해주는 병풍이 없어지는 것이니 다시 한 번 고려하심이 옳을 줄 압니다.”

우왕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뭘 모르는구나. 진나라는 우리와 가까운 친척인데 해치겠나?”

궁지기가 다시 간청하여 말했다.

“진왕은 더 가까운 친척도 죽였습니다. 하물며 우리처럼 먼 친척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제발 제 말을 듣고 길을 빌려주시지 마십시오.”

궁지기가 간절히 만류했지만 우왕은 끝내 듣지 않았다.

과연 진왕은 괵을 친 후 우나라가 방심한 틈을 타 돌아오는 길에 우를 쳐 멸망시켰다.

이 성어는 오늘날에는 ‘서로가 반목하고 질시하고 경쟁만을 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상생하기 위한 협력과 서로 도우며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교훈을 담아 사용되고 있다.

유사한 성어로 休戚相關(휴척상관)이 있다. ‘기쁨과 슬픔을 서로 같이 하다’ 는 뜻으로, ‘관계가 밀접하여 이해가 일치하다’ 는 의미를 갖는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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