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해상전/ 세상이 너무 크게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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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상전/ 세상이 너무 크게 변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5.0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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滄 푸를 창 海 바다 해 桑 뽕나무 상 田 밭 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32

‘잠실’이라는 지명은 그대로 이름이라도 남아 있지만 양재역 부근이 ‘말죽거리’였다고 하면 어린 사람들은 누가 알아보겠는가? 보릿고개를 말할라 치면 “라면을 끓여 드시지 않고요”라는 답이 우리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미농지로 새끼를 꼬아 서류를 철하고, 큰 종이에 보고서를 작성하여 막대 포인트를 들고 우렁차게 브리핑하던 시절은 이제 먼 옛날의 얘기가 되었다. 겨우 30여 년 전의 일인데도 말이다.

이제 그토록 거추장스럽게 컸던 컴퓨터는 에이(A)4용지 한 장 크기로 줄어들어 노트북이라고 불리고, 한 과(15명 내외)에 한 대 뿐이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컴퓨터 한 대씩을 갖게 되었다. 꼭 서점에만 가야 구할 수 있었던 정보와 지식은 안방에서 키보드만 잘 누르면 우수수 쏟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500년에 걸쳐 일어났을 일을 짧은 시간에 다 바꿔버린 것이다. 앞으로 10년, 또 얼마나 바뀔지 모른다. 

머리 나쁜 나, 좀 조용히 살고 싶은데…, 누가 왜 이리 복잡한 것을 발명하여 머리를 아프게 하는지 원망스럽기도 하다. 옛 사람들이 말했던 창해상전(滄海桑田)은 천년·만년을 두고 과거와 현재의 다름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2~3년도 못 내다 볼 정도로 정말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을 지금 사야하는지 망설이는 나에게  ‘앞으로 2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라고 말하는 직원들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동통신회사의 끈질긴 구매요구를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지난달에 사고 말았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마고(麻姑)라는 선녀가 도사 왕방평(王方平)의 초청을 받아 인간세계에 내려오게 되었다. 왕방평이 선녀를 보니 겨우 18~19세 정도의 모습인지라 놀래어 실제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글쎄, 나도 도대체 몇 살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소. 다만, 바다가 밭으로 변하고 밭이 바다로 변하는 것을 세 번 봤다고는 얘기할 수 있소.”

바다가 밭으로 변하고 밭이 바다로 변하듯 인간세계가 이처럼 크게 변하려면 오랜 기간 심지어는 천년이나 만년 만에 한 번이나 될까 말까인데 마고는 이것을 세 번이나 겪었으니 어느 누구도 그녀의 나이를 계산해 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선인 그녀의 모습은 어쨌거나 겨우 18~19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성어는 ‘창해가 변하여 뽕나무밭이 되다’는 것으로 우리가 흔히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도 하는데 ‘세상의 변천이 몹시 심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훗날 세월의 무상함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자신도 모르게 세상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 비유한 말로 쓰였다. 또한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될 수 있을지라도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며 그날 그날을 최선을 다하여 삶을 누리는 것이 지혜로운 인생살이라고 가르치는 말이 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성어로 ‘언덕과 골짜기가 서로 바뀌다’는 뜻을 가진 능곡역처(陵谷易處)가 있다. ‘세상이 크게 변하다. 지위고하가 크게 바뀌다’로 비유하여 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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