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고장난 사회를 바로잡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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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고장난 사회를 바로잡는 힘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2.05.0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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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공정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례는 많다. 대기업이 피자나 통닭 장사에까지 손을 대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황폐화하고 경제를 독식한다. 사람의 ‘능력’을 보는 대신 학력과 학벌 등 이른바 ‘스펙’(specification 줄임말로 학력·토익점수 등 취업 준비용 이력)이 갖춰지지 않은 개인을 무능력자로 낙인찍는다. 매시간 뉴스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불법과 비리소식은 불공정의 연장선에 있다. 더구나 15년전 외환위기(IMF) 이후 한국사회는 승자독식의 무한 경쟁이 그 끝을 모르고 치달린다. 문제는 그 무한경쟁사회의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처지가 사회 구조보다 노력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인식하는데 있다.

한국사회의 불공정의 주범은 편법과 반칙, 독식의 대명사인 대기업과 도덕 불감증에 빠진 정치인과 관료들에 있다. 회사에선 학력으로 계급을 가르고 사회에서는 돈이 있고 없음에 따라 경쟁의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경쟁의 출발선이 각기 다른 계층은 사람들의 생각까지 지배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박을 꿈꾼다기보다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취미’로 로또를 구입하고 유복한 부자들은 정치 얘기를 통해 호사가를 자처하며 낮은 사회계층을 힐난한다. 불공정의 최고점에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도덕 불감증에 집중돼 있다. 물론 도덕 불감증은 그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직장에도 시민사회에도 있다. 공직사회나 사회단체에서의 비리를 목도하기 어렵지 않으나 매번 눈을 감아야 한다.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항상 이기고, 공정한 절차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은 보기가 힘들다”는 시민의 정서에서, 불공정하지 않고 좀 더 정의롭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법이 약자들 편에 서지 않는 현상이 불공정의 증거라고 말한다. 정당한 파업이 곧 ‘불법’이 되고 “회사는 수많은 불법이나 편법을 저질러도 벌금 몇 백만원만 내면 되지만, 힘없는 노동자는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거나 심한 처벌하는 사회”가 이를 입증한다.

여기서 “진보와 보수라는 말이 현실에선 사전적 의미로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는 요즘 사람들의 인식에서 느끼는 바가 크다. 한 보도내용에 따르면 “책을 찾아보니 보수는 현 체제를 지키면서 국가를 보호하고, 진보는 현 체제를 개혁하고 평등한 가치를 실현하자는 것으로 둘 다 이 사회를 잘 살게 하자는 것인데 보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사익을 추구하는 부패세력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책에서 말하는 보수가 아닌 것 같고,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이런 보수에 반대함으로써 권력을 잡으려는 것 같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어 내 눈엔 진보와 보수 둘 다 낡아 보인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의 “머릿속 정의와 상식은, 부정의와 비상식을 불공정과 같은 것으로 보는 그들 나름의 합리성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요, “합리성의 개념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지형 또는 진영 논리와는 분리된 것이며 이들은 자신이 겪은 경험, 스스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와 비합리를 따질 뿐, 집단의 판단은 편파성을 띠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문화적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판단 맥락도 복잡해졌고 자신의 합리성을 구성하는 개인의 경험과 정보가 고정돼 있는 현상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을 통해 내 능력을 보여줘야겠다는 강박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온 기성세대나 오르막길에서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대는 젊은 세대까지 상대적 평가에 익숙해져 그 잣대를 세상 모든 일에 들이대며 상대적인 만족감이나 열패감을 느끼며 사는 현실은 삭막하다 못해 무섭다. 세상의 이치나 개인의 삶이 평가 속에 녹아나는 것만은 아니다. 개인의 성공을 위한 부단한 자기계발은 장려할 일이지만 개인들의 아귀다툼에서 살아난 자만이 과실을 따먹고 성공하지 못한 개인들의 책임을 자신에게만 묻는 사회가 옳은 것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뭔가가 잘못된 것 같은 사회, 그 잘못이 개인의 책임만은 아닌 사회, 혼자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고장 난 사회, 이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바로잡는 길은 개인 노력에 더해 연대를 통해 가능하다.

지금 우리 주변에 만연돼 있는 불공정, 불합리, 불정의를 개혁하지 않으면 사회의 진보는 없다. 백성은 어리석은 것 같지만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반성보다는 자기 합리화, 도전보다 현실안주, 미래보다는 조그만 정치적 이해득실에 연연하는 한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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