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 공사와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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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 공사와 4대강 사업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05.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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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이 또 다시 파헤쳐지고 있다. 지난해 경천교 아래구간에 대한 공사가 끝난데 이어 이번에는 순창교-경천교 구간에 중장비가 들어섰다. 이곳은 이미 수년 전 어로까지 만들며 한 차례 공사를 치룬 곳이다. 경천생태하천복원사업이라고 한다. 보는 느낌은 4대강 사업과 비슷하다. 필자만 그럴까?

얼마 전 다른 기자에게서 들은 얘기다. 은어 치어 방류 행사로 섬진강에 풀어준 은어가 얼마 못가 뒤집힌 채로 물 위로 떴다고 한다. 이를 사진에 담고자 하니 군 직원이 찍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때는 3월로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때였다. 또 군 지역의 섬진강 수온은 남해, 광양 등 하류지역보다 차다. 한 주민은 “수온이 낮아 큰 고기도 활동이 적은 물에 치어를 방류하는 것은 물고기를 죽이는 행위”라며 쓴 소리를 했다. 취재 방해를 했던 직원도 걸리는 게 있었나보다.

경천과 섬진강의 서로 다른 두 활동은 서로 닮은꼴이면서 상징성이 크다. 필자가 접한 경천 치어방류 행사만 해도 2년 동안 5건이 넘지만 이 모든 생명을 살리려는 노력은 천박함이 되었다. 경천에 중장비들이 움직이는 한은 어떤 어종을 방류해도 풀어놓고 죽이는 꼴이 된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은어를 방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사가 끝나도 경천은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하천으로 남을 것 같다. 한여름에 사람이 그늘을 찾듯 물가에 드리운 수초는 물고기 서식에 유리한 조건이 됐었다. 조감도를 보면 물가의 수초대는 암석으로 바뀐다. 물속의 큰 돌도 치워지고 나니 그들에게는 휴식할 공간이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물이 적을 때 싹트고 자라는 풀들은 자리 잡을 수 있지만 바위틈 비집고 나온 풀은 수를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치어방류를 외래ㆍ포식어종 밥 주는 격이라는 비아냥은 설득력이 있어도 목적을 온전히 부정하지는 못한다. 다만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은 어떻게든 흔적이 남는다. 그 손길이 동ㆍ식물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면 파헤치는 일 대신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테다. 공사가 완료된 경천은 사람 눈으로 보기에 깔끔할지 몰라도 그들, 동ㆍ식물의 눈으로 보기에는 세상이 황량해졌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4대강 사업과 닮은꼴로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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