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족선등/ 행동이 빠른 자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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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족선등/ 행동이 빠른 자가 먼저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5.1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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捷 빠를 첩 足 발 족 先 먼저 선 登 오를 등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33

 베이징 시절, 그는 일 욕심이 많아 종종 다른 사람의 일을 먼저 선수를 쳐 보고하는 좀 그릇된 버릇이 있었다. 말하자면 얌체같이 행동하였다.  

예를 들면, 중국의 세금문제가 보도되면, 그가 선수를 치니 담당관이 열심히 준비한 보고서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외에도 농업농촌, 부동산, 과학기술 등 다른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종종 그런 일이 생겨 다른 담당관들의 원성이 커졌다. 급기야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었다. 

“왜 당신이 내 업무를 터치합니까? 윗선에서 좀 조정해 주셔야겠습니다.”

“중국경제문제 전반을 보다보면 경계가 따로 정해져 있습니까? 다른 경제부처의 일은 모르고 있으란 말입니까? 좀 동작이 빨라 먼저 챙겨서 보고한 건데, 당신들이 게으른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웬 말들이 많으세요!”

“捷足先登(첩족선등)할 게 따로 있지요. 예의 좀 갖춥시다! 남의 것까지 가로채 보고하면 나의 부서에서는 뭐라 하겠습니까? 놀고만 있다고 할 것 아닙니까?”

윗선은 난감했다. 그를 나무라면 의욕을 죽이는 것이고 두둔하면 다른 많은 사람들의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그가 귀국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그라졌다.

史記·淮陰侯列傳(사기·회음후열전)》에 나온다. 秦失其鹿, 天下共逐之, 高材疾足者, 先得焉(진실기록, 천하공축지, 고재질족자, 선득언) : 진이 사슴을 잃은 뒤에 천하가 다 그것을 쫓았지만, 키가 크고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차지하였습니다.

한(漢, BC206-220)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아직 천하를 얻기 전, 한신(韓信)은 주위에 유능한 참모들이 있어 병력과 권력이 오히려 유방을 능가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한신의 수하 중 괴통이라는 모사가 한신에게 유방을 떠나 따로 천하를 도모할 것을 적극 권하였다. 한신이 머뭇거리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결국 괴통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중에 유방이 마침내 천하를 얻은 것을 보고 그제야 모반할 계획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비밀을 누설하는 바람에 오히려 속아서 궁에 들어갔다가 잡혀 죽었다. 한신이 죽기 전에 크게 한탄하여 말했다.

“당초에 괴통의 말을 듣고 바로 결단하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되는구나.”

이 말을 전해들은 유방이 바로 괴통을 잡아들였다. 괴통이 한신에게 모반하도록 권하였는지를 묻자 괴통이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그랬습니다. 그러나 한신이 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이 지경이 된 것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폐하도 그를 어쩌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런, 간덩이가 큰 놈 봤나. 이놈을 삶아 죽여라.”

괴통이 바로 크게 웃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억울합니다. 내가 이러한 형벌을 받을 만큼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아니? 네가 한신을 부추겨 모반하려 했다고 네 입으로 말해놓고도 어찌 억울하다고 하느냐?”

“폐하, 말씀을 그리해서는 안 됩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당초 진(秦)나라가 망할 때, 천하대란이 나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들고 일어났지만 결국 강한 자와 발 빠른 자가 먼저 천하를 얻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누가 옳고 누가 나쁘고를 따질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당초에 저는 단지 한신이 능력이 있는 자라고 보고 따랐을 뿐입니다. 자기의 주인을 위해 진력을 다한 것뿐인데 이게 무슨 죄가 된다는 것입니까?”

유방이 듣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괴통의 말이 맞다. 누구나 각자 자기의 주인을 위해 진력하는 법이다. 달래어 나를 따르게 하면 쓸모가 있는 자가 되겠구나!’ 

유방이 껄껄 웃으며 괴통을 풀어주고 사면하였다.

이 성어는 훗날 ‘행동이 빠른 자가 목적을 먼저 달성하거나 물건을 먼저 얻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유사한 성어로 先着祖鞭(선착조편)이 있다. ‘다른 사람과 다투어 기선을 제압하여 선두를 차지하다. 분발 노력하여 선두를 쟁취하다’는 의미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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