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이 땅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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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이 땅의 민주주의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2.06.1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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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0 민주항쟁 25돌을 맞아 두 가지 소식에 울컥, 착잡한 심정에 심난하다.

6ㆍ10 민주항쟁 기념일인 지난 10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기념식과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1987년 6월 ‘4ㆍ13 호헌조치 철폐, 직선제개헌 쟁취,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등 군사정권 폭압에 맞서 일어선 500여 만 명 국민적인 저항운동. 그 해 전두환 정권은 4ㆍ13 호헌조치를 발표하고, 통일민주당의 창당을 방해하는 등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억압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했으나 재야 시민단체들은 ‘박종철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를 개최하며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의 6ㆍ29 항복 선언을 받아내기 이르렀다.

한편 지난 8일 반란수괴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단상에서 생도들의 퍼레이드에 거수경례로 생도들을 ‘사열’하는 모습을 보며 역겨움을 참을 수 없었다. 하극상 군사반란과 대규모 인명 살상을 통해 집권에 성공하고 집권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검은돈을 긁어모았다고 15년전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죄와 반란죄, 내란목적 살인죄,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했던 그가 5공(共) 실세들과 함께 육사생도들을 사열한 것은 생도만이 아닌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하긴 6월항쟁 10년 후에 겨우 5공 세력을 단죄하고 그 8개월 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김영삼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첫 선물’로 그들의 복권을 합의했다. 6월 항쟁이후 민주화 25년이 이런 식이다. ‘6월혁명’과 ‘6ㆍ29선언’, 이른바 ‘정치혁명’들은 기존 보수권력 정예들의 협착으로 묵살돼왔다. 언제나 그 성과는 재야와 연합한 자유주의 세력의 것이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민중이 원하는 민주주의가 아닌 차기 정치권력을 보장하는 선거판의 유지였다. 그들의 관심사와 목표는 민주주의의 심화가 아닌 정치적 민주주의의 공고화, 이념적 진보가 아닌 최소 민주주의였다.

오늘의 이 현상을 놓고 정치권의 시각도 서로 다른 현안에 방점을 찍으며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ㆍ부실 경선 문제를 내세우며 “통합진보당은 민주주의의 시계를 6ㆍ10 민주항쟁 이전으로 돌려놨다”고 주장했고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위축돼온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마침내 유신의 부활을 우려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은 “아직 우리 사회에는 민주주의의 완전한 구현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6월 항쟁으로 무너졌던 군사독재정권의 주된 무기인 매카시즘을 휘두르며 헌법에 보장된 정당 정치활동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치세력이 여전히 권력의 중심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어찌 국가만의 문제인가. 지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득권 지키기는 치열하나 개혁에는 둔감하다. 이미 사정된 제도를 고치기보다는 갖은 핑계로 관례로 합리화하며 정보 공유를 방해하고 절차 특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렇듯 민주주의의 퇴행은 부정과 부패를 일소하지 못하는 나라, 반칙과 특권이 지배하는 지역 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1988년 백담사로 유배 길을 떠나던 전 전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우리에게 전혀 사과하는 모습으로 남아있지 않듯이 잘못이 있는 지역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주민들이 겸손 보다는 부아를 느낀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사열’에서 고개 뻣뻣이 든 이나 ‘행사’에서 유들거리는 이도 더 겸허하게 처신해야 한다.

한 유력 대선주자가 육사 ‘사열’을 보고 자신의 트위터에 “몇십년 된 자료사진인 줄 알았다. 유신세력(에) 이어 5공 쿠데타세력까지 부활을 노리다니.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니 동감이다.

‘6·10 항쟁’ 25주년에 이르러도 “제3의 길을 허용하지 않는 보수와 중도세력의 동거체제, 나아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없는 최소의 정치적 민주주의 체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에 씁쓸하나 해마다 6월은 우리 가슴을 벅차게 하고 환희로 그리고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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