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 전주, 도로는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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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 전주, 도로는 ‘사파리’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06.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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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밤길을 다니다 고라니를 친 적이 있다. 1년 전 고양이에 이은 세 번째 로드킬이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1분 간격으로 또 다른 고라니에 이어 새와 부딪힐 뻔도 했다. 마침 차에 같이 있던 동생은 “길이 완전 사파리다. 에버랜드 갈 필요가 없다”며 숨을 돌렸다. 경험을 했어도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로드킬의 희생동물이 커지자 이제는 밤길을 운전하기가 두려워졌다.

27번 국도가 완전 개통된 이후 6개월, 순창-전주구간은 기자에게도 꽤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없다보니 희생된 동물도 늘어났다. 편도 네 다섯 마리는 항상 발견하게 되니 오늘도 어느 ‘길냥이’와 너구리가 비명도 못 지르고 횡사할 것이며 멧돼지에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나 다치는 운전자도 발생할까 걱정이다. 한 때 영물로 여겨질 정도로 귀한 몸값을 자랑했던 고라니도 이제는 찬밥신세다.

모처럼 빠른 차들과 죽은 동물이 부대끼는 현장을 벗어나 구 도로를 달려보기로 했다. 이따금 트랙터와 경운기 등이 서행하거나 길가에 멈춰있긴 했지만 운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는 않았으며 죽은 야생동물도 한 마리밖에 보지 못했다. 다니는 차들이 적어서인지는 모르나 기자가 자주 다니는 복흥면과 쌍치면에서도 길가에 죽은 동물은 많지 않다. 옥정호를 끼고 도는 길의 풍경은 새 길이 뚫린 후 오히려 더 여유로워졌다. 새 길에서는 앞에 집중하지만 옛 길에서는 옆을 보게 되는 차이다. 순창과 임실의 경계선 갈재에서 잠시 멈춰 순창읍을 천천히 훑어보았던 여유가 앞으로는 생소한 장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군에는 꽤 긴 구간에서 도로 공사가 예정돼있다. 차량속도가 빠르면 로드킬도 늘어나는 모순을 해결할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사람의 편의와 동물의 생명이 맞바꾸어진 모습을 맘 편히 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기자는 야생동물 보호를 명목으로 새 도로의 건설 목적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먹이를 찾아 산을 옮겨 다니려면 새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 것을 아는 건설사가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만들어놓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로드킬은 물론 인명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일부러 눈감았다는 의심이 든다. 고속도로만큼 좋은 노면이 거꾸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기자만의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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