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여행(6)/ 즉흥 소리의 대가, 김세종 명창의 ‘춘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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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여행(6)/ 즉흥 소리의 대가, 김세종 명창의 ‘춘향가’
  • 양병완 편집위원
  • 승인 2012.07.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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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병완의 판소리 여행(6)

김세종의 판소리는 장재백으로 이어져서 순창, 남원 일대의 동편제 판소리 형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쳤다. 김세종의 소리가 다른 바디에 비해 지금까지 잘 전승된 이유는 어떤 유파의 판소리보다도 사설이 빼어나고 음악적 이론도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옛날식인 고제 판소리일수록 노랫말도 즉흥성이 강하고 장단이나 선율 역시 부를 때마다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박동진 명창의 판소리는 다시 부르라고 하면 본인도 다시 똑같이 부르지 못할 것이라고 농담을 한다. 소리를 좀 들어본 사람들은 박동진 명창의 소리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동진 명창은 즉흥성이나 재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빼어났지만 상대적으로 음악적 구성에서 취약한 일면이 있다.그러나 요즘 대다수의 젊은 소리꾼들은 열 번을 시켜도 똑같이 부를 줄은 알지만 즉흥적으로 소리를 짜면서 무대를 휘어잡는 능력은 부족하다. 일제강점기에 조학진 명창은 이런 경향의 여류명창들을 두고 ‘기생소리’ 또는 ‘사진소리’라고 비판했다. 신선함이나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은 음악적인 짜임과 문학적인 표현이 균형을 잘 갖추어야 좋은 소리인데 김세종의 ‘춘향가’가 바로 그런 소리였던 것이다. 김세종의 소리를 전승했던 장재백 명창의 ‘춘향가’ 소리책이 지금 남아 있는데 이 책에 실린 판소리의 장단을 분석해 보면 현대 판소리와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날식 즉흥소리는 전승이 어렵지만 잘 짜인 소리는 그만큼 전승에 유리하다.

또한 김세종 제 ‘춘향가’는 우리가 보통 ‘춘향전’으로 알고 있는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의 바탕이 된 소리이기도 하다. 김세종이 끼친 판소리사의 자취가 그만큼 크고 깊다는 것을 안다면 순창의 이 궁벽하고 한갓진 농촌을 기꺼이 찾아가리라.

순창에는 국악원도 있고, 해마다 10월이면 민속예술제가 열려 농요가 공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화려했던 판소리의 영화는 군청 뒤편의 객사처럼 저만치 밀려나 있다. 그러나 강물이 다시 산골로 돌아가지 못함을 아쉬워하겠는가. 판소리의 역사도 이와 같아서 도도하게 흘러 바다에 이르지 않았는가.

다음은 김세종 명창의 특기인 춘향가 중 천자뒤풀이 가사 내용이다.

(아니리)

-좋다 좋다 정원이 청결하고 송죽이 울밀허니 여기지 절개로다.

-(이도령)얘 방자야 책실로 돌아가자. 도련님이 책실로 돌아와 글을 읽되 혼은 벌써 춘향집으로 건너가고 등신만 앉아 놀이글로 띄어 읽겄다. 맹자견 양혜왕 허신디 왕왈쑤 불원천리허시니 역장유이리 오 국호이까 이글도 못 읽겄다. 대학을 들여라. 대학 지도는 재 명명덕허며 재 신민 허며 재 지어지선 이니라 남창은 고군이요 홍도난 신부로다. 홍도 어찌 신부 되리 우리 춘향이 신부 되지, 태고라 천황씨는 이 쑥떡으로 왕했겄다.

-(방자)아 여보시오 도련님! 태고라 천황씨가 이 목덕으로 왕 했단 말은 들었으나 이 쑥떡으로 왕했단 말은 금시초문이요.

-(이도령)니가 모르는 말이로다. 태고라 천황씨 때는 선비들의 이가 단단하야 목떡을 자셨거니와 지금 선비야 어찌 목떡을 자실 수 있겄느냐. 그러기에 공자님이 후세를 위하야 물씬물씬한 쑥떡으로 교일허고 명륜당에다 현몽하셨느니라.

-(방자)원 도련님도 하나님이 깜짝 놀랠 거짓말씀이요.

-(이도령)잔말 말고 천자를 들여라.

-(방자)일곱 살 자신배 아닌디 천자는 무엇 허실라요.

-(이도령)이놈아 천자라 허는 글은 칠서의 본문이라. 새겨 읽고 보면 재미가 있느니라.

-도련님이 천자를 들여놓고 읊으시는디 이것이 천자뒤풀이것다.

(소리)

자시에 생천허니 불원 행사시 유유피천 하늘 천(天). 축시에 생지허여 금목수화를 맡었으니 양생 만물 따 지(地). 유현 미묘 흑적색 북방 현무 감을 현(玄). 궁상각치우 동서남북 중앙 토색의 누루 황(黃). 천지 사방이 몇 만리 하루 광활 집 우(宇). 연대국조 흥망성쇠 왕고래금 집 주(宙). 우취 홍수 기자추연 홍범이 구주 넓을 홍(洪). 전~원~이 장무 호불귀라 삼경 취황 거칠 황(荒). 요순 천지 장헐씨구 취지 여일 날 일(日). 억조 창생 격양가 강구 년 월 달 월(月). 오거 시서 백가어 적안 영상 찰 영(盈). 이해가 워어 이리 더디진고 일중 지책의 기울 측(仄). 이십 팔수 하도 낙서 진위 천강 별 진(辰). 가련금야 숙창가라 원앙 금침 잘 숙(宿). 절대 가인 좋은 풍류 나열 춘추 벌일 열(列). 의희 월색 삼경야의 탐탐 정의 베풀 장(張). 부귀 공명 꿈밖이라 포의 한사 찰 한(寒). 인생이 유수같이 세월이 절로 올 래(來). 남방 천리 불모지지 춘거 하래 더우 서(署). 공부자 착한 도덕 기왕 치사의 갈 왕(往). 상성이 추서 방지의 초목이 황락 가을 추(秋). 백발이 장차 오거드면 소년풍도 거둘 수(收). 낙목 한천 찬바람에 백설 강산의 겨우 동(冬). 오매 불망 우리 사랑 규중 심처 감출 장(藏). 부용 작약의 세우중의 광안 옥태 윤달 윤(閏). 저러한 고운 태도 일생을 보아도 남을 여(餘). 이몸이 훨훨 날아 천사만사 이룰 성(成) 이리저리 거닐다가 부지 세월 해 세(歲). 조강지처는 문전 박대 못허느니 대전통편의 법중률(律). 춘향과 날과 단둘이 앉아 법중 려자로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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