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39) 돌아갈 때 챙겨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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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39) 돌아갈 때 챙겨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2.07.1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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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자만물지역려 광음자백대지과객(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  [이태백]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여인숙이고 세월은 대를 이어 지나가는 나그네이다.

인생이란 여행하는 것과 같다. 본래 없던 내가 부모의 애정이 인연이 되어 몸이 생기게 되고 몸이라는 수레를 타고 세월을 따라 천지를 여행하다가 무(無)라는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 유념해야 할 것은 함께하는 여행자나 후에 올 여행자를 불편하게 할 언행을 해서는 안 되고 여행지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 천지는 소유대상이 아니다. 천지 란 천하만물이 대를 이어 쉬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간들이 핵발전소 핵무기 등을 가지고 위험한 작란을 하는 것은 주제 넘는 짓이다. 인간은 천지의 주인이 아닌 만물의 구성원 중 일부이고 잠시 지나가는 과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돌아갈 때 챙겨야 할 것은 한점 부끄럼 없는, 후회도 쓰레기도 미련도 없는 텅 빈 마음이고 남겨야 할 것은 상처 없는 좋은 세상이요. 후인들을 위한 함께 가는 정신의 이정표이다.

오사지약상이부지귀(惡死之弱喪而不知歸) [장자]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길을 잃은 어린 아이가 돌아갈 줄을 모르는 것과 같다. 누구도 죽음을 거부할 수는 없고 돌아갈 땐 모두가 빈손으로 간다. 지위와 권력 명예가 있어도 가지고 갈수 없고 능력이 출중해도 죽음을 피할 능력은 없고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죽음을 피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훌륭한 자녀가 많아도 죽음을 막아줄 자녀는 없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본능적으로 부귀를 욕망하고 인의를 결여한 삿된 욕망은 언제나 삶에 때를 묻게 하여 삶의 총 정리인 죽음 앞에서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

사람을 귀하게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속귀(俗貴)와 양귀(良貴)이다. 속귀란 세상의 속물들이 구하는 부귀영화를 의미하고, 경쟁을 속성으로 한다. 그리고 경쟁에서의 승자는 언재나 힘을 가진 쪽이다. 힘은 고급정보를 바탕으로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고 해서 그들의 부귀는 세습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확인하는 것처럼 치열한 경쟁은 승리를 위해 온갖 수단 방법을 총동원하며 정도만을 지키지는 않는다. 세속은 페어플레이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능력이 있어도 행복은 보장되지 않는다. 곧은 나무는 먼저 베이고 좋은 샘물은 먼저 마르며 코끼리는 이빨 때문에 죽임을 당하고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임을 당하며 한비자는 능력 때문에 이사에게 죽임을 당했고 양수는 너무 영리해서 조조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며 소크라테스는 지혜로 인해 독배를 마셔야했다. 능력 있는 자는 능력이 그를 고달프게 하고 지혜 있는 자는 지혜로 인해 걱정거리를 만든다. 속귀(俗貴)는  반칙과 거짓에 의해 때 묻은 소인들의 귀(貴)인 것이다. 세속(世俗)이란 본질적으로 힘을 가진 질 낮은 자들의 승리가 보장된 곳이다. 경쟁은 귀(貴)와 천(賤)으로 유능과 무능으로 사람을 가르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상처받고 상처로 인해 세상은 괴로워한다. 세속의 부귀는 탐욕에 의한 차별과 불평등을 추구함으로서 세상의 평화를 교란한다.

양귀(良貴)는 천귀(天貴)를 의미 한다. 즉 하늘이 귀히 여긴다는 뜻이다. 양귀는 속세에 살면서도 탈속을 지향한다. 세속에서 앞서가는 것은 거짓 승리일 뿐이며 인류가 함께하는 승리만이 진정 승리하는 것이요 크게 승리하는 것으로 본다. 속귀(俗貴)의 속성이 사람과 순간의 작은 승부에 집착한 반면 양귀는 경쟁이라는 작은 승부에 초연하며 의미 있는 일생을 인생의 승리로 본다. 때문에 양귀는 비 경쟁을 속성으로 한다. 인생에 있어 참으로 중요한 것들은 경쟁없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경쟁에서 해방된 공간이 넓고 해야 할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일은 많은데, 비좁은 시야는 경쟁의 세계만을 볼뿐이다. 마치 나방이 넓고 넓은 창공을 놔두고 촛불로만 달려들어 자신을 죽이듯이 양귀는 天屬(천속)즉 인류를 하나로 보는 하늘의 가족이 되길 추구한다. 이들은 사람을 귀천과 능력으로 가르지 않으며 경쟁이 아닌 함께하는 삶을 지향한다.

이리합자박궁화환해상기야 천속자박궁화해상수야(以利合者迫窮禍患害相忌也 天屬者迫窮禍患害相收也) [장자]

이익 때문에 함께 한 자들은 재앙이 닥쳐 궁하면 서로 미워하며 해치고 하늘에 속한 자들은 재앙이 닥쳐 궁할수록 손해를 감수하며 서로를 감싼다.

경쟁의 바깥을 보면 천속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익보다는 도리를 경쟁보다는 함께하기를 불의보다는 정의를 적의가 아닌 사랑을 추구하는 자들. 이들이 천속자 들이다. 함께할 만하지 않는가?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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