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성탈인/ 먼저 센 모습으로 우겨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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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성탈인/ 먼저 센 모습으로 우겨대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7.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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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먼저 선 聲 소리 성 奪 빼앗을 탈 人 사람 인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37

베이징 시절 알게 된 베이징의 한 지인이 사업차 서울에 와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최근 중-일 간 벌어진 영토분쟁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 국민들의 반일시위가 장난이 아니던데….”

“이보게, 중국통이라는 자네가 센카쿠라고 하다니? 띠야오위다오(釣魚島)라고 말해야지. 1895년 청일전쟁에 패해 대만과 함께 넘어가고 만 것인데, 2차 대전 후 국공내전으로 챙길 겨를이 없었고, 일본은 모른 척하고 지배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일본 땅으로 되어 버린 거야.” 

“그 곳 해저에 석유매장량이 많다고 하여 분쟁이 표면화 된 것이라 하던데… 중국이 그간 청일전쟁 후 맺은 조약이 무효라고 주장해 오다가 1992년에 급기야 그곳을 중국영해로 편입하여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인데,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백년이상 실질적으로 점유해온 땅인데….”

“아닐세. 지리적으로 보면, 대만까지의 거리가 185킬로미터(km), 일본 오키나와까지는 420km 떨어져 있으니 당연히 중국영해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

“일본이 수긍하겠나? 그러니까 과격하게 대응하는 것이지.”

“그러게 말이야. 일본이 선성탈인(先聲奪人)하여 탈취한 땅을 순순히 내놓을 리가 만무하지. 하지만 중국이 국력이 세어지면 과거에 빼앗겼다고 하는 그 땅을 다시 찾아오려고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봐.”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며 한편으로는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방문한 사건에 분노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다져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절실하군.”

좌구명(左丘明)이 쓴《춘추좌전ㆍ소공(春秋左傳ㆍ昭公)》에 나온다. 복왈, 군지유지, 선인유탈인지심, 후인유대기쇠, 합급기로(濮曰, 軍志有之, 先人有奪人之心, 後人有待其衰, 盍及其勞) 복이 말하기를, ‘뜻을 갖고 먼저 선수를 치는 자가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지만 나중에 손을 쓰면 실패만이 남는다고 합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송(宋)나라에 대사마(大司馬)라는 관직에 있던 화비수에게 화구, 화다료, 화등 세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세 아들의 처지가 다 달랐다. 화구는 사마(司馬)였고, 화다료는 송 원공(元公)의 측근이나, 화등은 모반죄로 오나라로 망명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불행히도 화구와 화다료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아 급기야 동생이 형을 반역죄로 모함하므로 화구는 동생을 죽인 후 부친을 모시고 국외로 탈출하여 송나라에 반기를 들었다. 마침 오나라에 망명 중인 화등이 부친과 형을 돕기 위해 병력을 이끌고 왔다.

그때 제(齊)나라의 오기명(烏技鳴)이 송나라의 구원요청을 받고 수도로 왔다. 마중을 나간 대부 복(濮)이 보니 오기명이 느긋한 자세를 가지며 바로 공격할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공격을 서두르자고 제안하였다.

“병법에 의하면, 먼저 선수를 치는 자가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지만 나중에 손을 쓰면 실패만이 남는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적이 먼 길에 많이 지쳐있고 또한 아직 정돈되지 않았으니 이 틈을 타 친다면 그들이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와해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불씨를 없애야 합니다.”

오기명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즉시 병력을 이끌고 연합하여 공격하였다. 과연 기선을 제압하여 오군을 홍구(鴻口)에서 격파하여 승리하였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를 인용하여 ‘먼저 소문을 퍼뜨려 남의 기세를 꺾다. 먼저 소리를 질러 남의 기세를 막는다’는 뜻으로 ‘강력한 위풍과 권세로 위협하여 저지하다’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우리 속담에 ‘먼저 먹는 놈이 장땡이다’와 비슷한 말이다.

엊그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뒤에서 박은 놈이 오히려 큰소리치며 윽박지르는 것을 보니 이 성어가 떠오른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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